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3월 18일 강원 평창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패럴림픽 폐회식에서 다음 대회 개최지인 중국 베이징의 시장이 이양 받은 아지토스기를 흔들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올림픽을 둘러싼 우리말
지구촌 겨울축제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이 막을 내렸습니다. ‘함께하는 미래(Together for a Shared Future)’란 표어로 열린 이번 대회는 91개국에서 2900여 명의 선수가 출전해 2월 20일까지 7개 종목 109개 금메달을 놓고 선의의 경쟁을 펼쳤습니다.
‘더 빨리, 더 높이, 더 힘차게-다 함께’라는 올림픽 정신에 맞춰 모든 선수가 최선을 다해 스포츠의 즐거움과 열정을 공유했는데요. 코로나19 대유행이란 살얼음 환경 속에서도 선수들이 만들어낸 ‘각본 없는 드라마’는 국민들에게 감동과 환희를 안겨주기에 충분했습니다.
베이징동계올림픽은 끝났지만 또 하나의 올림픽이 시작됩니다. 바로 2022 베이징동계패럴림픽(3월 4~13일)인데요. 패럴림픽의 상징은 ‘아지토스(Agitos)’입니다. ‘나는 움직인다’라는 라틴어에서 유래된 아지토스는 역경을 딛고 전진하는 전 세계 장애인 스포츠인을 표현하는데요.
패럴림픽은 ‘옆의, 나란히’를 뜻하는 그리스어에서 유래된 ‘패러(para-)’와 올림픽이 결합한 말입니다. ‘올림픽과 나란히 열린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원래는 하반신 마비를 뜻하는 패러플리지아(paraplegia)와 올림픽의 합성어였으나 점차 다른 장애가 있는 선수들도 참가함에 따라 의미가 바뀐 것이죠.
지금은 패럴림픽으로 부르는 게 자연스럽지만 과거에는 장애자올림픽 또는 장애인올림픽으로 불리기도 했죠. 이같은 용어 변화는 장애인을 단순히 사회적 배려 대상으로 보는 게 아니라 똑같은 구성원 중 하나로 생각하는 것으로 우리 사회에서 장애인을 둘러싼 인식 변화의 한 측면을 보여준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전 세계 장애인 스포츠인과 선수들의 화합을 상징하는 패럴림픽의 ‘아지토스’를 기억하며 베이징동계올림픽의 감동을 이어나갈 동계패럴림픽에도 아낌없는 관심과 열렬한 응원을 바랍니다.
올림픽의 상징 ‘오륜기’
아지토스가 패럴림픽을 상징하듯 올림픽의 상징은 오륜기입니다. 베이징동계올림픽 개회식에선 ‘얼음 오륜’이 단연 화제를 모았습니다. 아이스하키 선수들이 얼음을 퍽(아이스하키 공)으로 깨는 장면이 연출되자 그 속에서 오륜이 형상화돼 나오면서 개회식 분위기를 달아오르게 했는데요. 얼음을 깨는 것은 장벽을 허물고 서로 가까워지자는 의미가 담겨 있다고 합니다.
이처럼 올림픽을 상징하는 오륜기는 1914년 쿠베르탱의 고안으로 만들어졌습니다. 흰색 바탕에 파랑·노랑·검정·초록·빨강의 다섯 개 동그라미가 세계(World)의 ‘W’자 모양으로 연결돼 있는데요. 흰색은 국경 초월의 의미를, 오륜은 유럽·아시아·아프리카·오세아니아·아메리카 오대륙의 평화와 협력을 상징합니다.
오늘날에는 오대륙을 넘어 여러 나라에서 가장 사랑받고 많이 사용하는 색을 선택했다는 의미로 확대돼 모든 대륙, 모든 나라의 단합과 평화를 상징하는데요. 인종과 국경, 종교를 초월해 지구촌 모든 사람이 한데 모여 축제를 즐기자는 뜻이 담겨 있습니다.
보관 방식도 흥미롭습니다. 오륜기는 올림픽 폐막식에서 올림픽 개최 도시의 시장이 차기 올림픽 개최 도시의 시장에게 넘겨주는데요. 다음 올림픽이 열릴 때까지 차기 개최 도시의 시청에 보관됩니다.
개막식 입장 순서는?
이번 베이징동계올림픽 개막식에서 우리나라 선수단은 전체 91개국 중 73번째로 입장했습니다. 그리스 선수단이 가장 먼저 모습을 보였고 개최국 중국은 가장 마지막에 입장해 대미를 장식했는데요. 개막식에서 나라별 입장 순서를 정한 기준은 무엇일까요?
올림픽 입장 순서에는 원칙이 있습니다. 먼저 올림픽 발상지인 그리스가 가장 먼저 들어오고 개최국이 가장 마지막에 입장합니다. 다른 나라들은 그사이에 개최국이 쓰는 문자 순으로 배치되는데요.
2018 평창동계올림픽 때는 한글 ‘가나다’ 순서로 입장해 그리스-가나-나이지리아 선수단이 차례로 모습을 나타냈습니다. 2020 도쿄올림픽에서는 일본 히라가나가 ‘아이우에오’로 시작해 그리스-난민팀(특별입장)-아이슬란드-아일랜드 순서로 입장했습니다. 당시 우리나라는 ‘대한민국(다이칸민코쿠)’으로 입장해 103번째로 들어왔습니다.
이번 대회에선 중국명 첫 글자의 간체자 획수 기준을 따랐는데요. 우리나라는 중국명 첫 글자 한(韓)의 간체자가 모두 12획이기 때문에 비교적 뒤쪽 순서에 입장하게 된 것입니다. 2008 베이징올림픽 때도 우리나라는 205개 참가국 가운데 177번째로 입장했습니다.
백미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