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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으로 본 우리말
12월이 되면 크리스마스와 함께 소담스럽게 내리는 함박눈이 기다려지는데요. 며칠 전 이른 첫눈이 내렸습니다. 첫눈을 잊은 감성이지만 마음이 아이들 동심처럼 들뜹니다. 첫눈은 어른들도 순식간에 동심의 세계로 들어가게 만드는 마력이 있는데요. 제아무리 춥다 해도 겨울은 하얀 눈이 있어서 가슴 설레는 계절입니다.
이런 눈에도 내리는 모양과 시간, 상태에 따라 다양한 이름이 있는데요. 눈 내리는 모양에 따라선 가루눈, 가랑눈, 싸라기눈, 포슬눈, 소나기눈, 함박눈 등이 있습니다.
‘가루눈’은 가루 모양으로 내리는 눈으로 기온이 낮고 수증기가 적을 때 오고 ‘가랑눈’은 가랑비처럼 조금씩 잘게 내리는 눈을 뜻합니다. ‘싸라기눈’은 빗방울이 갑자기 찬 바람을 만나 얼어 떨어지는 쌀알 같은 눈을 일컫고 ‘포슬눈’은 가늘고 성기게 내리는 눈을 말합니다. 갑자기 세차게 쏟아지다가 그치는 비를 소나기라고 하죠. ‘소나기눈’ 역시 갑자기 세차게 쏟아지다가 그치는 눈, 폭설을 뜻합니다.
내리는 모양, 시간, 상태 따라 다양
아무래도 눈 풍경의 대명사는 ‘함박눈’일 텐데요. 함박눈은 굵고 탐스럽게 내리는 눈을 함박꽃에 비유한 말로 주로 날씨가 따뜻하고 습도가 높으며 바람이 별로 불지 않을 때 잘 내립니다. 습기가 많고 잘 뭉쳐져 눈사람을 만들거나 눈싸움을 하기에 좋은 눈인데요. 지역에 따라 ‘솜눈’ ‘허깨눈’ ‘영감눈’ 등으로도 불린다고 합니다. 우리 속담에 ‘함박눈이 내리면 따뜻하고 가루눈이 내리면 추워진다’라는 말이 있는데요. 가루눈과 함박눈은 상층대기 온도가 낮고 높음에 따라 결정되므로 눈의 모양은 날씨를 예측하는 근거가 되기도 합니다.
눈 내리는 시간에 따라 부르는 이름도 다양합니다. ‘첫눈’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데요. 첫눈은 그해 겨울이 시작된 후 처음으로 내리는 눈이죠. 초겨울 들어 조금 내린 눈은 ‘풋눈’, 철 지나 봄에 내리는 눈은 ‘봄눈’, 밤사이 사람들 모르게 내린 눈은 ‘도둑눈’이라고 합니다.
설날에 내리는 눈을 일컫는 말도 있습니다. 바로 ‘설눈’인데요. 이와 더불어 ‘설밥’은 설날에 오는 눈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라고 합니다. 예전에는 설밥이 많이 내리면 그해 풍년이 온다고 좋아했다는데요. 비슷한 예로 정월 초하루에 눈이 내리면 ‘서설’이라고 해 상서로운 눈이 내린다고 반겼다고 합니다.
눈이 내린 양에 따라서는 겨우 발자국이 날 만큼 적게 내린 ‘자국눈’, 발등까지 빠질 정도로 비교적 많이 내린 ‘발등눈’, 많이 쌓인 ‘잣눈’ 등이 있습니다.
설밥이 많이 내리면 그해 풍년이
눈이 녹지 않는 상태를 일컫는 말도 다양한데요. 쌓이고 다져져서 잘 녹지 않는 눈을 ‘쇠눈’이라고 하고 늘 녹지 않고 쌓여 있는 ‘만년설’도 있습니다. 눈이 오래 쌓여 있다 보면 얼음처럼 되기도 하는데 이것은 ‘묵은눈’이라고 하고요. 그래도 눈은 겨울철 쌓여 있다가도 따뜻한 기운에 녹기 마련인데요. 이렇게 쌓인 눈이 속으로 녹아 스러지는 것을 ‘눈석임’이라고 합니다.
이 밖에 눈이 내려 쌓인 상태 그대로 깨끗한 눈을 ‘숫눈’ 또는 ‘생눈’이라고 하는데요. 이러한 숫눈(생눈)이 쌓인 길을 ‘숫눈길’이라고 부릅니다. 또 눈이 쌓여 이룬 상태나 무늬를 ‘눈결’이라고 합니다.
올 초 인터넷에서 ‘소복소복’이 화제였습니다. 그룹 방탄소년단(BTS) 멤버 지민의 자작곡 ‘크리스마스 러브(Christmas love)’에 담긴 한글 노랫말 ‘소복소복’의 뜻을 알아내기 위한 해외 팬들의 반응이었는데요. 외국에는 눈송이가 포근히 내려앉은 모양새를 표현할 말이 없어 ‘sobok sobok’으로 번역되거나 아예 의역해 ‘falling falling’으로 썼는데요. 이에 해외 팬들은 우리말의 섬세한 감성과 표현력을 체감했다는 반응이었다고 합니다. 이처럼 우리말은 공식·비공식적으로 추진력과 경쟁력을 높여가고 있는데요. 우리말의 우수성과 표현의 풍부함이 더욱 세계화되기를 기대해봅니다.
백미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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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