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서산 지곡면의 중리어촌체험마을 ‘어촌뉴딜300사업’ 공사가 완료된 이후에 달라지는 마을 풍경 조감도
가을·겨울철 어촌체험마을 여행
자동차가 충남 서산 지곡면의 낮은 산 언덕 구릉을 돌다가 표지판에 ‘어름들길’이라고 적힌 지역에 들어서자 갑자기 오른쪽으로 시야가 탁 트인다. 부드러운 해안선 곡선을 길게 늘어뜨린 만(灣)이 저 아래로 한눈에 들어온다. 세계 5대 청정 갯벌이자 국내 최대 해양생물보호구역인 가로림만이다. 코로나19 방역체계가 단계적 일상회복으로 바뀌고 둘째 날인 11월 2일 오전 서해 바닷물이 육지 쪽으로 굽어지며 곧장 파고 들어와 있는 중리어촌체험마을을 찾아갔다.
“오늘 아침부터 물이 썼다가 지금은 조금씩 다시 차오르려하네요.” 마을에서 만난 박현규(52) 중리마을어촌계장이 말했다. 썰물을 마을 방언으로 ‘물이 썼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이전에는 한 해 5만 명가량 우리 마을을 찾아오곤 했어요.”
평일이어서인지 이날 마을을 찾아온 체험객은 많지 않았다. 한낮 늦가을 햇볕이 내리쬐는 한적한 포구에 서해 갯벌이 눈앞에 가득 펼쳐져 있고 300m쯤 앞쪽 만 한가운데에 솔섬과 저도섬이 가깝다. 바닷물 높이가 가장 낮아지는 간조 물때는 저 두 섬까지 걸어서 가볼 수도 있다. 바닷물이 빠진 중리마을 갯벌은 검은 회색빛으로 비단결 같은 윤기가 반질반질 빛나고 있었다.
▶충남 서산 지곡면의 중리 갯벌과 작은 게 | 중리어촌체험마을 누리집
▶충남 서산 지곡면의 중리 갯벌과 작은 게 | 중리어촌체험마을 누리집
전국 어촌마을 최우수상에 선정
중리어촌체험마을은 2016년에 한국어촌어항협회로부터 전국 어촌마을 최우수상에 선정됐고 2020년에는 해양수산부로부터 ‘국제관광 어촌체험마을’ 장려상을 받은 곳이다.
“조용하고 아늑하고 조수 간만의 차가 심해서 여기 육지 안으로 바닷물이 깊숙이 파고 들어온 해안 지형이 전국의 다른 어촌체험마을과 비교할 때 우리 마을의 특색이고 장점이기도 하죠.”
태안반도 가로림만 중에서도 가장 안쪽에 갯벌을 끼고 있는 중리마을은 북쪽으로는 망미산 구릉성 산지가, 마을 앞쪽으로는 대규모 간척지가 발달돼 있어 해마다 많은 관광객이 찾는 마을이다. 가로림만은 수만 년 동안 육지의 침강·침식, 해수면 상승으로 육지의 일부가 바다가 되고 바다의 일부가 육지가 돼 구불구불 해안선을 가진 리아스식해안이다.
마을에 오면 누구나 바지락·굴 캐기, 감태 채취, 뻘낙지 잡기 등을 체험할 수 있다. 가로림만은 모래와 갯벌이 섞여 있는터라 장화가 갯벌 깊숙이 빠지지 않아 바지락을 캐기 쉽다고 한다. 호미로 살짝만 긁어도 큼지막한 바지락을 바구니망 가득히 캘 수 있고 모래가 섞여 있으니 작은 게도 잡을 수 있다. 체험 비용을 내면 마을에서 장화 등을 제공한다. 마을 안쪽 주변으로 간척지가 발달돼 바다낚시뿐만 아니라 민물낚시도 즐길 만하다.
“2012년에 마을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50만 원씩 출자한 2500만 원 종잣돈으로 체험마을을 조성해 입간판을 세우고 장화 등 체험 준비물, 체험 안내소 등을 설치했어요.”
지금 중리마을 주민은 98가구다. 박현규 어촌계장은 마을 전체 주민 중에 막내에서 세 번째다.
“예전엔 마을 입구 이정표도 없고 바다, 집뿐이었어요. 그러다 2008년에 저를 포함해 마을 사람들이 함께 국내 다른 선진적인 어촌마을들을 탐방 견학해보고 나서 우리도 어촌체험마을로 바꿔보자고 뜻을 모았어요.”
▶충남 서산 지곡면의 중리어촌체험마을 앞마당에서 어촌계 사람들이 깡통열차를 타고 있다.
12월 중순엔 감태로 갯벌 뒤덮여
체험객 숙박시설로 쓰이는 어민행복관 옆으로는 최근에 서산 지역 사회적기업 ‘청년수산학교’ 건물이 새로 들어섰다. 방역체계가 단계적 일상회복 단계로 바뀐 지금, 중리마을은 청년수산학교 개교식이 열리는 11월 13일 밤에 15명가량의 가족단위 체험객을 모집해 횃불을 들고 갯벌 수산물잡이 체험을 하는 행사를 준비 중이다. 조수 간만의 차로 물이 빠지는 썰물이 하루에 두번 일어나는데 밤시간 썰물 때에 마을주민들의 안내를 받으며 숙박 체험객들이 낙지·바지락 잡기 체험을 하는 행사다.
숙박동에는 객실과 회의실, 식당 등이 들어서 있다. 숙박동 앞에 바다를 마주 보며 마련된 가족캠핑카 5대를 이용할 수도 있다. 박 어촌계장은 “하루 숙박하면서 아빠는 아이들과 같이 횃불을 들고 수산물을 잡고 아이들은 잠시 휴대전화를 놓고 엄마와 바닷가에서 대화를 나누는 자리를 마련해본 것”이라고 말했다.
이 마을에서만 즐길 수 있는 ‘깡통열차’도 바닷가에 늘 대기하고 있다. 큰 드럼통 위쪽을 파내 좌석으로 만들고 바퀴를 단 깡통 여러 개를 전동차량에 연결한 놀이 기구로 이 열차를 타고 어촌마을의 자연경관과 해안 풍경을 천천히 둘러볼 수 있다.
바다 쪽으로는 넓게 드러나 펼쳐진 갯벌 중간쯤에 무언가가 초록색의 길고 넓은 띠 군집을 이루며 가을빛에 선명하다. 가시파래에 속하는, 달달한 맛이 나는 해조류 감태다.
“저 해품감태는 우리 마을 특산입니다. 바다를 품었다는 뜻이네요. 12월 중순이면 이 앞쪽까지 우리 갯벌이 온통 감태로 뒤덮이죠.”
청년수산학교 옆에 있는 감태 가공시설에 들어가 직접 감태를 바닷바람에 말려 건조·가공해보고 가져갈 수 있다. 감태는 추운 겨울 한 철에 모습을 드러냈다가 날이 풀리면 점차 사라진다고 한다.
▶중리어촌체험마을 앞마당의 캠핑 카라반
▶서산 해품감태 | 중리어촌체험마을 누리집
‘어촌뉴딜300’ 감태 특화어촌 선정
중리마을은 2019년에 해양수산부가 공모한 ‘어촌뉴딜300 사업’에서 감태 특화어촌으로 선정(76억 원 지원)돼 감태 특화거리를 한창 조성하는 중이다. 이날도 굴삭기 서너 대가 동원돼 바다 안쪽으로 방조제 같은 특화거리를 쌓아 만들고 있었다. 11월 안에 공사가 끝나면 바다 쪽으로 특화거리와 해안가 쉼터가 조성되고 포구가 새로 단장된 변모한 마을을 보게 된다.
마을에서 이웃 마을 도성리로 이어지는 260m에 이르는 해안 산책로에도 따뜻한 해풍이 가을 햇살에 불어왔다. 바닷가 쪽 해안선에 면한 망미산 낮은 기슭을 따라 도성리까지 이어지는 산책로다. 이곳 중리어촌마을에 귀촌할 마음을 먹고 청년수산학교에 두어 달째 숙박하며 마을 일을 돕고 있는 이만수(56) 씨는 “포구에 상가가 없어 북적대지 않고 마을도 바닷바람을 피해 망미산 능선 뒤쪽에 들어서 있기 때문에 이곳은 한적하면서도 풍광이 멋지고 갯벌도 넓다”며 “어선 타는 어업을 하지 않고서도 이곳에 어촌체험을 오는 사람이 많아 체험을 돕는 일자리로 경제적 문제는 해결할 수 있을 거 같다”고 말했다. 그만큼 체험객이 많다는 얘기다.
글·사진 조계완 기자
▶부산 기장 공수어촌체험휴양마을
▶강원도 양양 남애어촌체험휴양마을
▶경기도 안산 선감어촌체험휴양마을 | 각 어촌체험마을 누리집
가을·겨울철에 가기 좋은 ‘어촌체험휴양마을’ 10곳
‘어촌체험휴양마을’은 어업 체험을 중심으로 도시민들에게 어촌 자연환경이나 전통문화 등을 연계한 프로그램과 숙박, 음식 서비스를 제공하는 마을이다. 해양수산부는 2008년부터 어촌체험휴양마을 사업을 육성하고 있다. 2021년 10월 기준으로 전국의 어촌체험휴양마을(해양수산부 및 시·도, 시·군·구 지정)은 총 118곳이다.
부산은 영도구 동삼마을 등 3곳, 인천은 옹진군 이작마을 등 7곳, 경기는 화성시 백미리마을 등 9곳, 강원은 양양 남애마을 등 11곳, 충남은 보령 무창포마을 등 14곳, 전북은 군산 선유도마을 등 5곳, 전남은 강진 하저마을 등 28곳, 경북은 울진 기성마을 등 7곳, 경남은 거제 도장포마을 등 26곳, 제주는 서귀포 강정마을 등 6곳이다.
해수부 등의 추천·소개를 참고해 코로나19 방역체계가 단계적 일상회복으로 전환된 속에서 한적하게 가을·겨울철에 가기 좋은 어촌체험휴양마을 10곳을 소개한다.
동해권역의 어촌체험휴양마을에는 추운 날씨와 관계없이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실내 만들기 체험거리가 가득하다. 울산 동구 ‘주전어촌체험휴양마을’에서는 자연산 돌미역으로 떡 만들기 체험을 할 수 있다. 손으로 재료를 반죽하고 모양을 내면서 떡 특유의 질감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부산 기장군의 ‘공수어촌체험휴양마을’은 특산물 다시마를 활용해 천연 비누와 장아찌 만들기 체험을 운영한다. 직접 만든 제품을 가져올 수 있다. 강원도 양양군의 ‘남애어촌체험휴양마을’에서 특산물 오징어를 이용해 진행하는 오징어순대 만들기 체험은 음식 특유의 풍미와 쫄깃한 식감을 맛볼 수 있다.
서해권역에서는 겨울에도 어촌체험휴양마을의 대표 체험 프로그램인 갯벌체험을 만나볼 수 있다. 갯벌은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천혜의 놀이터이자 훌륭한 생태교육장이다. 경기 안산의 ‘선감어촌체험휴양마을’에서는 갯벌체험과 고둥 줍기 등 다양한 생태체험이 있고 망둑어 낚시와 포도주 만들기 체험도 마련돼 있다.
경기 화성의 ‘제부어촌체험휴양마을’에서는 바지락 캐기와 쏙잡이 체험을 주로 하는데 빠르게 쏙을 잡아 올리는 손맛을 잊지 못해 다시 찾는 방문객이 많다. 신비의 바닷길로 유명한 충남 보령 ‘무창포어촌체험휴양마을’에서는 바지락 캐기 체험을 맛볼 수 있다.
남해권역에는 겨울철에만 즐길 수 있는 이색 어촌체험이 있다. 경남 남해군의 ‘문항어촌체험휴양마을’과 ‘이어어촌체험휴양마을’, 거제시 ‘산달도어촌체험휴양마을’에서 경험할 수 있는 굴 따기 체험이다. 세 마을에 가면 겨울이 제철인 굴을 직접 채취해 신선한 상태로 맛볼 수 있고, 고소한 굴구이도 즉석에서 먹을 수 있다.
전국의 어촌체험휴양마을 정보는 해양관광 누리집 ‘바다여행’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