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대한민국 나눔국민대상 ‘국민훈장 동백장’을 수상한 김명철 원장 | 김명철
‘나눔국민대상’ 최고상 받은 김명철 원장
공부를 잘하는 사람들이 ‘공부가 제일 쉬웠다’고 말하듯 ‘봉사가 제일 쉬웠다’고 말하는 봉사의 달인이 있다. 보건복지부·KBS·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공동 주관하는 ‘2021년 대한민국 나눔국민대상’에서 최고 훈격에 해당하는 ‘국민훈장 동백장’을 수상한 김명철(64) 원장이 그 주인공이다. 김 원장은 경남 산청군에서 한의원을 운영하며 한센인 등 어르신들에게 28년간 침, 뜸 한방의료봉사를 해온 것은 물론 충북 제천에서 청소년을 위한 대안학교인 간디학교의 이사장으로 20년 동안 활동했다. “봉사는 나의 삶”이라고 말하는 김 원장의 봉사철학을 들어봤다.
▶김명철 원장이 성심인애원에서 무료 한방진료를 하고 있다. | 김명철
나 아닌 우리가 잘 사는 세상 만들고 싶어
“귀중한 상을 받아서 정말 영광입니다. 평소 존경하던 장기려 박사님이 받으셨던 상을 받다니 정말 황송합니다.”
2021 대한민국 나눔국민대상 ‘국민훈장 동백장’ 수상에 축하의 인사를 전하자 김명철 원장이 겸손한 말투로 기쁜 수상 소감을 전했다. 이와 함께 그는 28년 동안 쉬지 않고 의료봉사활동의 폭을 넓혀온 이유에 대해 존경하는 장기려(의료봉사와 사회봉사활동으로 한국의 슈바이처로 불린다) 박사의 삶을 본받고 싶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1993년 국내 최대 규모의 사회복지법인 부산 오순절평화의마을 의료봉사활동을 시작으로 2001년부터 시작한 경남 산청군에 있는 성심인애원(한센노인 요양시설) 봉사활동까지 무려 28년을 의료봉사활동에 매진해온 김 원장. 그가 장애인, 노인, 한센인 등을 대상으로 하고 있는 의료봉사활동은 삶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다.
김 원장에게 오랜기간 봉사활동을 하면서 힘들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의외의 대답이 나왔다.
“나한테는 봉사가 쉬운 일이에요. 그분들이 눈에 밟혀서 안 가는 게 더 어렵습니다. 이제 봉사는 삶의 일부가 됐고 봉사하는 게 즐겁습니다.”
젊은 시절부터 봉사활동 모임을 통해 자연스럽게 의료봉사를 시작한 김 원장. 한의학을 공부하고 업으로 삼고 있지만 돈을 받고 사람들을 치료하는 게 더 마음이 불편했던 그다.
“의사가 환자를 치료하는데 ‘돈’이 개입이 되니까 마음이 편하지 않더라고요. 그런데 한의원 문을 닫고 무료 봉사활동을 나오면 마음이 편하고 행복해요. 무료 진료를 받는 어르신들의 고마워하는 마음도 느껴지고요. 살아있는 것 같죠.”
김 원장은 2001년부터 성심인애원을 ‘나의 병원’이라고 생각하며 매주 꼬박꼬박 어르신들을 위한 무료 진료활동을 했다. 한센병은 최근에는 치료가 쉬운 병에 속하지만 거동이 힘들고 장애가 있어서 단순 기저질환 임에도 치료를 위해 외부로 나오는 게 쉽지 않다.
김 원장이 20년 넘게 성심인애원을 찾아가다보니 이제 그곳 어르신들과는 가족같은 사이다. 어르신들은 무료 진료를 하는 김 원장을 위해 십시일반 돈을 모아 작은 선물까지 준비하는 열혈 팬들이다. 김 원장은 어르신들이 한센병이 있거나 장애를 가졌음에도 오히려 주변의 어려운 사람들에게 나눠주는 모습을 보고 배울 때가 더 많다고 회고했다.
부산의 오순절평화의 마을 봉사활동을 다니던 시절 선천적인 신체장애를 가진 한 어르신은 움직이지 못하는 손으로 묵주를 만들어 주위에 나눠주는 것을 좋아했다. 소록도에 살고 있는 한 어르신은 정성들여 키운 호박을 종합사회복지시설 꽃동네에 기부하는 것을 좋아했다.
”어르신들이 나누는 모습을 보면서 무척 감동을 받았어요. 본인들도 아프고 힘든데 자기 처지를 비관하지 않고 오히려 남을 위해서 뭔가를 해야겠다고 생각하는 거잖아요. 사실 그분들의 삶을 보면서 배우고 느끼는 게 더 많아요. 그것 때문에 지금까지 계속 이 일을 하고 있는 것 같아요.”
공동체 위한 의료협동조합 설립 꿈
김 원장에게 삶이란 “모든 공동체가 다같이 잘 사는 것”이다. 때문에 그가 살아온 삶의 족적에는 늘 ‘나’보다 ‘우리’가 자리하고 있다. 이에 김 원장은 사람들의 정신 건강을 위해 10년째 인문학 강좌를 열고 있으며 지역 주민들의 소득에 도움이 되도록 직접 재배한 특산물을 판매하고 소통할 수 있는 장터도 8년째 운영하고 있다. 또한 시골에서 소일거리가 없는 사람들을 위해 합창단을 운영해 유쾌하고 즐거운 삶을 살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지역 공동체 모든 사람들이 정신적, 경제적으로 풍요롭고 건강하게 살길 바라는 마음에서 하나하나 역할을 맡다보니 지금 하고 있는 일들이 무척 많아졌네요. 내가 노력해서 우리 공동체가 잘 살 수 있다면 그게 보람이죠!”
아울러 아이들의 교육문제까지 관심을 가지며 두 딸을 대안학교에 보내기도 했다. 아이들이 입시에 시달리기보다 자유롭고 독립적인 삶을 살도록 기회를 주기 위한 선택이었다. 이런 청소년 교육에 대한 관심 덕분에 그는 20년전 대안학교인 간디학교의 이사장으로 취임해 지금까지 학교를 후원하고 있다.
지역 공동체를 위한 그의 마지막 꿈은 성심인애원 옆 건물에 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을 세우는 것이다. 조합원들이 출자해 한방과 양방 의사를 고용해 성심인애원 어르신들은 물론 근처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편리하게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이미 500명 이상의 조합원이 모였고 1억 원 이상의 출자금도 마련됐다. 11월 27일 창립총회를 열었으며 앞으로 1년 6개월 안에 개원한다는 목표다.
“조합이 설립되면 개인적으로 운영하던 한의원과 무료봉사를 위해 오가던 성심인애원 활동이 하나로 합쳐지는 거죠. 그럼 봉사와 생업의 경계가 아예 사라지게 되요. 최선을 다해 선한 영향력을 미치면 훨씬 살맛나는 세상이 되지 않을까 기대합니다.”
김민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