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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거리가 풍성해 입맛이 도는 가을입니다. 가을 하면 생각나는 생선이 있죠. 바로 전어인데요. 구울 때 지글거리며 나는 특유한 냄새가 고소해 전어 굽는 냄새에 ‘집 나가던 며느리가 돌아온다’고 했고 가을이면 고소함이 극에 달해 ‘가을 전어에는 깨가 서말이다’라는 속담이 있을 정도로 가을엔 전어 맛이 빠질 수 없는데요.
이처럼 가을에 가장 맛이 좋아지는 전어의 특성은 10월부터 다음해 1월까지 가장 높아지는 지방 함량 덕분인데요. 전문가들에 따르면 9~11월은 전어가 산란을 마치고 체내 영양 상태를 회복하고 어획량도 많아지는 ‘제대로 된 제철’로 수온이 18℃ 이하로 내려가고 지방 함량이 절정을 이루는 11월이 전어를 먹기에 가장 적합한 시기라고 합니다.
세꼬시? 뼈째회!
전어는 명칭에 관한 유래도 다양합니다. 1814년 정약전이 지은 <자산어보>에 따르면 전어의 전은 ‘화살 전(箭)’으로 전어 모양이 화살촉과 같아 전어(箭魚)라고 불렀다고 합니다. 반면 전어에서 전(錢, 돈 전)이 돈을 의미한다는 설도 있는데요. 1820년 서유구가 쓴 어류에 관한 기술서인 <난호어목지>에서는 “맛이 너무 좋아 사람들이 돈을 생각하지 않고 사기 때문에 전어(錢魚)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적혀 있습니다. 전어를 표기하는 또다른 한자로 ‘온전할 전(全)’을 쓴다고도 하는데요. ‘머리부터 발끝까지 뼈째 온전히 다 먹는 생선’이라 전어(全魚)라고 불렀다고 합니다. 이같이 전어와 관련된 이야기가 곳곳에서 내려져 오는 것은 그만큼 맛있고 누구나 좋아하는 생선이라는 의미일 텐데요.
전어를 일컫는 말도 지역마다 조금씩 다릅니다. 전라도 쪽에서는 ‘되미’ 또는 ‘뒤에미’ ‘엽삭’ 등으로 부르고 경상도에서는 ‘전애’라고 합니다. 강원도에서는 ‘새갈치’라고도 하고요. 크기에 따라서도 표현이 달라지는데요. 큰 전어는 ‘대전어’, 중간 크기는 ‘엿사리’, 새끼 전어는 ‘전어사리’라고 합니다.
전어는 구이부터 무침, 회, 조림까지 다양한 형태로 조리하는데요. 회로 먹을 때는 뼈째 썰어 먹는 ‘세꼬시’가 일반적입니다. 뼈가 억세지 않고 칼슘을 풍부하게 섭취할 수 있어서인데요. 그래서인지 요즘 횟집 대문에서 ‘전어 세꼬시’라는 글씨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데요.
여기서 세꼬시는 우리말이 아닙니다. 일본어 ‘세고시(せごし·背越し)’에서 나온 말로 작은 물고기에서 머리·내장·지느러미 등을 제거하고 뼈째 잘게 썰어낸 것을 뜻합니다. 뼈째 먹어 고소하다고 해 뼈꼬시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이 역시 바른말이 아닙니다. 국립국어원은 세꼬시, 세고시, 뼈꼬시 대신 ‘뼈째회’란 우리말을 순화어로 선정했습니다. 이외에도 횟집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일본어가 많은데요. ▲사시미는 생선회 ▲스시는 초밥 ▲지리는 맑은탕 ▲쓰키다시는 곁들이찬 ▲와사비는 고추냉이로 바꿔 써야 합니다.
서더리탕? 서덜탕!
우리말이지만 헷갈리는 표현도 있습니다. 횟집에서 회를 시키면 맨 마지막에 나오는 매운탕을 서더리탕으로 알고 있는 사람이 많은데요. 이는 서덜탕으로 써야 합니다. 서덜은 ‘생선의 살을 발라내고 난 나머지 부분. 뼈, 대가리, 껍질 따위’를 통틀어 이르는 말입니다.
가을빛을 잔뜩 머금은 11월입니다. 가을바람을 느껴가며 여럿이 함께 먹는 ‘전어 뼈째회’라면 돈(錢)이 아깝지 않을 것 같은데요. 때마침 반가운 소식도 들립니다. 단계적 일상회복 기대감 속에 도심 주변 관광지와 바닷가 어시장 등에도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져 서서히 활력을 되찾아가는 분위기인데요. 이번 주말, 특별한 음식을 찾고 있다면 가을이 다 가기 전에 전어 맛을 느껴보는 건 어떨까요?
백미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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