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경
나는 프리랜서 에디터이자 기획자이며 글쓰기를 가르치는 강사다. 그리고 몇 년 전 한 가지 직업이 추가됐으니 바로 요가 강사다. 프리랜서 생활을 하다 보니 마음 수련을 좀 하고 싶어서 명상을 배우러 요가원을 찾았는데 눈떠보니 지도자 자격증이 내 손에 들어와 있었다. 포털 검색창에 동네 이름과 ‘요가원’을 적을 때는 상상도 하지 못한 결과다.
그래서 지금 요가 수업을 정식으로 하고 있느냐 하면 그건 아니다. 가족이나 친구들만 가끔 가르치는 정도인데 수련을 하다가 크게 다쳤기 때문이다. 2년 전, 지도자 자격시험을 두 달 정도 앞두고 있을 때였다. 수련을 꾸준히 해온 터라 각 동작을 제법 멋지게 해낼 수 있었는데 욕심을 내다가 등을 크게 다쳤다. 등에는 팔다리로 향하는 모든 신경이 모여 있었고 그 탓에 등은 물론 팔다리, 눈꺼풀까지 전기충격을 받는 듯 찌릿해 잠을 잘 수가 없었다. 누워 있어도 아프고 앉아 있어도 아팠다. 마치 어떻게 앉고 누워야 할지를 모르는 사람이 된 것 같았다.
어느 병원에서는 허리 디스크 증상이라고 했고 어느 병원에서는 이상이 없다고 했다. 지인에게 물어물어 용하다는 물리치료사를 찾아갔을 때는 등도 등이지만 내 체형 자체에 큰 문제가 있다는 말을 들었다. 그는 내 몸을 살피며 더 나이 먹어서도 걷고 싶으면 젊었을 때 최대한 움직이지 말라고 했다. 그날 집에 오는 지하철에서 내내 울었다. 모든 것이 끝난 듯한 느낌이었다.
어느 곳의 진단이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2년이 지난 지금, 나는 요가도 잘하고 잘 걷고 있다. 피곤하면 허리가 몹시 아프고 격한 동작은 할 수 없는 몸이 돼버렸지만 나는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멋진 요가 강사로 활동할 수 있다는 것을 안다. 2019년, 미국의 배우 안젤리나 졸리는 <타임>지에 유방암을 예방하기 위해 유방 절제술을 받았던 이야기를 실었다. 여성은 자신의 몸을 위해 더 다양한 선택지를 가져야 한다는 요지의 글이었는데 그중 이런 문장이 있었다.
“사람들은 내게 내 몸의 상처를 어떻게 느끼냐고 묻는다. 상처는 우리가 무엇을 극복했는지를 떠올리게 한다. 그것들이 우리를 유일무이한 존재로 만든다.”
나는 사람들에게 고난도 자세를 알려줄 수는 없지만 상체를 숙이거나 젖힐 때 다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안다. 허리가 안 좋은 사람에게는 어떤 동작을 피해야 하는지를 알려주고 그것을 대체할 동작을 안내할 수도 있다. 그리고 애초에 요가를 배운 목적이 마음 수련이었기 때문에 마음을 고요히 하는 법을 알려줄 수 있다. 만약 내가 진짜 요가 강사가 되려 한다면 상처 덕에 나의 역할은 명확해진다. 무리하지 않는 동작을 하면서 마음 수련을 목적으로 하는 요가 강사. 누군가는 과거의 나처럼 마음을 가라앉히고 싶어서 요가를 찾을 테니까.
저 문장을 다시 보니 당시 요가원 선생님과 동기들이 내게 해준 말이 떠오른다. 아파본 선생님만이 아픈 사람들을 가르칠 수 있는 거라고. 그리고 그렇게 아픈 순간에야 비로소 겸손함을 쌓을 수 있는 거라고. 상처는 우리가 무엇을 극복했는지를 떠올리게 한다. 적어도 이 상처는 나를 유일무이한 존재로 만들었다.
김은경 출판 기획 에디터 겸 작가_ 12년 차 에디터. <에세이를 써보고 싶으세요?>를 썼다. 2022년에는 ‘성장’과 ‘실행’이라는 키워드에 집중해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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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