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 밤과 주말 스포츠를 즐기고 싶지만 혼자가 부담스러운 이들을 위한 생활체육 동호회들이 늘고 있다. 주로 낮에 시간을 내기 어려운 직장인들이 단골손님이다.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국민 생활체육 참여 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민 생활체육 참여시간은 저녁 6~10시 사이가 36.3%로 가장 높았다. 당신의 밤잠을 잊게 해줄 만큼 신바람 나게 만드는 동호회들은 어떤 것이 있을까.
점핑하이스카이7
“근력운동과 유산소운동 효과를 동시에”
▶ ‘점핑하이스카이7’ 동호회 회원들이 공연하고 있는 모습 ⓒ점핑하이스카이 7
점핑하이스카이7은 충남 홍성군의 점핑댄스를 하는 신종 동호회다. 점핑댄스란 1인용 트램펄린 위에서 뛰며 다양한 체조 동작을 하는 것을 말한다. 점핑댄스는 체코에서 시작한 생활체육 프로그램으로 국내에는 2014년에 처음 소개됐다. 국제적으로는 점핑피트니스협회가 창설돼 있으며 한국에는 점핑피트니스 코리아 지부 산하 ‘점핑하이협회’가 조직돼 전국적으로 66개 지부에서 점핑댄스를 보급하고 있다. 현재 동호회에 가입한 회원 수만 200여 명. 에어로빅과 유사한 운동답게 회원 대다수는 여성이며 연령대는 유치원생부터 70대까지 폭넓다. 동호인들은 주중 오전 10시와 오후 7시 30분에 모여 점핑댄스 연습을 하고 있다. 현재 점핑하이스카이는 홍성군 생활체육회 소속 동호회로 활동 중이다.
동호회를 이끄는 노윤서 씨는 점핑댄스를 능가할 만한 역동적인 생활스포츠는 흔치 않다며 점핑댄스의 매력에 대해 설명했다. 노윤서 씨의 말이다. “신나는 음악을 틀어놓고 트램폴린 위에서 많은 사람과 뛰다보면 지루하지 않아서 좋아요. 근력운동과 유산소운동 효과를 동시에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고 무엇보다 복부비만 관리, 다이어트에 좋아 주부들에게 인기가 매우 높습니다. 동작도 배우기 어렵지 않아 초보자라도 누구나 쉽게 따라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요.”
점핑댄스는 바닥이 아닌 트램펄린 위에서 하는 운동이다 보니 무릎관절이 약한 노약자들에게도 부담이 적은 편이다. 72세로 동호회 최연장자인 오계자 씨는 “땀도 재미나게 날 만큼 신나는 운동”이라며 “너무 재미있어서 하루라도 연습을 빠지면 견딜 수 없을 정도로 중독성이 있고 운동 효과도 좋다”고 말했다. 이 동호회는 주기적인 연습 외에도 창단 이후 현재까지 전국에서 열리는 체조경연대회나 각종 행사 초청 공연에 응하는 등 왕성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충남 어머니생활체육대회 기구체조 부문에 참가, 점핑댄스로 1위를 차지한 데 이어 도민생활체육체전에서는 기구체조 부문 2위에 오르며 실력을 뽐내기도 했다. 이봉주 마라톤대회, 공주 어머니생활체육대회, 전주 한옥마을 등에서 초청받아 점핑댄스를 선보인 적도 있다. 점핑댄스가 다이어트에 효과적이라는 정보가 알려지면서 홍성 지역에도 군민 건강 증진 프로그램 일환으로 점핑댄스 강좌 무료 체험을 제공하는 기관도 등장했다.
홍성군보건소는 올해 군민 비만율을 낮추기 위해 신청을 받아 점핑 강좌를 운영했고, 생활체육회 역시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체험프로그램을 제공했다. 노윤서 씨는 “해당 프로그램을 통해 점핑댄스에 매력을 느낀 이들이 프로그램 종료 후에 동호회원으로 활동하는 경우가 많다”며 “몸무게 앞자리가 달라질 정도로 다이어트에 효과가 좋다는 얘기를 많이 한다”고 말했다.
블라댄 2030
“화려한 스텝, 살사댄스에 한번 빠져보실래요?”
▶ ‘블라댄 2030’ 동호회 회원들이 살사댄스를 추며 스트레스를 풀고 있다. ⓒ블라댄 2030
요즘 20~30대 직장인들이 활력 있으면서도 차별화된 즐길 거리로 각광받는 것이 댄스 분야다. 과거에는 사교댄스라고 불리면서 부정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던 것이 최근 몇 년간 인식 변화를 통해 많이 대중화됐다. ‘블라댄 2030’은 서울 지하철 강남역 인근에서 모임을 갖는 라틴 댄스 동호회다. 라틴 댄스를 대표하는 살사댄스는 쿠바에서 시작된 4분의 4박자 ‘살사’라는 장르의 음악에 맞춰 추는 춤이다. 살사댄스는 마을 축제나 파티에서 자유롭게 즐기고 가족끼리 일을 하다 잠시 쉬면서도 출 만큼 대중적인 남미 댄스다. 기본 동작은 남녀가 마주 서서 손을 잡고 밀고 당기는 기본 스텝과 손을 엇갈려 잡은 후 복잡한 회전을 섞은 응용동작으로 구성된다. ‘블라댄 2030’에서 활동하는 회원 수는 300여 명이다. 대부분 20~30대 직장인이다.
동호회 회원들은 살사 음악이 흘러나오는 순간, 다른 사람의 시선은 신경 쓰지 않는다. 흥겨운 음악에 푹 파묻혀 사람들과 정신없이 춤을 추다 보면 오늘 회사에서 있었던 언짢은 일은 까맣게 잊어버린다. 동호회에서 살사댄스를 가르치는 남규민 강사의 말이다. “한국에 처음 살사가 들어왔을 때에는 남녀 간의 사교댄스를 색안경 끼고 보는 사람이 많았습니다. 춤바람 나면 패가망신한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었어요. 하지만 살사는 자신의 감정을 예술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건강한 생활체육입니다.”
살사댄스는 가벼운 유산소 운동이라 운동의 효과가 탁월하다. 직장인들은 다양한 동작을 통해 평소 쓰지 않던 근육을 쓰기 때문에 근육 단련, 노화 방지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신나는 음악을 들으며 비트와 리듬에 몸을 맡기다 보면 쌓인 스트레스가 해소된다. 새로운 것을 익히고 배우는 행위를 통해 정신적인 만족감도 느낄 수 있다. 살사댄스를 통해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인간관계를 넓히는 기회도 갖게 된다는 장점이 있다.
살사댄스를 즐기는 데에는 큰 비용이 들지 않는다. 화려한 무대의상은 필수조건이 아니다. 퇴근하고 편안한 옷차림으로 와서 즐기는 회원들이 대다수다. 살사는 육체와 정신 건강에 좋기로 잘 알려져 있다. 춤을 처음 배우는 사람도 전혀 문제될 게 없다. 살사는 ‘걷는 춤’이기 때문이다. 스텝에 맞춰 앞뒤로 잘 걸을 수 있다면 누구든지 따라 할 수 있다. 남규민 강사는 “음악에 맞춰 파트너와 호흡을 맞추고, 스텝을 하나씩 밟다보면 직장생활로 쌓인 스트레스가 순식간에 사라져버린다”며 “이 정도로 흥겨운 유산소운동은 찾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남 강사는 살사를 자신의 끼와 감정을 표현하는 춤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살사는 혼자 추는 춤이 아니라 파트너와 함께 추는 춤이기 때문에 팀워크도 중요하다. 20대 초반부터 40대까지 연령대도 다양한 살사댄스 동호회 회원들. 이들에게 살사댄스는 스트레스 해소의 창구이자 새로운 사교의 장이 되고 있다.
강릉컬링클럽
“평창동계올림픽 종목을 생활체육으로 발전시켜야”
▶ 강릉컬링클럽 동호회 회원들은 일주일에 두 번 빙상장에 모여 컬링을 즐긴다. ⓒ강릉컬링클럽
강원도 강릉시에는 특별한 생활체육 동호회가 있다.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두고 강릉에서는 직장인 컬링 동호회가 운영되고 있다. 평창동계올림픽 때 컬링 경기를 비롯한 빙상 종목의 경기가 강릉에서 열린다. 컬링은 각각 네 명으로 구성된 두 팀이 빙판에서 둥글고 납작한 스톤을 미끄러뜨려 표적 안에 넣으면 득점하는 경기 종목이다. 강릉의 대표적인 컬링 동호회인 ‘강릉컬링클럽’의 회원 수는 20여 명. 회원 수는 주부와 직장인을 중심으로 점점 늘어나는 중이다. 이들은 일주일에 두 번 정도 강릉빙상장에 모여 두 시간가량 컬링 경기를 한다.
컬링을 하는 데 특별한 개인 장비는 필요치 않다. 규칙은 간단해 하루 정도만 배우면 누구나 즐길 수 있다. 현재 컬링 동호회는 강릉에서만 강릉컬링클럽, 홍제동, 주문진 교사들로 구성된 용문클럽, 솔향클럽 등 100여 명이 활동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컬링은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운동이라 동호인들이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강릉에서는 읍·면·동별 컬링 동호회 대항전도 열린다. 강릉컬링클럽 천인선 회장은 “고령화 사회에서 장애인과 비장애인 모두에게 적합한 운동이 컬링”이라면서 “빙판을 닦으며 스톤의 속도를 조절하는 스위핑은 특히 운동 효과가 크고, 빙판 위의 체스라 불릴 만큼 치밀한 전략을 세워야 하는 운동이라 치매 예방에도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또한 컬링은 유독 가족과 함께하는 경우가 많다. 컬링을 처음 시작할 때 형제, 자매 또는 부모들과 함께해 프로 선수가 된 경우도 있고, 가족이 함께 컬링 동호회에 가입해서 활동하기도 한다.
컬링은 사계절 내내 즐길 수 있어 이미 캐나다와 미국에서는 대중적인 생활체육이다. 현재 캐나다에는 컬링장이 1500개, 미국은 150개, 일본이 15개 정도 운영되고 있다. 특히 이들 국가에서는 노년층이 컬링을 많이 하고 있다. 천인선 회장은 “고령화 사회에 진입한 한국에 적합한 동계 스포츠가 바로 컬링”이라면서 “평창동계올림픽에 대한 관심이 일회성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동계 스포츠가 이번 기회에 생활체육으로 자리매김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강릉시는 컬링 종목에 대한 홍보를 지속적으로 하는 한편 교육기관과 의료기관, 대규모 사업장 등으로 확대해 다양한 분야의 직장인 컬링 동호회가 구성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방침이다.
김태형 | 위클리 공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