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울림(통기타), 소리바람(오카리나), 이현소리(해금), 우쿨소리(우쿨렐레), 소사이어티앙상블팀(클래식 앙상블)…. 경기 광명시에서 활동하고 있는 음악 동호회들이다. 동호회들의 주인공은 경기 광명시 주부들. 그곳에서 터를 잡고 아이를 기르는 주부들로 구성된 동호회들은 광명시의 각 기관들이 운영하는 생활악기 강좌에 서 만난 이들이 조직해 짧게는 2년, 길게는 10년 동안 활동해왔다.
이들은 ‘광명 문화의 집’의 지원을 받아 저렴한 가격으로 이곳에서 악기 레슨을 받거나 연습실을 사용하고 있다. 게다가 이들 동호회들은 각각 활동하는 데서 나아가 지난해부터는 연합해 합동 공연도 진행한다. 지난해 4개의 동호회가 참여한 데 이어 올해 9월에는 5개의 동호회가 모여 공연을 펼칠 예정이다. 특히 광명 문화의 집은 올해 ‘문화가 있는 날’ 생활문화 동호회 활성화사업 공모에 선정(상자기사 참조)돼 정부 지원을 바탕으로 더 활발한 활동을 벌여나갈 계획이다.
우쿨렐레, 오카리나, 해금, 기타는 우리에게 친숙한 악기지만, 넷의 어울림은 언뜻 그려지지 않는다. 그러나 이들 악기로 구성된 오케스트라 ‘하모니’는 어디서도 들어보지 못했지만 멋진 하모니를 만들어내고 있다.
▷경기 광명 문화의 집 지원으로 통기타, 오카리나, 해금, 우쿨렐레, 클래식 앙상블 동호회들이 운영되고 있다. 동호회에 참여 하고 있는 광명시 주부들.
어디서도 들어보지 못한
아름다운 음악 소리
소리울림 동호회 남궁나영(47) 회장은 지난해 열렸던 ‘하모니’ 공연을 이렇게 회상했다.
“한마디로 감동적이었어요. 그동안 저희끼리만 해오던 공연 준비나 기획회의, 홍보, 자리 배치까지 다른 동호회와 함께 하면서 가능성을 느꼈고 보람도 있었어요. 올해도 그런 기회가 마련돼 기뻐요. 하모니 공연 이후 동호회끼리 교류하게 된 것이 참 좋은 것 같아요.”
소리바람 동호회 회장인 강숙(49) 씨 역시 ‘하모니’를 통한 동호회 간 교류에 큰 의의를 두었다.
“콜라보레이션(공동 작업) 공연을 하고 나서 다른 동호회 사람들과 광명 문화의 집에서 마주치면 눈 맞춤을 하게 되더라고요. 광명 문화의 집이 추구하는 목적과도 잘 부합하는 셈이죠. 마을 주민들의 구심점이 되고자 하는 것이 바로 광명 문화의 집의 목적이거든요. 함께 연주하기 전에는 불협화음이 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막상 해보니 저희뿐만 아니라 관객도 만족했어요.”
우쿨소리 회장인 김송란(54) 씨는 다른 악기와의 합주로 전체 연주 수준이 올라갔다고 평가했다.
“그동안 자신의 악기만 알고 있다가 합주를 하니까 실력이 올라가는 것 같아요. 하모니는 정말 완전한 오케스트라였거든요. 전문적인 강사님으로부터 교육받을 수 있는 기회가 있어 좋았어요.”
이현소리 부회장인 최정난(50) 씨 또한 “편곡도 도움을 받을 수 있었고, 전문 세션과 함께 연주할 수 있어서 기쁨이 더 컸다”고 회상했다.
1인 1악기 갖기 운동 팍팍한 삶에 활력
광명시는 2005년부터 ‘1인 1악기 갖기 운동’을 시작했는데, 그 결실이 10년째 되는 지금 여실이 드러나고 있다. 그 당시 악기 배우기를 시작한 이들이 지금까지 동호회 활동을 이어오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10년째 오카리나를 연주하고 있는 강숙 씨는 “팀원들이 가족처럼 느껴진다”고 말한다. 10년 전 어린아이였던 자녀들은 이제 대학생이 됐다. 남궁나영 씨도 광명시의 이런 분위기에 자랑스러운 마음을 갖고 있다.
“광명시에서 23년을 살았는데, 1인 1악기 갖기 운동으로부터 시작해 생활문화 동호회 사업 덕분에 전 시민이 예술인이 돼가고 있는것 같아요.”
강숙 씨는 음악의 유익한 점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악기를 배우고 싶은 일반인들을 위해 악기를 선택하는 요령을 알려줬다.
“나이 들어서 어려운 악기를 선택하면 중간에 포기하기 쉬워요. 오카리나는 연주하기 쉽고 가지고 다니기도 편해요. 처음 배우면서 바로 동요부터 시작할 수 있거든요. 악기를 배우면서 문화 소비자에서 생산자가 되는 거예요. 나름 자부심을 갖게 됩니다.”
최정난 씨 역시 해금의 매력에 대해서 소개했다.
“해금은 어떤 악기와도 어울리기 좋은 악기예요. 오는 11월에는 ‘이현악기’가 자체적으로 처음으로 공연을 마련해요. 그동안 열심히 쌓아온 것들을 보여줄 수 있는 시간이 될 것 같아요.”
김송란 씨는 동호회를 통해 느끼는 ‘함께 나누는 기쁨’을 강조했다. 이 부분이 바로 음악을 하는 이유이자 가장 큰 행복일 것이다.
“혼자 하는 연주가 아닌 합주를 하고, 지역사회에서 활동할 때 삶의 안정감을 느껴요. 이제 100세 시대라는데 악기 연주를 하면서 활기차고 건강하게 지낼 수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봉사활동이나 행사를 계속하면서 여러 사람들과 음악을 나누고 싶어요.”
이들의 특별한 ‘하모니’는 9월 마지막 주 수요일 ‘문화가 있는 날’을 통해 공개될 예정이다.
‘문화가 있는 날’ 생활문화 동호회
함께 즐기는 놀이판을 열자
올해 6월부터 10월까지 다섯 달 동안, 매달 마지막 수요일인 ‘문화가 있는 날’을 중심으로 전국 각지에서 생활문화 동호회와 지역주민들이 함께 즐기는 놀이판이 열린다. 문화체육관광부는 국민들의 ‘문화융성’ 체감을 확산하기 위해 추진하고 있는 ‘문화가 있는 날’ 사업의 일환으로 ‘2015 생활문화 동호회 활성화사업’의 공모를 실시해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에 선정된 37개 생활문화시설에서는 개성 넘치는 생활밀착형문화 프로그램들이 진행된다. 제주시 한림읍 주민자치위원회에서는 ‘만들고, 쓰고, 난장 피고, 모여서 장을 열고’를 주제로 매달 ‘문화가 있는 날’에 공예(7월), 휘호·그림·사진(8월), 공연(9월), 문화장터(10월) 행사를 개최한다. 전남 담양군에서는 담양문화원 주최로 생활문화 동호회와 지역주민들이 대나무의 색과 소리를 주제로 공연 및 전시 등 종합발표회를 열고, 경남 김해시 내외문화의집에서는 ‘엄마! 어디가?’를 주제로 한 뮤지컬 창작 활동을 통해 엄마들의 자아 찾기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또한 7월 ‘문화가 있는 날’에 강원 정선군에서 개최되는 생활문화제를 시작으로, 9개 권역별로 생활문화 동호회 교류 행사 및 주민 참여 축제가 열린다. 10월 말에는 종합 생활문화 축제인 ‘전국 생활 문화제’를 열어 생활밀착형 문화 프로그램과 권역별 생활문화제에서 발굴한 우수한 문화 행사 및 동호회를 소개할 예정이다.
글 · 두경아 (객원 기자) 2015.6.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