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경
무언가를 시도하려다가 멈칫하거나 뭔가를 완벽하게 만들려다가 지쳐 나가떨어지려는 순간이 있다. 그럴 때 나는 이 말을 중얼거린다.
“완벽한 요가원을 찾지 않는다.”
몇 년 전 겨울이었다. 혼자 일하다 보니 누구도 나를 책임져주지 않는다는 생각에 날마다 마음이 요동쳤고 사람들에게 좋은 이야기를 들려주려면 좋은 마음이 장착돼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마음 수련차 요가를 배우겠다고 결심했으나 한 가지 문제가 있었다. 당시 나는 모든 기준을 빡빡하게 세우는 편이었고 그때도 세상 빡빡한 눈으로 동네를 둘러봤다. 내가 원하는 조건은 이러했다.
① 집에서 가까울 것
② 내가 원하는 시간대에 수업이 있을 것
③ 싸면 좋다
④ 시설이 깨끗했으면
⑤ 정신 수련을 가르칠 것
집 근처에 요가원이 다섯 군데가 넘게 있었지만 비싸거나 시간이 안 맞거나 멀거나 다이어트에만 집중하는 것 같았다. 당시 나는 우산을 하나 고르는 데만 한 달이 넘게 걸렸던 터라 이대로라면 당장은 고사하고 내년에도 요가를 배우지 못할 게 분명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키워드를 다르게 적어 계속 검색해봤지만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나는 아까 보고 닫아버린 글들을 읽고 또 읽었다. 그러다가 나도 모르게 “다 별론데”라고 중얼거렸다. 그 순간 새로운 생각이 고개를 들었다.
‘모든 곳이 별로라면 이 중 어디에 가도 상관없지 않나?’
일이 잘 풀리지 않는다면 그 일을 하려는 근본적인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나의 목표는 요가를 배우는 것이지 최고의 요가원을 찾는 것이 아니었다. 지금 선택한 이곳을 평생 다닐 리도 없는데 왜 평생 치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미리 따지지? 일단 요가를 시작하고 더 좋은 요가원을 찾으면 그때 옮겨도 되잖아? 무언가를 실행하려면 첫 단계를 쉽게 설정해야 한다. 그래서 나는 결심했다. 포털에 검색해 가장 위에 나오는 요가원에 가보기로.
검색 후 가장 위에 뜬 요가원은 집에서 좀 멀고 시설은 좀 허름하지만 동네에서 제법 오래된 곳이었다. 나는 그곳에 전화를 걸어 마음을 수련하는 수업이 있는지, 그 수업을 한 시간 정도 체험해볼 수 있는지 물었고 보통 새벽 수련이 그런 분위기이며 내일 오전 6시에 오면 된다는 답을 들었다. 그리고 다음 날, 첫 운행을 준비 중인 버스들을 지나쳐 요가원에 도착해 보니 놀랍게도 수련생은 나 혼자였다. 부원장도 이런 일은 드물다고 했다. 나는 그날 부원장에게 일대일 교습을 받고 한 달분을 등록했으며 여차저차 하다가 지도자 과정까지 수료했다.
단 한 번의 무모한 시도였는데 그것이 가져온 결과는 이후 내 사고방식을 완전히 바꿨다. 무언가를 시도하려다가 멈칫하거나 뭔가를 완벽하게 만들려다가 지쳐 나가떨어지려는 순간 나는 “완벽한 요가원을 찾지 않는다”를 중얼거린다. 그런 다음 눈을 질끈 감고 아무렇게나 스타트를 끊는다. 그러면 신기하게도 전 단계에서는 풀리지 않던 문제가 간단히 해결된다.
올 초에는 문득 주짓수(브라질 유술)를 배워야겠다고 생각했다. 이번에도 “완벽한 요가원을 찾지 않는다”를 중얼거리며 집 근처 주짓수 학원을 이미 찾아두었는데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니 갑자기 만사가 귀찮다. 과연 나는 올해 주짓수를 배울 것인가!
김은경 출판 기획 에디터 겸 작가_ 12년 차 에디터. <에세이를 써보고 싶으세요?>를 썼다. 2022년에는 ‘성장’과 ‘실행’이라는 키워드에 집중해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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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