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만나는 초현실주의 거장

2021.12.20 최신호 보기
▶<살바도르 달리>전

“나는 죽지 않고 영원히 살 것이다. 천재들은 죽지 않는다.”
스페인의 괴짜 화가인 살바도르 달리(1904~ 1989)는 “여섯 살 적 나의 꿈은 요리사였다. 일곱 살에는 나폴레옹이 되고 싶었고 그 뒤에도 나의 야심은 과대망상적 광기처럼 커져만 갔다”라고 고백했다. 하늘로 치솟은 카이저수염에서 알 수 있듯이 그는 보통 사람들과는 다른 기행과 일탈로 유명한 천재 예술가였다.
달리는 물론 르네 마그리트, 마르셀 뒤샹 등 세계적인 초현실주의 작가들의 작품이 서울에 모였다. 달리의 국내 첫 대규모 회고전인 ‘살바도르 달리’전은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배움터 디자인전시관에서 막이 올랐다. 살바도르 달리의 전 생애를 걸친 유화 및 삽화, 대형 설치작품, 영화와 애니메이션, 사진 등의 걸작 140여 점이 들어왔다.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초현실주의 거장들’전은 초현실주의 작품 컬렉션으로 유명한 네덜란드 로테르담의 보이만스 판뵈닝언 박물관 소장품을 중심으로 180여 점의 작품을 선보였다. 르네 마그리트의 1937년작 ‘금지된 재현’을 비롯해 초현실주의를 정의하고 선언한 앙드레 브르통의 저작물, 마르셀 뒤샹·만 레이·막스 에른스트 등 주요작가들의 작품이 한 자리에 모였다.

▶<초현실주의 거장들>전

살바도르 달리, 르네 마그리트 등
달리 전은 국내 기획사 GNC미디어와 살바도르 달리 재단의 공식 협업으로 성사됐다. ‘세계 3대 달리 미술관’ 중 하나인 스페인 피게레스의 달리 미술관을 중심으로 미국 플로리다의 살바도르 달리 미술관, 마드리드의 레이나 소피아 국립미술관 소장품들이 국내로 들어왔다.
이번 전시는 달리의 작품세계를 10개의 섹션으로 나누어 연대기별로 소개한다. 달리가 15세에 그린 '스튜디오에서 그린 자화상‘부터 1910년대 초부터 1980년대까지 유화와 삽화 시리즈도 선보인다. 이와 함께 예술적 영향을 주고받았던 인물들과 일화도 소개된다. 시인 폴 엘뤼아르의 부인으로 달리보다 열 살 연상이었던 갈라와 운명적인 만남부터 사랑의 도피 등 파란만장한 러브스토리가 그림과 함께 펼쳐진다.
1904년 스페인 카탈루냐의 소도시 피게레스에서 태어난 달리가 초현실주의 대가가 된 건 부모의 영향 때문이었다. 첫아들을 잃고 달리를 낳은 부모는 그가 형의 환생이라고 믿었다. 이로 인해 달리는 죄책감과 강박증, 편집증을 갖게 됐다. 개미에 뒤덮인 박쥐를 입에 넣기, 망토와 왕관을 쓰고 왕 행세하기, 염소 똥으로 만든 향수 뿌리기 등 기상천외한 행동들은 그런 배경에서 나온 일탈이었다.
달리는 파리에서 첫 개인전을 시작으로 유럽을 오가며 왕성한 활동을 펼쳤다. 영화, 사진, 연극, 패션 등 상업적인 분야에서도 활발히 활동했다. 영화감독인 월트 디즈니, 알프레드 히치콕과 협업하기도 했다. 2022년 3월 20일까지.

현대 초현실주의 화가 한 자리에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리는 ‘초현실주의 거장들’전에서는 현대 초현실주의 화가를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 입구에서 만날 수 있는 살바도르 달리의 ‘머리에 구름이 가득한 커플’을 비롯해 전체 여섯 개의 섹션으로 구성돼 있다. ‘초현실주의 혁명’, ‘다다와 초현실주의’, ‘꿈꾸는 사유’, ‘우연과 비합리성’, ‘욕망’, ‘기묘한 낯익음’ 등 주제별로 나눴다.
초현실주의가 어떻게 시작되고 어떻게 발전해 갔는지 연속적인 흐름 속에서 감상할 수 있다. 전시관 6섹션에는 르네 마그리트를 위한 공간을 따로 배치했다. 이번 전시를 대표하는 작품인 ‘금지된 재현’도 이곳에서 만날 수 있다. ‘금지된 재현’은 마그리트의 후원자였던 영국의 시인 에드워드 제임스의 초상화다. 초상화라고 하지만 뒷모습만 보인다.
초현실주의 예술사조의 시발점이 된 앙드레 브르통의 <초현실주의 선언>을 비롯해 르네 마그리트의 ‘그려진 젊음’, 마르셀 뒤샹의 ‘여행 가방 속 상자’ 등 지금까지도 초현실주의의 고전으로 널리 알려진 회화와 입체 작품, 관련 자료 등을 만날 수 있다. 이들 작가 외에도 만 레이, 호안 미로, 에일린 아거, 막스 에른스트, 폴 델보, 카렐 윌링크 등 어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작가들의 숨결을 함께 느낄 수 있다. 초현실주의 흐름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여성 작가의 작품도 눈에 띈다. 2022년 3월6일까지.
코로나19로 인한 막막한 현실로부터 도망가고 싶은 현대인들에게 초현실주의 작가의 작품들은 위로를 선사할 것이다. 단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방문객은 백신 접종완료자로 제한한다.

오광수 대중문화평론가(시인)_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하고 오랫동안 문화 분야에서 기자로 일했다. 저서로는 시집 <이제 와서 사랑을 말하는 건 미친 짓이야>, 에세이집 <낭만광대 전성시대> 등이 있다. 현재는 문화 현장에서 일하면서 평론가로도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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