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절기를 나타내는 말
아침저녁으로 바람의 온도가 달라졌음을 느낍니다. 불과 몇 주 전까지만 해도 폭염이 기승을 부렸는데 언제 그랬냐는 듯 선선한 바람과 가느다란 귀뚜라미 소리가 들립니다. 9월 7일은 가을이 본격적으로 시작한다는 ‘백로’입니다. 신기할 정도로 들어맞는 절기와 계절의 순환. 사계절의 시작을 알리는 기준으로는 이만한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절기는 황도(태양이 지나는 길)를 24개로 나눠 계절을 구분한 것입니다. 황도에서 춘분점을 기점으로 15도 간격으로 점을 찍어 총 24개 절기로 나타냅니다. 따라서 춘하추동 사계절은 각각 6개 절기로 이뤄져 있고 한 달에 두 개 절기가 있습니다. 절기를 순우리말로 ‘철’이라고 하는데요. 그래서 절기를 모르면 ‘철부지’, 절기를 알면 ‘철들었다’고 표현합니다.
가을의 세 번째 절기인 백로는 가을이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시기인데요. 한국민속대백과사전에 따르면 백로는 ‘흰 이슬’이라는 뜻으로 이맘때면 밤에 기온이 이슬점 이하로 내려가 풀잎이나 물체에 이슬이 맺히는 데서 유래했다고 합니다.
이렇듯 계절의 길잡이가 되는 24절기에는 예부터 전해오는 풍속과 속담도 다양한데요. 24절기 중 가을을 나타내는 절기에는 ▲입추 ▲처서 ▲백로 ▲추분 ▲한로 ▲상강이 있습니다.
입추, 처서, 백로
가을의 첫 관문인 ‘입추’는 양력 8월 7일 무렵인데요. 여름이 지나고 가을에 접어들었음을 알리는 절기입니다. 입추는 벼가 한창 자라는 시기로 ‘입추 때는 벼 자라는 소리에 개가 짖는다’는 속담이 있을 정도입니다. 이는 ‘벼가 한창 자랄 때라 벼의 자라는 소리가 들릴 정도’라는 뜻을 지녔습니다.
‘처서’는 여름이 지나면서 더위도 가시고 선선한 가을을 맞이한다는 절기인데요. ‘모기도 처서가 지나면 입이 삐뚤어진다’는 속담처럼 극성을 부리던 모기도 기세가 약해질 만큼 선선한 가을을 맞는다는 시기를 뜻합니다. 양력 8월 23일 또는 24일입니다.
‘백로’는 가을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는 시기로 완연한 가을의 기운을 느낄 수 있는데요. 백로는 농사에서 중요한 시기로 여겨졌기 때문에 농민들은 이날을 기점으로 한해 농사를 예측하곤 했습니다. 관련 속담으로 ‘칠월 백로에 패지 않은 벼는 못 먹어도 팔월 백로에 패지 않은 벼는 먹는다’가 있는데요. 이는 ‘칠월 백로에 이삭이 나지 않은 벼는 못 먹어도 팔월 백로에 이삭이 나지 않은 벼는 먹는다’라는 뜻으로 보통 백로는 음력 8월에 들지만 간혹 음력 7월에 들기도 하는데 이렇게 백로가 빨리 돌아오는 해는 계절이 빨리 돌아오기에 그만큼 수확할 수 있는 쌀의 양이 줄어드는 것을 염려하는 속담이라고 합니다.
추분, 한로, 상강
‘추분’은 낮과 밤의 길이가 같아지는 시기로 추분 이후부터 점차 밤이 길어지므로 비로소 여름이 가고 가을이 왔다는 사실을 실감하게 합니다. 가을걷이가 시작되는 시기로 양력 9월 23일 또는 24일입니다. ‘추분이 지나면 우렛소리 멈추고 벌레가 숨는다’는 속담은 ‘추분이 지나면 천둥소리도 없어지고 벌레들도 월동할 곳으로 숨는다’는 뜻입니다.
‘한로’는 공기가 차가워지고 찬 이슬이 맺히기 시작하는 절기입니다. 기온이 더욱 내려가기 전에 추수를 끝내야 하므로 농촌은 타작이 한창인 시기인데요. 가을 단풍이 짙어지는 양력 10월 8일 또는 9일 즈음입니다. 관련 속담으로는 ‘한로가 지나면 제비도 강남으로 간다’가 있는데 이는 제비가 더 추운 날씨가 되기 전에 따뜻한 곳으로 이동한다는 뜻입니다.
‘상강’은 한로와 입동 사이에 있는 가을의 마지막 절기로 양력 10월 23일 무렵입니다. 하늘이 높고 쾌청한 가을 날씨가 계속되지만 밤에는 기온이 매우 낮아져 서리가 내리기 시작하는 시기입니다. 이때는 단풍이 가장 아름답고 국화가 활짝 피는데요. 그래서 상강 즈음에는 국화주를 마시며 가을 나들이를 하는 문화가 있었다고 합니다. ‘벼는 상강 전에 베어야 한다’는 속담이 있는데 이는 벼가 서리를 맞으면 벼이삭이 부러져 수확에 지장이 있기 때문에 상강 전에는 추수를 끝내야 한다는 뜻을 지녔습니다.
아직 한낮에는 더운 기운이 느껴지지만 계절의 순환은 거스를 수 없는 자연의 섭리일 텐데요. 짧아서 아쉬운 계절, 가을입니다. 올해는 더욱 풍성함을 안고 찾아올 가을 절기들을 즐겁게 맞이하시기 바랍니다.
백미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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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