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체부 ‘쉬운 우리말 쓰기’
얼마 전 한 TV 프로그램에서 가수 이효리가 그의 반려견 순심이와 함께한 3647일을 공개했습니다. 순심이를 통해 유기견 입양에 대한 대중의 인식을 바꿔놓았던 이효리는 순심이와 마지막 추억을 공유하며 반려동물과 이별에 대해 솔직한 심정을 밝혔는데요. 반려동물과 나눴던 순간들을 떠올리며 충분히 애도하고 슬퍼하면서 담담하게 이별을 받아들이는 그의 모습은 한편의 다큐멘터리처럼 반려동물과 사별한 사람들에게 깊은 공감과 위로를 안겼습니다.
국내 반려동물 인구 1500만 시대입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반려동물을 잃는 고통은 당사자 입장에서는 ‘내 아이’를 잃거나 ‘절친’의 죽음을 맞이하는 심정과 다르지 않다고 하는데요. 이처럼 반려동물이 죽은 뒤 반려인이 겪는 정신적 상실감과 우울증상을 ‘반려동물 상실 증후군’이라고 합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국립국어원이 ‘펫 로스 증후군(Pet loss syndrome)’을 우리말로 다듬은 말인데요.
홈코노미→재택 경제 활동
문체부와 국립국어원은 ‘쉬운 우리말 쓰기 사업’의 하나로 우리 사회에 유입된 낯선 외국 용어를 대신할 알기 쉬운 다듬은 말을 선정했는데요. 그 결과 2021년 다듬은 총 71개 외국 용어 중 국민들로부터 가장 적절하다고 평가받은 말로는 ‘펫 로스 증후군’을 대체한 ‘반려동물 상실 증후군’이 1위(98.5%)를 차지했습니다.
2위(98.2%)로는 ‘펫코노미’를 대체한 ‘반려동물 산업’을, 3위(97.8%)로는 ‘잡 크래프팅(자신의 업무 가운데 조절할 수 있는 부분을 자발적으로 의미 있게 변화시키거나 발전시킴으로써 업무에 대한 만족감을 높이는 일)’을 다듬은 ‘자발적 직무 설계’와 ‘플러스 옵션(기본 선택 사항 외에 일부 사항을 수요자가 추가하는 방식)’을 다듬은 ‘추가 선택제, 추가 선택권, 추가 선택 사항’을 꼽았습니다.
이외에도 응답자의 97% 이상이 ▲몰아보기(←빈지 뷰잉, 빈지 워칭) ▲정보 불균형 시장(←레몬마켓) ▲책상 꾸미기(←데스크테리어) ▲법률 정보 기술, 법률 정보 기술 서비스(←리걸테크) ▲재택 경제 활동(←홈코노미) ▲최소 허용 규제(←포지티브 규제) ▲사업자 연계(←비즈 매칭)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는데요.
문체부와 국립국어원은 새말모임(국어 전문가로 구성된 위원회)을 거쳐 선정된 다듬은 말뿐만 아니라 일반 국민이 이해하기 쉬운 다른 대체어가 있다면 얼마든지 사용할 수 있도록 안내함으로써 사회 곳곳에서 알기 쉬운 말을 활발히 사용하도록 권장하고 있는데요.
2021년에는 무엇보다 코로나19 관련 용어가 주목받았습니다. ‘부스터샷(Booster Shot)’이 대표적인데요. ‘부스터샷’은 백신 효과를 높이기 위해 일정 시간이 지난 뒤 추가접종하는 것을 말합니다. 최근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가 확산하면서 ‘부스터샷’에 대한 관심이 큰데요. 이처럼 ‘부스터샷’은 뉴스에서 자주 듣는 말이지만 일반인이 이해하기에는 어려운 용어 중 하나죠. 이에 국립국어원은 ‘부스터샷’을 대체할 쉬운 우리말로 ‘추가접종’을 선정했습니다.
롱 코비드→코로나 감염 후유증
영국 매체 <가디언>에 따르면 코로나19에 감염됐던 환자 3명 중 1명은 완치 판정 후에도 ‘롱 코비드(long COVID)’ 증상에 시달리는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롱 코비드’란 코로나19 감염자 또는 감염 의심자에게 증상 발현 후 나타나는 후유증입니다. 일반적으로 코로나19 발병 후 3개월쯤부터 호흡 곤란, 인지 장애, 피로 등이 주요 증상으로 나타나며 최소 2개월 이상 지속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국립국어원은 ‘롱 코비드’ 역시 ‘코로나 감염 후유증’이란 쉬운 말로 바꿔 쓸 것을 권장했습니다.
‘부스터샷’과 ‘롱 코비드’란 외래어가 널리 쓰이는 데 비해 ‘돌파감염’은 특이하게도 우리말이 많이 사용되는데요. 특정 질병을 예방하기 위해 백신을 접종했지만 접종자가 특정 질병에 감염되는 경우를 말하는 ‘돌파감염’은 영어로는 ‘브레이크스루 인펙션(Breakthrough Infection)’이라고 부르지만 다행히도 ‘돌파감염’이란 우리말이 자리 잡았습니다. 결국 외래어는 의지만 있다면 우리말로 바꿔 쓰는 데 문제가 없다는 얘기가 되는데요. 외래어·외국어로 쓰이는 용어 대신 아름답고 쉬운 우리말 사용에 동참해보는 건 어떨까요?
백미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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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