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 단원구에 거주하는 최풍자 씨는 고전 독서모임(한마음 상록회)에서의 독서와 토론을 통해 인생관이 바뀌었다. 한때 스스로를 무기력한 노인이라 생각했던 최 씨는 현재 다양한 봉사활동을 통해 ‘선배 시민’으로서의 자긍심을 갖고 사회에 참여하고 있다.
수원에서 참가한 변강수 씨는 노숙생활 중 ‘자신과 이웃을 생각하는 삶’이라는 인문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됐다. 이 프로그램 참여로 변 씨는 발표와 토론, 글쓰기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폐쇄성을 극복할 수 있었다. 그는 자활 의지를 다지고 지금은 ‘리스타트 자활사업단’에서 서적 판매업무를 하며 사회와 소통하고 있다.
성공회 대전나눔의 집 지도사제인 유낙준 신부는 범죄청소년 로드스쿨 ‘내 발걸음으로!’ 사례를 소개했다. 이 프로그램은 소년원 구금 대상자인 청소년을 대상으로 청소년들이 글쓰기와 그림그리기를 통해 자신이 어떠한 길을 걸어왔는지를 객관화하고 실제로 10일간 지리산 둘레길을 걸으며 삶의 목적을 명확히 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구금(拘禁)보다 야외에서, 혼자가 아니라 다 함께, 성찰과 행동을 동시에 추구하는 활동을 통해 사회적 관계 속에서의 새로운 교정모델을 제시했다.
이처럼 인문학적 가치는 개인의 행복을 이뤄가는 중요한 정신적 토대가 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7월 9일 국립중앙도서관 국제회의장에서 ‘인문정신, 사람과 사람을 잇다’를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행복지수 하락의 대안으로 인문정신 관심 높아져
2013년 10월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인 문화융성위원회 내에 구성된 특별위원회는 지난 5~6월 경기·강원·충청·호남·영남 전국 5개 권역에서 5차례 간담회를 통해 현장의 의견을 수렴했다. 인문정신문화특별위원회가 주최하고 문화체육관광부와 교육부가 후원하는 이번 행사는 다양한 인문적 경험을 공유하고 인문정신문화 진흥을 위한 의견들을 논의하는 자리다. 이번 대토론회는 한국국학진흥원, 한국연구재단, 한국학중앙연구원이 공동 주관했다.
1부에서는 인문특위 위원장이자 문학평론가인 유종호 대한민국예술원 회장이 기조강연을 했다. 유 회장은 광복 이후부터 우리 사회의 물질적·정신적 변화를 직접 경험해 온 원로로서 지금의 사회적 문제들을 풀어갈 해법의 하나로 인문정신을 강조했다.
2부에서는 생활 현장에서 스스로를 성찰하고 바람직한 삶의 의미를 찾아온 사람들의 다양한 사례를 소개해 참여자들의 공감을 이끌어냈다. 이 외에도 어르신, 주부 등 일반 시민과 현장활동가가 함께 참여해 1인 1독서동아리 갖기운동, 어머니 고전공부 모임, 어린이 인문교육, 인문적 관점의 자활사업 등에 관한 현장 경험을 발표했다.
3부에서는 현장전문가와 특별위원회 위원이 전국의 인문정신활동을 종합하고 현재 한국사회에서 인문정신문화 진흥의 바람직한 방향에 대해 논의하는 장이 펼쳐졌다. 특별위원회 위원이자 대토론회 추진단장인 권영민 교수(단국대 석좌교수)의 사회로 진행된 마지막 세션은 인문정신문화의 현재를 진단하고 인문정신 문화의 미래를 심도 있게 논의했다.
특별위원회 관계자는 “그동안 이룩해 온 물질적 성과에도 불구하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발표한 ‘행복한 삶 지수’ 등을 살펴볼 때 개인이 체감하는 행복도는 지속적으로 하락해왔고, 이의 대안으로 최근 인문정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행복지수는 2012년에는 OECD에 속한 34개국 가운데 27위, 지난해에는 33위를 차지해 하위권에 속해 있다.
“지식 습득과 앎으로서의 인문학을 넘어 행복한 삶을 위한 가치로서의 ‘인문정신’의 중요성을 생각해야 할 때”라고 이어 덧붙였다.
글·김성희 기자 2014.07.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