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차 생물다양성협약(CBD) 당사국총회를 계기로 생물자원에 대한 관심이 높다. 생물자원이란 ‘인류를 위하여 실질적 또는 잠재적으로 사용되거나 가치가 있는 유전자원, 생물체 또는 그 부분, 개체군 또는 생태계의 그밖의 생물구성요소’를 말한다. 대중에게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이미 일상생활 깊숙이 들어와 활용되는 자원이다. 주로 화장품이나 의약품의 원료로 많이 사용된다. 현재 국내에서 사용하는 생물자원의 70퍼센트는 수입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해마다 해외에 지불하는 금액만 1조5천억원이다. 국가의 경제적 이익이 걸려 있는 만큼 생물자원을 중심으로 한 국가 간의 보이지 않는 경쟁이 치열하게 펼쳐지고 있다.
생물자원 70퍼센트 수입 의존… 추가 비용 5천억원 예상
이번 당사국총회에서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10월 12일 발효하는 나고야의정서다. 정부는 나고야의정서가 발효되면 한국이 해외생물자원을 이용하는 대가로 지불해야 하는 추가 이익공유 비용이 5천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한다. 오좌섭 경기과학기술진흥원 천연물신약연구소장은 “한국은 전체 생물자원의 70퍼센트 가까이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의정서가 발효되면 전 산업분야에서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자생생물자원의 자체 확보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일부 국가의 경우 높은 금액을 제시하더라도 생물자원의 해외유출을 금지할 가능성도 있다. 또 경제적·정치적 관계에 따라서 한국만 생물자원을 사용하지 못하게 할 수도 있다. 일단 나고야의정서가 발효되면 자원국들이 각자가 가진 생물자원의 반출 규정을 까다롭게 만들리라는 것은 쉽게 예상할 수 있는 일이다. 복잡하고 어려운 상황이 발생할 수 있어 이에 대한 대비책 마련이 시급하다.
현재 한국에는 약 10만여 종의 생물이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지금까지 약 4만1천여 종을 찾아낸 상태다. 남은 종에 대한 연구가 절실하다. 한국에서 연구가 더딜 경우 이들 생물자원이 해외로 유출돼 자원화될 가능성이 있어서다.
실제 그런 사례가 있다. 19세기 말부터 미국과 일본 등이 한반도의 고유 생물자원을 수집해 상품화했다. 지리산과 한라산의 대표 식물인 구상나무는 1904년 유럽으로 반출돼 훌륭한 크리스마스 트리 재료로 널리 사용됐다. 북한산에 서식하는 국내 토종식물 ‘수수꽃다리’는 1947년 미국으로 반출돼 ‘미스킴라일락’으로 불리며 정원수로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그밖에 곤충과 어류의 반출도 빈번하게 이뤄진다. 한국은 원산지이지만 이들 생물종을 돈을 내고 역수입해야 하는 상황이다.
생물산업 육성·지원사업에 내년 예산 25억원 배정
정부는 토종생물의 무단 반출을 막고 한반도의 생물자원 확보에 힘쓰고 있다. 환경부는 국내 생물자원으로부터 유용한 소재나 원료를 발굴해 국내 생물산업을 육성하고 지원하는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이와 관련한 2015년도 예산으로 25억원을 배정했다.
한편 이번 ‘제12차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를 개최하면서 막대한 경제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회의가 열리는 강원도의 지역경제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에 따르면 이번 행사를 개최하면서 총 4,631억원의 경제 파급효과가 발생할 전망이다. 또 760여 명의 고용유발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강원도는 이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회의에 사용되는 식자재와 회의 장비 등을 주로 강원도에서 생산한 것으로 사용한다. 또 총회장 내에 강원특산물 판매장을 운영해 지역농가의 수익을 늘리고 지역특산물을 세계에 알리는 계기로 활용한다.
한국을 비롯한 강원도의 브랜드 가치 상승에도 도움이 된다.
이번 총회의 결과물인 ‘강원선언문’에는 ‘강원’이라는 명칭이 포함되기 때문에 전 세계에 강원도를 알릴 수 있다.
글·박성민 기자 2014.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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