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안동의 병산서원
단계적 일상회복 시행과 함께 여행을 간다면 눈치 보지 않고 마음껏 숨 쉴 수 있는 곳을 가고 싶다는 이들이 가장 많았다. 시간과 여유를 갖고 천천히 걸으며 마음껏 숨 쉬며 자연과 호흡하는 치유 도보 여행을 추천한다.
자연 속 맘 편히 숨 쉬며 걷기
방역 수칙을 지키며 마스크를 쓰면 답답하기도 하고 숨 쉬는 것이 조금 불편한 것은 어쩔 수 없다. 가슴 깊은 곳까지 맑은 공기를 마음껏 호흡하고 싶지만 안전을 위해 많이 참아야 했다. 그래서일까? 단계적 일상회복 시행과 함께 여행을 간다면 눈치 보지 않고 마음껏 숨 쉴 수 있는 곳을 가고 싶다는 이들이 가장 많았다. 시간과 여유를 갖고 천천히 걸으며 마음껏 숨 쉬며 자연과 호흡하는 치유 도보 여행을 추천한다.
▶양평 물소리길 용문산 입구
경기도 양평 ‘물소리길’
서울에서 가까운 경기도 양평은 코로나19 대유행 속에서 ‘자연에서 숨 쉬는 치유도시’로 각광받는 곳이다. 인구 밀집이 적은 도보 여행지로 인기를 끌고 있다. 양평 가는 길은 도로를 따라 산과 강이 어우러진 수려한 풍광 때문에 한때 우리나라에서 가장 유명한 드라이브 코스로 손꼽히기도 했다. 그 아름다운 풍경을 차가 아니라 걸어서 감상하면 감동은 두 배다.
양평을 대표하는 걷기 코스는 ‘양평 물소리길’이다. 물소리길은 남한강과 북한강의 맑은 물소리와 자연의 소리를 아우른 도보 여행길이다. 경의중앙선의 역과 역을 연결해 방문객이 이용하기 쉽도록 코스를 개발했다. 접근성을 높이면서도 시골 마을의 골목골목을 걸으며 고즈넉한 옛 고향의 따스함과 여유로움을 느낄 수 있도록 꾸몄다.
양평 물소리길은 현재 6개 코스로 운영 중이다. 1코스 문화유적길(양수역~신원역), 2코스 터널이 있는 기차길(신원역~아신역), 3코스 강변이야기길(아신역~양평역), 4코스 버드나무나루께길(양평역~원덕역), 5코스 흑천길(원덕역~용문역), 6코스 용문산 은행나무길(용문역~용문산관광지)로 조성됐다.
▶부용대에서 바라본 하회마을 전경
경북 안동 ‘선비길’
선비길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아름다운 병산서원과 하회마을을 따라 걷는 마음의 평화를 주는 보석 같은 산책 코스다. 북촌댁, 양진당, 충효당 등 유서 깊은 고택뿐만 아니라 골목으로 이어지는 마을 풍경이 매우 아름답다.
서애 류성룡을 배향한 병산서원에서 낙동강을 휘감고 펼쳐진 하회마을까지 약 4km의 오솔길은 그 옛날 병산서원에서 공부하던 유생들이 학문에 대한 고민을 덜어내고자 걷던 길이자 서민들의 삶이 녹아 있는 오솔길이다.
출발점은 특히 우리나라 건축사의 백미라 할 수 있는 병산서원이다. 서원 앞으로 낙동강이 휘감고 그 낙동강에 발을 담근 병산이 푸른 절벽을 펼쳐놓은 풍경이 압권이다. 병산이 가을빛으로 물들면 어떤 화가도 흉내 낼 수 없는 아름다운 수채화가 된다.
병산서원에서 나오면 오른쪽으로 낙동강을 따라 하회마을을 잇는 선비길로 이어진다. 4㎞의 오솔길과 숲길이 이어지며 유유히 흐르는 낙동강을 바라보며 사색에 잠길 수 있는 명상의 길이다. 차분해진 마음으로 화산 중턱의 고갯마루에 이르면 하회마을이 한눈에 들어온다.
▶보령 천북굴단지 굴구이, 굴찜
무뎌진 식욕과 입맛 깨우기
코로나19로 불편했던 것 중에서 식도락의 즐거움도 빼놓으면 섭섭하다. 사람 많은 곳을 피하고 거리두기를 지키려다 보니 제철 별미를 찾아 떠나는 음식 여행은 꿈도 꾸지 못했다. 서해안에 찬 바람이 스며든 이맘때면 그동안 아껴둔 가을철 별미들을 선물처럼 쏟아낸다. 특히 충남 홍성 남당항부터 보령 천북굴단지까지 서해안고속도로를 따라가며 계절 별미를 즐기기에 그만이다.
▶홍성 남당항 대하구이
홍성 남당항 대하구이
남당항은 수도권에서 2시간 남짓이면 닿을 수 있다. 서해안고속도로를 타고 홍성 나들목으로 빠져나오면 남당항까지 15분이면 충분하다. 남당항 해안을 따라 수십 개의 음식점이 모여 있다.
남당항의 대표 별미는 대하다. 남당항은 예로부터 대하잡이 어선이 모여드는 곳으로 유명했다. 대하는 담백하고 고소한 맛이 일품이다. 단백질이 풍부한 대하는 신장 기능과 혈액순환에도 도움을 준다고 한다.
대하는 양식보다 자연산으로 고르는 것이 좋고 주로 소금구이나 날로 먹는다. 구워 먹으면 고소함이 진해지고 날로 먹으면 아삭한 식감이 으뜸이다. 대하머리버터구이도 별미다. 4인 가족 기준으로 2kg 정도면 배불리 맛볼 수 있다. 대하를 먹고 난 후 해물칼국수나 해물라면으로 마무리하는 것도 잊지 말자.
▶보령 천북굴단지 굴구이, 굴찜
보령 천북굴단지 굴구이
남당항에서 남쪽으로 약 6km만 내려가면 보령 천북굴단지에 닿는다. 입구로 들어서면 굴구이 집들이 바다를 따라 길게 늘어서 있다. 식당이 80여 곳이나 밀집해 굴을 껍질째 망이나 고무 대야에 담아 판매한다.
굴은 겨울철 미각을 자극하는 음식으로 특히 천북굴은 ‘서해안 굴’이라 불릴 만큼 서해를 대표하는 굴이다. 남해안 굴에 비해 크기는 작지만 상대적으로 염도가 낮고 맛과 향이 진한 게 특징이다. 가을이면 살이 찌기 시작해 11월부터 2월까지가 가장 맛이 좋다.
▶서울새활용플라자
친환경 ESG 여행하기
코로나19 대유행 속에 주목받는 것이 환경·사회·지배구조(ESG)다. 인간과 자연, 지역공동체와 세계가 함께 공존해야 한다는 ESG 철학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 핵심 과제로 주목받는 이유다. 여행도 예외가 아니다. 단계적 일상회복을 맞아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이전과는 다른 특별한 여행에 동참해보는 것은 어떨까? 착한여행, 공정여행, 자연과 더불어 사는 지속 가능한 여행이다.
▶영월 에코빌리지
버려진 물건에 새 생명, 서울새활용플라자
자원 활용에 관심이 높아지고 버려진 물건에 아이디어를 더하는 새 활용이 각광받고 있다. 새 활용에 관심이 있다면 꼭 방문할 곳이 서울 성수동 서울새활용플라자다.
이곳에 가면 플라스틱 500여 개로 만든 고래와 다 쓴 택배 상자로 만든 하마가 로비에서 여행자를 맞이한다. 1층에는 친환경 생활 방식이 엿보이는 ‘새활용하우스’, 제품 제작에 필요한 장비를 빌려주는 ‘꿈꾸는공장’이 있다. 2층은 아이디어 창고다. 우산 원단으로 만든 파우치, 낡은 책으로 만든 예술 작품, 우유갑을 이용한 지갑 등이 전시된다.
서울새활용플라자 운영 시간은 오전 10시~오후 6시, 입장료는 없고 월요일은 휴관이다. 서울새활용플라자를 둘러본 뒤에는 서울숲으로 가자. 근처엔 성수동 카페거리도 있다.
▶곡성 침실습지
탄소 없는 하룻밤, 영월 에코빌리지
강원도 영월에 자리한 에코빌리지는 전기와 물을 아끼고 일회용품을 쓰지 않는 등 의도한 불편을 통해 자연을 배려하고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에너지 자립형 건물이다.
이곳에서는 태양광으로 전기를 만들고 태양열로 객실을 덥힌다. 고성능 창호와 고단열·고기밀 자재를 사용해 열손실을 줄이고 객실 내 오염된 공기는 회전형 열교환 장치로 온도와 습도만 회수해 신선한 공기와 함께 다시 공급한다. 그래서 에코빌리지의 하룻밤은 몸도 마음도 밤하늘까지 깨끗하다.
에코빌리지는 투숙객이 편안히 별을 감상하도록 매일 밤 9시부터 10분쯤 건물 전체를 소등한다. 잔디 마당에서 모닥불을 피우고 ‘불멍’ 하는 시간도 매력적이다.
친환경 ‘플로깅’ 여행, 곡성 침실습지
전남 곡성의 침실습지는 섬진강과 곡성 시내에서 흘러든 곡성천, 고달천, 오곡천 등이 만나는 길목에 형성된 자연형 하천 습지다. 천혜의 자연환경을 품어 ‘섬진강의 무릉도원’으로 불리며 2016년 환경부에서 습지보호지역 22호로 지정했다.
습지는 약 200만㎡ 규모로 수달(멸종위기야생생물 1급)을 비롯해 650종이 넘는 생물이 살아간다. 청정 지역에 자라는 버드나무 군락이 습지 전역에 있으며 수풀이 무성하다. 침실습지는 정해진 탐방로가 없어 발길 닿는 대로 걸으면 된다.
침실습지에서도 쓰레기봉투와 집게, 장갑만 있으면 언제든 친환경 여행의 대명사인 ‘플로깅(plogging)’도 체험할 수 있다. 플로깅은 원래 조깅하며 쓰레기를 줍는 운동으로 오염된 자연이 더 빨리 회복하게 도와준다.
글 유인근 여행칼럼니스트, 사진 한국관광공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