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이 엎치락뒤치락한다. 최근 몇 년간 중국이 왕좌에 앉더니 올해 미국이 최고 자리를 탈환했다. 그 뒤로 스위스, 일본, 한국이 바짝 쫓고 있다. 세계 슈퍼컴퓨터 경쟁 이야기다.
미국 슈퍼컴퓨터 ‘서밋(Summit)’이 11월 12일(현지 시각) 세계에서 가장 빠른 슈퍼컴퓨터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앞서 6월, 5년 만에 중국을 제치고 ‘세계 슈퍼컴퓨터 성능 1위’를 되찾은 데 이어 이번에도 정상에 올랐다. 서밋의 실측 성능은 143.5페타플롭스로 초당 14경 3500조 번의 연산이 가능한 셈이다. 2위는 실측 성능 94.64페타플로스를 기록한 미국 ‘시에라(Sierra)’가 차지했다. 미국 슈퍼컴은 6위 ‘트리니티’, 9위 ‘타이탄’, 10위 ‘세콰이아’ 등 10위권 안에 5개나 포함됐다. 미국은 오랜 시간 슈퍼컴 최강국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도 그럴 것이 세계 최초 슈퍼컴은 1976년 미국 시모어 크레이(Seymour Cray)가 만든 ‘Cray-1’이다. 성능은 160메가플롭스에 지나지 않지만 당시에는 놀라울 정도로 획기적인 수치였다. 이 슈퍼컴은 1980년대 초반까지 미국 정부기관과 대학교에서 사용됐고, 1980년대 중반 이후 산업체에서도 슈퍼컴 활용 움직임이 시작됐다. 미국 정부는 과학재단(NFS)과 정부 산하 연구소를 중심으로 슈퍼컴퓨팅센터를 설립해 적극적인 지원에 나섰고, 이것이 슈퍼컴퓨터 시대 서막을 열었다.
미국에 이은 두 번째 슈퍼컴퓨터 제조국은 일본이다. 일본은 1980년대 후반 미래 유망 기술로 슈퍼컴퓨팅에 주목하고 10년 이내에 세계 최고 수준 기술을 갖추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러자 흥미로운 사건이 생겼다. 매년 두 차례 발표되는 상위 500위까지 슈퍼컴퓨터 명단에서 단 한 번도 1위를 내준 적 없던 미국이 2002년 6월 일본에 1위 자리를 빼앗겼다. 이른바 ‘컴퓨트니크(Computenik) 사건’이다. 구 소련이 세계 첫 인공위성 스푸트니크호를 쏘아 올려 미국에 큰 충격을 안겼던 과거에 빗대 컴퓨트니크 사건이라 전해진다.

엑사플롭스급 슈퍼컴 연구개발도
다음엔 중국이 일본을 추월하고 더 나아가 미국과 겨루기 시작했다. 중국은 미국의 전략물자를 수입할 수 없고 기술도 전수받을 수 없었던 탓에 슈퍼컴퓨터와 관련한 모든 기술을 스스로 개발해야만 했다. 덕분에 중국은 핵심 부품인 중앙처리장치(CPU)를 자체 개발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2013년 6월 이후 5년 동안 슈퍼컴퓨터 성능 1위를 수성하기도 했다. 이번 평가에서 ‘타이후즈광’이 3위로 밀려나기 전까지 말이다. 다만 500위권 슈퍼컴 대수로 따지면 중국이 미국보다 우세하다. 중국은 전체의 45%에 달하는 227개를 보유한 반면, 미국은 22%의 점유율(109개)을 나타냈다.
이 밖에도 스위스 ‘피즈 데인트’와 독일 ‘Super MUC-NG’가 각각 5위와 8위를 차지했고 아시아권에서는 일본 ‘ABCI’가 7위를 해 10위권 안에 들었다.
슈퍼컴퓨터 분야 주도권을 두고 미국과 중국의 각축전은 지속될 전망이다. 양국 모두 페타플롭스 단위를 넘어선 엑사플롭스(EFlops)급 슈퍼컴퓨터 개발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엑사(exa)는 100경을 세는 단위로 1엑사플롭스는 초당 100경 번 연사를 처리하는 속도다. 현재 가장 빠른 슈퍼컴퓨터 성능을 설명할 때 쓰는 단위 페타(peta)보다 1000배 빠르다. 중국은 5월 ‘톈서 3’, 8월 ‘선웨이 엑사스케일’, 10월 ‘슈광’ 등 엑사플롭스급 슈퍼컴 시제품을 발표했고 2020년까지 이들 제품을 상용화해 국가연구소와 기업 등에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미국은 2021년까지 1엑사플롭스급 슈퍼컴퓨터를 상용화하겠다고 선언했다.
이근하 위클리 공감 기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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