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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혈 실천
당신은 헌혈을 해본 적이 있는가? 아직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면 지금이 기회일 수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헌혈 인구가 감소하면서 혈액 수급에 비상이 걸렸기 때문이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12월 15일 기준 혈액 보유량은 적정치인 5일에 미치지 못하는 4.2일분으로 2021년 한 해 혈액보유량(12월 15일 기준)이 ‘적정단계’ 수준이었던 날은 9일에 불과할 정도로 혈액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는 코로나19로 비대면과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되면서 사람들이 헌혈을 꺼려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반면 그럼에도 꾸준히 헌혈을 하고 있는 일부 단체들도 있어 눈길을 끈다. 수십 년째 매년 단체헌혈을 하고 있는 고등학교, 봉사활동으로 단체헌혈을 시작한 기업, 이웃사랑 실천을 위해 40년 동안 헌혈을 해온 시민 등 혈액으로 사랑을 나누고 싶다는 그들의 따뜻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서울 양정고등학교 청소년적십자 동아리 학생들이 헌혈 홍보 활동을 하고 있다.
▶양정고등학교 학생들이 헌혈버스에서 헌혈을 하고 있다. | 양정고
수십 년째 단체헌혈 서울 양정고
“생애 첫 헌혈에 기쁘고 자랑스러워요”
서울시 양천구 목동에 위치한 양정고등학교는 20년 넘도록 매년 헌혈에 동참하고 있다. 1년에 다섯 번 정도 헌혈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는 양정고는 헌혈버스가 학교에 올 때마다 약 300여 명의 학생이 헌혈에 동참하고 있다. 특히 지난 2년간은 코로나19로 등교 인원이 적었음에도 불구하고 150명 내외의 학생들이 헌혈에 참여했을 정도다. 김창동 교장은 매년 헌혈에 참여하는 학생이 1000명을 넘는 덕분에 보건복지부 장관 표창을 받기도 했다.
중앙혈액원 헌혈 홍보위원을 겸하고 있는 김명숙 보건교사는 “병원에서 근무하던 시절 혈액암으로 투병하는 10~20대 등 위급한 환자들이 혈액 부족으로 발을 동동 구르는 모습을 보며 안타까워했다. 그래서 헌혈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며 “학생들에게 15분의 헌혈로 또래 친구들의 생명을 구할 수 있다고 말해주면 아이들도 뿌듯해한다”고 말했다.
양정고 학생들은 헌혈버스가 학교에 올 때마다 자발적으로 헌혈에 동참하고 있다. 헌혈을 자주 하다보니 학생들이 스스로 ‘헌혈 부적격 사유’를 인지할 만큼 헌혈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 또한 양정고 청소년적십자(RCY) 동아리에서는 학생들의 참여를 높이기 위해 헌혈버스가 오는 날, ‘너의 피, 모기에게만 기부할 거냐?’, ‘생명을 살리기 위해 선택 아닌 필수!’, ‘오늘 헌혈의 주인공은 나야 나!’ 등의 팻말을 직접 만들어 학생들이 헌혈에 동참할 수 있도록 홍보하고 있다.
헌혈은 만 16세부터 가능하기 때문에 고등학교 1학년이 되면 생애 첫 헌혈을 할 수 있게 된다. 때문에 고1 학생들이 헌혈하는 날은 더욱 설레고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형성된다.
김명숙 교사는 “생애 첫 헌혈을 해본 아이들이 ‘아프지도 않고 생각보다 기분이 좋아요’, ‘보람이 있어요’라고 말하는데 굉장히 뿌듯했다”며 “얼마 전에는 학생들이 생일 맞은 기념으로 헌혈하러 간다고 말하는데 얼마나 기특했는지 모른다. 오히려 아이들을 통해 사랑을 배운다”고 자랑스러워했다.
양정고 2학년에 재학중인 김진석 군은 “처음 헌혈 할 때는 그냥 얼떨떨했다. 그런데 피가 필요한 사람들을 도울 수 있다는 생각을 하니 뿌듯하고 자랑스러워졌다. 그래서 계속 헌혈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양정고 학생들과 헌혈 캠페인에 앞장서고 있는 김 교사는 “코로나19로 혈액이 많이 부족한데 생명을 구하는 일에 동참한다는 자부심을 갖는 게 중요하다”며 “우리 학생들이 작은 도움으로 사회에 선한 영향을 끼치며 훌륭하게 자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써모피셔사이언티픽 직원들이 단체헌혈 후 헌혈버스앞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 써모피셔사이언티픽
헌혈 앞장 기업 써모피셔사이언티픽
‘세상을 더 깨끗하게! 안전하게! 건강하게!’
생명공학회사인 써모피셔사이언티픽 솔루션스는 2021년 6월 처음 단체헌혈 캠페인을 실시한 이후 지금까지 3번의 단체헌혈을 했다. 처음 단체헌혈을 시작한 이유는 코로나19로 혈액이 부족하다는 소식 때문이었다.
심진선 환경안전팀 수석은 “회사의 목표가 ‘세상을 더 깨끗하게! 안전하게! 건강하게!’ 만드는 것이다. 생명공학을 연구하는 회사인 만큼 관련 분야에서 뭔가 도움이 될 만한 일을 찾고 있었다”면서 “때마침 코로나19로 혈액이 부족하다는 뉴스를 보고 단체헌혈을 추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직원들의 참여도가 처음부터 좋은 것은 아니었다. 이에 회사에서는 직원들이 좋아할만한 손 선풍기 선물을 따로 준비하고 헌혈에 대한 인식이 높아질 수 있도록 사내 게시판을 활용하는 등 적극적인 홍보를 펼쳤다. 그리고 회사의 이런 노력 덕분인지 직원들의 참여도는 순식간에 높아졌다.
심 수석은 “회사로 헌혈버스가 오니 그동안 헌혈을 안 한 직원들이 쉽게 동참해 더욱 의미 있었다”고 말했다.
물론 헌혈을 하고 싶어도 건강상 부적격 사유로 헌혈을 못하고 발길을 돌린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직원 김 모 씨는 “헌혈 부적격자가 되지 않기 위해서 주말에도 일찍 취침하고 금주를 했다. 그런데 막상 혈액검사를 하니 ‘철분이 부족해서 헌혈이 불가능하다’는 판정을 받았다. 잔뜩 기대했는데 얼마나 실망했는지 모른다”며 허탈한 심정을 토로했다. 반면 다른 직원 이 모 씨는 “그동안 헌혈을 하고 싶었는데 철분 부족으로 못하다가 회사에 도착한 헌혈버스를 보고 도전했다”며 “생애 처음으로 헌혈에 성공하게 돼서 기뻤고 어려운 분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어서 무척 뿌듯했다”고 밝혔다.
회사의 단체헌혈을 적극 추진한 심 수석은 “회사에서 직원들이 헌혈을 쉽고 빠르게 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었기 때문에 직원들이 편하게 동참할 수 있었다”며 “처음이 어려울 뿐 그 다음부터는 스스로 ‘헌혈의 집’을 찾아가서 헌혈을 하더라. 시작이 중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40년 동안 270회 헌혈을 해온 정철 씨 | 정철
40년 동안 270여 회 정철 씨
“69세까지 400회 채우는 게 목표입니다”
무려 40년 동안 270회 이상의 헌혈을 해온 자동차 영업사원 정철 씨. 헌혈에 대한 그의 첫 기억은 고3 시절 서울역 앞에 있는 헌혈버스에서 시작된다. 지나다가 우연히 마주친 헌혈버스에 아무 고민없이 들어갔던 그때! 정씨는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었을까?
“중학교 때 아버지가 심장이 좋지 않으셨어요. 중·고등학교 시절 아픈 아버지가 옆에 계셨기 때문인 지 내 피로 다른 사람의 생명을 구할 수 있다는 게 남다르게 느껴졌어요.”
그렇게 우연히 시작한 헌혈은 그 뒤로 무려 40년이나 이어지고 있다. 정 씨는 전성분(적혈구, 백혈구, 혈장, 혈소판)을 채혈하는 전혈헌혈뿐만 아니라, 성분별(혈소판, 혈장, 혈소판혈장성분헌혈)로 채혈하는 성분헌혈까지 번갈아 가면서 했다.
그가 이렇게 꾸준히 헌혈을 할 수 있었던 이유는 뭘까? 정 씨는 “헌혈을 하려면 내 몸이 건강해야 한다. 지금까지 감기 한 번 제대로 걸린 적 없을 정도로 건강했다”면서 “헌혈을 계속 할 수 있는 건강한 몸과 마음을 받았으니 헌혈을 계속하는 것이다. 헌혈은 스스로에게 하는 약속과 도전 같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 씨의 공식적인 헌혈 기록은 270회지만 여기에 포함되지 않은 초창기 헌혈 횟수를 더하면 그 수를 훌쩍 뛰어넘는다. 이에 대해 정 씨는 “지금까지 횟수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면서 “앞으로 내가 얼마나 더 헌혈을 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만 69세까지 헌혈을 할 수 있는데 그때까지 400회를 채울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목표를 밝혔다. 이런 그에게 70세까지 헌혈을 꼭 해야 하는 이유가 뭐냐고 물었더니 “그저 사랑을 실천할 뿐”이라고 답한다.
“헌혈은 나눔에 대한 ‘실천’이라고 생각해요. 말로는 뭐든지 다 쉽죠. 하지만 직접 실천하는 건 어렵잖아요. 내가 먼저 실천하면 내 자식들이나 주위 사람들, 후세대 사람들이 따라하지 않을까 기대합니다.”
김민주 기자
헌혈하면 코로나19 감염된다?
-헌혈을 통해 코로나19, 에이즈 등 질병에 감염될 수 있다?
=아니다! 헌혈에 사용되는 모든 기구는 무균 처리 돼 있고 한 번 사용 후 폐기처분 된다. 현재까지 헌혈과정에서 코로나19에 감염된 사례는 없고 전 세계적으로 보고된 바가 없다.
-헌혈을 하면 건강에 나쁘다?
=아니다! 우리 몸의 혈액은 매일 일정량 새로 만들어져 충분히 많은 혈액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건강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헌혈을 하면 혈관이 좁아진다?
-아니다! 혈관은 외부로부터 바늘이 들어오면 순간적으로 수축한다. 그러나 곧 본래의 상태로 회복되므로 전혀 상관없다.
-헌혈을 하면 빈혈에 걸린다?
=아니다! 헌혈은 자기 몸에 여유로 가지고 있는 혈액을 나눠주는 것이므로 빈혈에 걸리지 않는다. 또한 헌혈자를 보호하기 위해 적혈구 내의 헤모글로빈 수치를 측정하고 연간 헌혈 가능 횟수도 5회(전혈5회, 혈소판성분헌혈과 혈소판혈장성분헌혈 24회)로 제한하고 있다.
-헌혈을 많이 하면 혈액이 맑아진다?
=아니다! 헌혈을 하고 새로 만들어진 혈액은 원래 혈액과 동일한 성분이므로 큰 차이가 없다. 단, 일부 전문가들은 혈액을 만들어내는 골수 세포가 활성화되므로 건강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