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의 멤버 뷔의 자작곡 ‘스위트 나이트’가 jtbc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 OST에 수록되면서 K-OST 흥행의 포문을 열었다.
‘K-OST’가 또 하나의 한류 열풍을 견인하고 있다.
우리나라 드라마나 영화, K-팝이 전 세계를 휩쓸면서 한류열풍을 주도해온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지만 최근 들어서 한국산 OST(주제가)가 인기대열에 합류한 것은 주목할 만한 일이다. OST(Original soundtrack)는 말 그대로 드라마나 영화에 삽입된 음악을 통칭한다. 오래 전부터 우리나라에서도 외국 영화나 드라마에 삽입된 팝 음악이나 연주 음악이 인기를 끌었던 예는 얼마든지 있다. 영화음악의 대가인 엔니오 모리코네는 우리나라에서 트리뷰트 콘서트(헌정 공연)를 가질 정도였고 최근에는 영화 <라라랜드>의 OST가 큰 인기를 얻기도 했다.
이제는 우리 가수들이 만들어 부른 노래가 국내를 넘어서 전 세계에서 흥행 열풍을 불러오고 있다. 각종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를 통해서 한국산 드라마나 영화들이 세계 각국에서 인기를 얻으면서 여기에 삽입된 노래들이 덩달아 사랑 받고 있는 것이다.
방탄소년단이 주도한 K-OST 열풍
그 선두에 선 아티스트는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멤버 뷔다. 그의 자작곡 ‘스위트 나이트(Sweet Night)’는 2022년 초 음원 스트리밍(재생) 서비스 스포티파이에서 1억 9000만 스트리밍을 돌파하면서 K-OST 흥행의 포문을 열었다. 또 해외 언론의 극찬이 이어지면서 118개국 아이튠즈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에 방영된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 OST로 발매된 이 곡은 뷔가 작사, 작곡, 프로듀싱, 노래까지 참여했다.
뷔의 기세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2021년 12월 24일 발매한 SBS 월화드라마 <그 해 우리는>의 OST에 수록된 ‘크리스마스 트리(Christmas Tree)’ 또한 큰 반향을 불러오고 있다. 이 노래는 1월 5일 우리나라 드라마 OST 가운데 처음으로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인 ‘핫 100’에 진입해 79위에 올랐다. 이 드라마 역시 넷플릭스를 통해 방영되고 있다.
뷔의 노래가 세계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것은 방탄소년단의 영향력도 한 몫 했지만 K-드라마의 인기에 힘입은 바 크다. 그동안 아이돌 그룹이 선보여온 퍼포먼스 위주의 K-팝 댄스곡이 아니라 어쿠스틱 선율을 가진 서정적인 노래라는 점도 눈길을 끈다.
이에 앞서 방탄소년단의 멤버 진이 2021년 11월 발표한 드라마 <지리산>의 OST ‘유어스(Yours)’도 100개국에서 아이튠스 1위를 기록한 바 있다. 송혜교 주연 드라마 <지금 헤어지는 중입니다>의 주제곡 ‘아이 미스 유(I miss you)’를 부른 송유진도 송혜교의 인기에 힘입어 아시아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다.
▶SBS 드라마 <지금 헤어지는 중입니다> OST에 수록된 송유진의 ‘아이 미스 유’가 아시아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다.
▶남혜승 음악감독이 OST에 참여한 SBS 드라마 <그 해 우리는>
대형 가수들도 OST 도전
OST의 인기는 국내에서도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가수 임영웅의 첫 OST ‘사랑은 늘 도망가’가 대표적인 음원차트인 멜론 톱100의 1위에 오르는 등 각종 차트를 휩쓸고 있다. ‘사랑은 늘 도망가’는 KBS2 주말드라마 <신사와 아가씨>의 메인 OST 곡으로 이문세의 노래를 담백하게 편곡했다. 임영웅의 소속사는 최근 ‘사랑은 늘 도망가’의 뮤직비디오와 공식 오디오 영상, 가사 영상, 음원 영상이 총 3100만 뷰를 돌파했다고 발표했다.
<그 해 우리는>은 뷔의 노래 외에도 다양한 OST 곡으로 주목받고 있다. 가수 이승윤이 부른 OST ‘언덕나무’와 양요섭의 ‘아직도 좋아해’가 음원차트를 휩쓸면서 인기를 얻고 있다. JTBC <싱어게인>의 우승자인 이승윤은 편안한 휴식 같은 느낌의 노래로 대중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도깨비>, <사랑의 불시착> 등 히트 드라마의 OST를 탄생시킨 남혜승 음악감독이 참여한 <그 해 우리는>의 음악이 넷플릭스 방영으로 세계 시장에서도 통할지 기대할만하다.
이처럼 OST가 세계적인 주목을 받자 최근 들어 대형 가수들도 OST에 도전하고 있다. 종영한 MBC 인기 드라마 <옷소매 붉은 끝동>의 OST에는 가수 이선희가 5년 만에 참여했으며 아이돌 그룹 ITZY의 리아도 합류해 눈길을 끌었다. 이들 인기가수의 OST 참여가 드라마의 인기를 견인하는데 기여했다는 평가다.
이제 K-콘텐츠에 팝, 드라마, 영화, 웹툰에 이어 OST도 이름을 올린 셈이다. 아카데미 영화상이나 골든글로브, 그래미 시상식에서 우리나라 콘텐츠의 OST에 참여한 가수가 상을 받는 날도 멀지 않은 듯하다.
오광수 대중문화평론가(시인)_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하고 오랫동안 문화 분야에서 기자로 일했다. 저서로는 시집 <이제 와서 사랑을 말하는 건 미친 짓이야>, 에세이집 <낭만광대 전성시대> 등이 있다. 현재는 문화 현장에서 일하면서 평론가로도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