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호 천안시 주민자치연합회장이 주민들과 쓰레기 줍기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 천안시
시민 실천 사례
탄소중립 생활 실천을 위한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줄을 잇고 있다. 기후위기에 관심이 많은 시민들은 ‘기후위기 비상행동’을 구성하고 기후위기 극복을 위해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행동 과제를 알리고 있다. 전국 지방자치단체도 지속 가능한 녹색사회를 실현하기 위해 시민들을 돕고 나섰다. 지자체들은 지역의 탄소중립 이행계획을 선포하고 지역 시민들이 직접 실천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11월 18일 ‘천안형 탄소중립과 시민실천운동 선언식’을 개최한 충남 천안시 시민들의 탄소중립 실천운동 사례를 들어봤다.
▶조경호 천안시 주민자치연합회장이 주민들과 쓰레기 줍기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 천안시
환경정화, 에너지 절약이 탄소중립
“탄소중립이라는 말 자체가 생소해서 사람들이 어렵게 생각하는 것 같아요. 사실 알고 보면 그동안 우리가 해왔던 자연보호와 에너지 절약이 모두 탄소중립 실천 운동이었더라고요.”
11월 18일 천안형 탄소중립 시민실천운동 선언식에 시민 대표로 참석한 조경호(55) 천안시 주민자치연합회장은 탄소중립을 어떻게 홍보해야 하는지 고민이 많다. 탄소중립이라는 단어가 익숙하지 않고 그 의미도 사람들에게 쉽게 전달되지 않기 때문이다.
탄소중립이란 지구 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를 줄이고 산림 등을 통해 흡수·제거되도록 만들어 탄소 배출량이 ‘제로(0)’가 되도록 만들자는 의미다. 조경호 회장은 “사람들에게 탄소중립을 설명하기보다 자원절약, 환경정화 캠페인 등을 같이하자고 제안한다”며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모든 사람이 작은 것부터 바꿔나가면 탄소중립은 저절로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조 회장은 매달 주민들과 지역 수변 공원 등을 다니며 쓰레기 줍기, 예초 작업 등 환경정화 운동을 하고 있다. 조 회장이 쓰레기에 유독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오래된 그의 바다낚시 취미 덕분이다. 과거에는 남해로 낚시를 가면 물고기가 풍부하고 바다도 깨끗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제주 앞바다에서 볼 법한 열대어가 상당히 많아진 것에 의아함을 느꼈다. 알고 보니 수온 상승으로 남해 앞바다까지 열대어가 많아지고 있었던 것이다. 이때 조 회장은 말로만 듣던 지구온난화가 생각보다 심각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날이 갈수록 바닷가에 버려진 쓰레기가 엄청나게 늘었다. 조 회장은 “과거에는 바다낚시를 가면 기분이 좋았는데 어느 순간부터 수많은 쓰레기를 보면서 마음이 불편해졌다”면서 “쓰레기로 인한 피해가 결국 모두 우리에게 돌아올 것이다. 그때부터 쓰레기 치우기 등 환경정화 운동에 특히 신경을 쓰게 됐다”고 밝혔다.
다행인 것은 환경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생각보다 높다는 점이다. 천안시 지역 주민 중 상당수는 자발적으로 지역 내 청소, 일회용품 줄이기, 전기 절약 등의 운동을 실천하고 있다. 조 회장은 “지금 우리가 쓰레기를 줍고 전기를 절약하고 일회 용품 사용을 줄이면 우리 다음 세대에게 훨씬 좋은 환경을 물려줄 수 있다”면서 “환경 개선에 대한 현대인의 인식이 높아졌기 때문에 지구를 살리는 탄소중립은 꼭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많은 이들이 탄소중립이라고 하면 거창하게 받아들이고 시작도 하기 전에 지치는 경우가 많다”며 “생활 속에서 쉽게 실천할 수 있는 텀블러 들고 다니기 등 부담스럽지 않은 선에서 시작하다 보면 그 한 번이 두 번이 되고 세 번이 되는 날 우리 사회는 조금 바뀌어 있을 것 ”이라고 말했다.
▶최호순 씨가 환경21연대 회원들과 일회용품 줄이기, 플라스틱 사용 줄이기, 쓰레기 줍기 등의 환경정화 운동을 하고 있다. | 최호선
▶최호순 씨가 환경21연대 회원들과 일회용품 줄이기, 플라스틱 사용 줄이기, 쓰레기 줍기 등의 환경정화 운동을 하고 있다. | 최호선
천안시에 살고 있는 직장인 최호순(46) 씨 역시 탄소중립을 실천하는 시민이다. 최 씨는 탄소중립 노력이 그동안 자신이 해오던 환경정화 활동과 다르지 않다는 말을 듣고 탄소중립을 지지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탄소중립이 뭔지 몰랐는데 내가 좋아하는 환경정화 운동이더라고요. 그래서 천안시나 정부에서 하는 탄소중립 정책을 지지하고 주변 사람들에게 알리고 있어요.”
최 씨가 환경정화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여행을 좋아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곳곳을 여행 다니며 아름다운 산과 푸른 바다를 만끽하던 최 씨.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아름다운 풍광을 방해하는 쓰레기들이 옥에 티처럼 그의 마음을 불편하게 만들었다.
“등산하거나 해안도로를 달리다 보면 경치가 아니라 쓰레기가 눈에 들어오더라고요. 아름다운 풍광을 느끼고 싶은데 쓰레기 때문에 그게 안 됐죠. 그때부터 쓰레기를 줍기 시작했어요.”
5년 전부터는 환경단체인 환경21연대 회원들과 함께 등산하며 쓰레기를 줍는 활동을 하고 있다. 최 씨의 환경정화 활동은 야외에서만 그치지 않았다. 자원과 에너지도 절약해야 환경을 살리는 일에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에 회사 동료는 물론 가족들과도 생활 속 에너지 절약을 함께 하고 있다. 회사 동료들과 가족들에게는 일회용 종이컵 대신 개인 컵(텀블러)을 쓰도록 1개씩 선물했으며 가족들과는 난방비를 줄이기 위해 내복 챙겨 입기, 가까운 거리 걸어 다니기 등의 에너지절약 운동에 동참하고 있다.
최 씨는 “주변 사람들에게 억지로 환경정화에 동참하라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면서 “내가 언제 어디에서든 쓰레기를 줍다 보면 자연스럽게 다른 사람들도 따라 할 것 같다. 관심만 있다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라고 밝혔다.
김민주 기자
▶해양환경단체 활동가들이 2021년 7월 1일 강원도 양양군 현남면 남애리 앞바다에서 바다 쓰레기를 수거하고 있다.| 한겨레
국민 75.6% “탄소중립 소홀 기업 제품 불매”
국민은 탄소중립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11월 18일 한국에너지정보문화재단이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69%는 ‘탄소중립에 대해 알고 있다’고 답했고 91.5%는 ‘탄소중립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이는 한국에너지정보문화재단이 한국갤럽에 의뢰해 10월 20~25일 전국 만 18세 이상 국민 1509명을 대상으로 전화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다.
응답자들이 탄소중립이 필요하다고 답한 이유는 지구온난화 등 기후위기에 대처(45.1%)하고 후손들에게 깨끗한 환경을 물려주기 위해서((38.1%)다. 또한 응답자의 절반이 넘는 54.2%는 앞으로 30년 후인 2050년까지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으며 81%는 탄소중립 시기를 현재 목표인 2050년이 적당하거나 앞당겨야 한다고 응답했다.
탄소중립 정책의 정책 효과에 대해서는 ‘기후위기 대처에 도움이 될 것 같다’가 93.9%로 가장 높았고 ‘경제성장에 도움이 될 것 같다’가 78.4%, ‘일자리 창출에 도움이 될 것 같다’가 73%로 대체적으로 긍정적인 답변이 많았다.
탄소중립에 가장 적합한 발전 에너지원으로는 1순위 수소연료전지(29.7%), 2순위 태양광/풍력(28.6), 3순위 원자력(26.4%) 순이었다. 탄소 배출 발전 에너지원의 비중을 줄이고 재생에너지의 비중을 늘리는 정책 방향에 대해서는 81.9%가 ‘찬성한다’고 답했다.
아울러 탄소중립을 위해 개인적 불편함을 감수하겠다는 의견에는 88.7%가 동의했고 탄소중립을 위해 노력하지 않는 기업의 제품은 불매하겠다는 의견도 75.6%로 나와 국민 대부분이 탄소중립에 대한 실천 의지가 강한 것으로 드러났다. 마지막으로 2050년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 가장 노력해야 하는 주체가 정부(42.2%)라고 답했고 다음으로 기업(34.7%), 개인(21.4%) 순으로 응답했다.
최성광 한국에너지정보문화재단 상임이사는 “국민 대다수가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탄소중립에 대해 더 쉽고 바르게 이해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하고 에너지사이버박물관, 시민교육, 시민 실천 캠페인 등 국민이 직접 느끼고 참여하는 프로그램을 활발히 펼쳐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