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운영하는 책나눔위원회가 한가위를 맞아 온가족이 함께 읽을 수 있는 여섯 권의 책을 추천합니다. <공감>은 책나눔위원회의 추천 도서를 독자 여러분에게 소개합니다.
얀 마텔 101통의 문학 편지
얀 마텔 지음 강주헌 옮김 | 작가정신
얀 마텔은 맨부커상 수상작이자 세계적으로 베스트셀러가 되었던 <파이 이야기>로 국내 독자들에게도 친숙한 작가다. 어느 날 그는 한 개인으로서 국가의 일을 관장하는 지도자가 어떤 책을 읽는지, 어떤 책을 읽어야 국민과 나라에 도움이 되는지 궁금해하고 고민했다.
이 책은 처음부터 읽을 필요 없이 기호나 취향, 혹은 그날의 감정에 따라서 아무 페이지나 펼쳐도 된다. 얀 마텔은 우리가 그 책을 왜 읽어야 하는지 진지하고 명랑하게 설파하고 있고, 그의 성실한 설명 덕분에 마침내 그 책을 읽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마음의 움직임을 느끼게 될 것이다. 즐거움과 더불어 성찰을 얻을 수 있으며 ‘타인과 세상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혀 줄 독서 목록이 바로 이 책에 만찬처럼 차려져 있다.
조경란(소설가)
난처한 동양미술 이야기(1~2권)
강희정 지음 | 사회평론
이 책은 제목이 말해주듯이 동양미술을 처음 접하는 이들에게 동양미술의 역사를 친절하게 소개해주는 책이다. 1권은 인도미술을 다루고 있고 2권은 중국미술을 살피고 있다. ‘동양’이라는 말은 우리에게 익숙한 말이지만 사실 지리적으로나 문화적으로 매우 광범위해서 그 내포를 한정하기가 쉽지 않은데 선생은 우리 문화 및 미술에 큰 영향을 미친 인도와 중국으로 ‘동양’의 범위를 한정하고 있다.
이 책은 사실 동양미술사를 넘어 동양문화사 내지 동양문명사라고 해도 좋을 만큼, 좁은 의미의 미술의 범위를 넘어서 인도 문명과 중국 문명의 다양한 면모를 흥미 있고 솜씨 좋게 잘 소개하고 있다. 한 장이 끝날 때마다 본문 내용을 요약해놓은 것도 자상한 교육적인 배려다. 온가족이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함께 읽기에 아주 적합한 도서다.
진태원(성공회대 연구교수)
과학드림의 이상하게 빠져드는 과학책
김정훈 지음 | 더퀘스트
이 책은 과학교육을 전공하고 과학잡지 전문기자로 십여 년 이상을 일한 저자의 재미있게 읽는 과학 이야기이다. 무엇보다 이 책의 장점은 ‘질문’을 던진다는 것이다. 질문이란 예컨대 이렇다. 사람을 먹으면 왜 안 될까? 그 많던 삼엽충은 왜 사라졌을까? 씨가 없는 바나나는 어떻게 재배할까? 티라노사우르스의 앞발은 왜 짧은 걸까? 이 기상천외한 질문들을 따라가다보면 저절로 과학지식이 늘고 합리적 추론에 대한 믿음이 생겨난다. 이 책은 어린이들이 쉴 새 없이 물을 만한 질문에 대해 답이 궁색했던 어른들을 위한 것이지만 어른들에게도 새삼스럽게 질문하는 법을 가르친다. 질문은 과학의 토대이고, 어린이와 같은 순진무구한 호기심이 실은 과학의 원동력이다. 바이러스, 식물, 동물, 그리고 인간에 이르기까지 여러 대상에 대해 이 책은 가족 모두가 궁금해할 만한 질문을 던진다.
권복규(이화여대 의학교육학교실 교수)
예의없는 친구들을 대하는
슬기로운 말하기 사전
김원아 글 김소희 그림 | 사계절
현직 초등학교 교사가 쓴 책. 어린이들의 세계를 헤아려야 하는 양육자도 함께 보면 좋을 책. 사실 어른들도 읽다보면 고개 끄덕이게 되는 지점이 제법 있을 것 같다. 인간관계란 초등학생 때나 어른이 되었을 때나 비슷한 면이 적지 않기 때문. 부부싸움 뒤 실천해볼만한 내용. “친구와 싸웠는데 먼저 사과하고 싶을 때: 친구랑 며칠 전에 싸웠는데 아직 사과를 못 했어. 사과는 멋진 행동이야! 사과를 먼저 하는 건 아주 어렵고도 멋진 행동이야. 막상 사과하려니 친구의 잘못도 신경 쓰이지? 그런데 사과를 할 때는 네 잘못만 말하는 게 좋아.” 간단한 일러스트와 함께 구체적인 상황에서 적절히 대처하는 법을 안내한다. 예컨대 ‘약속하기’ 챕터는 친구가 갑자기 약속을 취소했을 때, 내가 약속을 지키지 못했을 때, 약속을 바꾸고 싶을 때, 친구가 일방적으로 한 초대를 거절하고 싶을 때.
표정훈(평론가)
그것만 있을 리가 없잖아
요시타케 신스케 지음 고향옥 옮김 | 주니어김영사
<이게 정말 나일까>, <이게 정말 사과일까>, <있으려나 서점> 등으로 어린이부터 어른에 이르기까지 세대를 넘어 사랑받는 그림책 작가 요시타케 신스케의 재밌고 유쾌하고 우리를 안심시키면서도 생각할 거리를 주는 그림책이다.
달리기를 못해도, 신발이 작아져도, 맛없는 당근 반찬이 나와도 걱정없다. 그것만 있을 리 없기 때문이다. 아이들에겐 세상은 모르는 것 투성이다. 그만큼 두려움도 많다. 이 책을 읽으면서 웃으면서 두려움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다.
아이뿐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큰 위안을 준다. 물론 ‘긍정 마인드’가 모든 것을 해결해 주지는 않지만 그래도 다르게 보는 법이란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지혜다. 실제로 이 세상엔, 또 우리들의 삶엔 “그것만 있을 리 없기” 때문이다.
최현미(문화일보 문화부장)
공감한다는 것
이주언·이현수 지음 | 너머학교
이해와 공감은 인간의 보편적 정서가 아니다. 아는 만큼 이해하고 경험한 만큼 공감한다. 공감 없는 이해는 자주 잔인해지고 이해가 결여된 공감은 종종 공허해진다. 공감도 능력이다. 감수성도 공부가 필요하다. 가족, 친구, 연인, 동료, 선후배 등 우리는 수많은 사람과 인연을 맺고 산다. 인간의 삶이 곧 관계 맺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사람들은 인간관계의 핵심이 이해와 공감이라는 점에 대해 대체로 동의한다. 그렇다면 공감을 위한 방법과 태도도 배워야 할까. 아니, 누군가를 이해하기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세상에 어떤 사람도 ‘나’를 완전히 이해할 순 없다. 공감은 타인에 대한 애정과 배려의 손길이다. 우리는 마크 트웨인의 소설 <왕자와 거지> 이야기를 잘 알고 있다. 서로 알지 못하면 이해할 수 없고 이해할 수 없으면 공감하기 어렵다. 마치 영화 <광해>, <수상한 그녀>도 마찬가지다. 몸이 바뀌고 역할이 달라지니 비로소 보이지 않던 것들이 눈에 띈다. 우리 주변에는 이해할 수 없는 사람, 공감하기 어려운 일들이 너무 많다. 공익변호사와 신경과학자 부부는 관심과 공감이 필요한 사람이 누구인지 묻는다. 그런 사람들을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고민하자고 손을 내민다.
보편적 디자인을 고민한 패트리샤 무어부터 워싱턴 연방의회 의사당 난입 사건, 신경과학의 다양한 실험 결과 등을 통해 두 사람은 독자에게 공감의 중요성과 의미를 차분하게 설명한다. 공감은 다른 사람이 느끼는 것을 자신도 같이 느끼는 마음이다. 역지사지를 통해 타인을 이해하려는 노력없이 공감은 불가능하다. 특히 타인의 아픔과 슬픔을 이해하고 공감하지 못하면 우리가 사는 공동체는 유지될 수 없다. 사회의 최소단위인 가족 간의 갈등도 마찬가지다. 기쁘고 행복한 일보다 어렵고 고통스러운 일을 함께 나눌 수 있는 부모와 자녀, 형제와 자매가 필요하지 않을까?
서로 이해하고 공감하는 일은 어떤 직업을 가진 사람이든 꼭 필요한 덕목이다. 나이, 성별, 종교, 장애, 인종과 무관하게 열린 마음으로 모든 사람을 환대할 수 있는 여유가 필요하다. 장애인, 난민 등 사회적 소수자들을 공감하고 그들과 더불어 함께 살아가려는 노력이 공감이다.
류대성(<읽기의 미래>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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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