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궁
주요 관전 포인트는?
2020 도쿄패럴림픽(8월 24일~9월 5일)은 첨단장비의 경연장이다. 종목도 새로 추가됐고 수준도 높아지고 있다. 도쿄패럴림픽조직위원회(조직위)는 누리집에서 의수나 의족에서부터 탄소섬유로 만든 휠체어 등 나날이 변모하는 장비의 세계를 소개했다. 장비가 곧 경기력이며 갈수록 진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2012 런던패럴림픽 남자 400m 금메달리스트인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오스카 피스토리우스는 ‘의족 스프린터’로 세계인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그가 양쪽 발에 스프링처럼 달고 뛴 ‘러닝 블레이드’는 폭발적인 힘을 생산했다. 앞서 2008 베이징패럴림픽에서도 선수들은 러닝 블레이드를 사용했다.
하지만 피스토리우스 이후 기술개발이 가속화했다. 탄소섬유로 만드는 블레이드는 더 탄탄하고 가벼운 방향으로 제작되고 절단 부위와 결합도 더욱 견고해졌다. 달리기뿐 아니라 높이뛰기, 멀리뛰기까지 활용 영역은 넓다. 조직위는 “러닝 블레이드라는 혁명적인 첨단기술과 의족 디자인의 결합은 패럴림픽 육상의 상징”이라고 평했다.
▶배드민턴
휠체어 육상 시속 50㎞까지 질주
휠체어 스포츠에서도 장비의 우수성은 경기력과 직결된다. 이번 대회 처음 정식종목이 된 배드민턴에서는 비장애인 선수들 못지않은 역동적인 움직임이 가능하다. 휠체어에 앉아 있어 이동거리가 제한돼 있지만 앉아서 180도 가까이 몸을 뒤로 휘어도 작은 보조 바퀴들이 지탱해 쓰러지지 않는다. 빠른 정지와 회전을 위해 선수들에게 최적화한 휠체어 배드민턴에서는 다양한 동작이 나와 박진감을 높인다.
휠체어 농구 또한 전후진의 수월함과 안정성을 위해 선수 체형에 맞게 제작돼 있다. 같은 종목이라도 장애의 등급에 따라 세부 종목이 달라지는 만큼 휠체어 의자의 높이를 조절하거나 보조바퀴를 둬 뒤로 몸을 눕혀 슛을 하더라도 넘어지지 않게 했다. 육상의 휠체어보다 직경이 큰 미는 바퀴를 사용하는 것은 급정지나 방향전환을 돕기 위한 것이다. 의자는 20도 기울어져 있는데 전진을 쉽게 하기 위한 조치다.
휠체어 육상에서는 속도와 안정성이 중요한 만큼 비슷한 크기의 보조바퀴를 앞에 붙인 3륜차 형태의 휠체어가 쓰인다. 차체는 주로 알루미늄으로 만들지만 요즘엔 탄소섬유도 사용한다. 조직위는 “공기저항을 줄이는 기술의 진보로 휠체어 육상에서는 시속 50㎞까지 달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휠체어 럭비에서는 거친 경기 특성에 맞춰 휠체어부터 의자가 충격에 부서지지 않아야 한다. 알루미늄이나 티타늄이 제작에 사용되며 바닥 부위에는 여러 개의 작은 바퀴를 부착해 안정성을 높였다. 전원 공격, 전원 수비를 기본으로 매우 격렬한 경기가 펼쳐진다.
사이클 경기에서도 시속 60㎞ 이상의 속도경쟁이 벌어지는데 손을 하나밖에 쓸 수 없는 경우에는 핸들의 위치를 변경하고 의족의 경우 페달에 발이 밀착돼 경기할 수 있도록 허용된다.
물론 첨단 기술만이 최고는 아니다. 시각장애 수영에서는 ‘태퍼’(톡톡 두드리는 것)라는 장비가 필요한데 이것은 낮은 수준의 기술만으로도 만들 수 있다. 선수들이 반환점을 돌거나 목표지점에 들어올 때 벽에 부딪히지 않도록 선수의 머리나 어깨를 터치해 주는 기구로 막대기 끝을 뭉툭하게 만들어주면 된다. 개인 제작도 가능하지만 일단 경기에 사용하려면 국제패럴림픽위원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육상
태권도 상대 머리 공격 땐 1점 깎여
이번 도쿄패럴림픽에서는 배드민턴과 태권도가 새 종목으로 추가되면서 볼거리가 늘었다. 특히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서 정식종목이 된 이래 20년 만에 패럴림픽에도 진입한 태권도는 역동적인 장면을 선물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대회에서는 장애등급별 4개 종목 가운데 K44 한 이벤트에서만 남녀 선수들이 세 체급씩에 출전한다. 점수 체계도 올림픽 태권도와 다르다. 일반 공격은 2점, 뒤돌려차기는 3점, 한바퀴 회전 돌려차기는 4점을 주는 식이다. 그러나 상대 머리를 공격하면 반칙이어서 상대가 1점을 얻게 된다.
이번 패럴림픽 22개 종목 가운데 올림픽에는 없으면서 오직 패럴림픽에만 고유한 종목도 있다. 바로 골볼과 보치아다. 골볼은 골키퍼 1명과 시각장애 필드 플레이어 4명 등 5명이 팀을 구성한다. 공 속에 들어있는 방울 소리를 따라 드리블과 슈팅을 해야 하는 매우 민감한 운동이다. 이 때문에 관중석에서는 득점 상황이 아니면 응원을 할 수도 없다. 우리나라는 처음 도입된 2004년 아테네패럴림픽 본선에 출전했지만 현재 패럴림픽 강호는 브라질이나 스페인 등 축구 강국들이다. 오프사이드가 없으며 볼을 가진 선수는 “보이”(Voy)라고 외쳐 상대방이 알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보치아는 목표 공인 ‘잭’(Jack)에 가깝게 던지는 단순한 경기다. 하지만 이기기 위해서는 신경을 통제하고 각도 조절을 예리하게 해야 한다. 각 경기가 끝나면 전략을 수정해야 하는 등 기민한 대처가 필요하다.
최재섭 장애인체육회 연구원은 “장비가 더 좋아지고 새로운 종목이 추가되면 경기력이나 다양성 측면에서 장애인 스포츠에 대한 관심을 높일 수 있다. 국가의 경제력과 과학기술 수준도 패럴림픽에 출전하는 선수들의 경쟁력에 직간접적으로 연결돼 있다”고 말했다.
글 김창금 <한겨레> 기자, 사진 도쿄패럴림픽조직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