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의 순우리말
거리를 걷다, 버스를 타고 한강을 건너다 문득 어느 때보다 만연한 푸른 하늘을 누립니다. 청명한 하늘에 제각각 흐르는 구름을 보고 있으면 마음도 편안해지는데요. 이 같은 구름에는 각각의 모양, 높이, 색깔 등에 따라 다양한 이름이 있습니다. 하지만 기상학에서 사용하는 명칭은 대부분 한자어인데요. 오늘은 각 구름의 순우리말 이름을 알려드리려 합니다.
다양한 모양의 구름을 최초로 나눈 사람은 영국의 기상학자 루크 하워드입니다. 그는 1803년 구름을 네 가지(층운, 권운, 적운, 난운)로 구분했는데요. 기상청에 따르면 현재는 이보다 더 다양한 10개 기본형으로 나눕니다.
①권운(卷雲) 우리말로 ‘새털구름’이라 부르는 권운은 높고 맑은 하늘에 새털처럼 가볍게 떠다니는 구름입니다.
②권적운(卷積雲) 작은 구름 조각이 물결 또는 비늘 모양으로 얇게 펼쳐진 구름으로 권운과 비슷하지만 그보다는 촘촘합니다. ‘비늘구름’ ‘조개구름’이라고 합니다.
③권층운(卷層雲) 온 하늘을 뒤덮은 엷고 흰 면사포 모양의 구름으로 햇무리, 달무리가 나타납니다. 우리말로는 ‘면사포구름’ ‘햇무리구름’이라고 합니다.
④고적운(高積雲) 높은 하늘에 크고 둥글둥글하게 덩어리진 구름으로 양떼 모양을 하고 있어 ‘양떼구름’이라고 합니다.
⑤고층운(高層雲) 층을 이뤄 하늘을 덮는 잿빛 또는 푸른색을 띤 구름으로 대개 ‘구름 낀 하늘’로 표시하는데요. 날씨가 나빠지고 있다는 징조의 고층운은 우리말로 ‘높층구름’ ‘회색차일구름’이라고 합니다.
⑥난층운(亂層雲) 오랜 시간 계속 비나 눈을 내리는 검은 회색의 두꺼운 구름으로 ‘비층구름’이라고 합니다.
⑦층적운(層積雲) 어두운 회색의 커다란 구름 덩어리로 비가 오기 전이나 후에 자주 볼 수 있는데요. 우리말로는 ‘두루마리구름’이라고 합니다.
⑧층운(層雲) 안개처럼 땅 위에 가장 가까이 층을 이루는데 비가 올 때 산간 지대나 맑은 날 이른 아침의 평야 지대에서 많이 볼 수 있고 ‘안개구름’이라고 합니다.
⑨적운(積雲) 꼭대기는 둥글고 밑은 편평한 모양으로 뭉게뭉게 떠 있는 구름인데요. 맑은 날 여름철 오후에 잘 나타나고 우리말로 ‘뭉게구름’이라고 합니다.
⑩적란운(積亂雲) 위는 산 모양으로 솟고 아래는 비를 머금은 구름으로 우박, 소나기, 천둥 따위를 동반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소나기구름’ ‘소낙비구름’이라고 합니다.
다양한 종류만큼이나 구름은 여러 상징적 의미를 지닙니다. 푸른 빛깔의 구름인 ‘청운(靑雲)’은 높은 지위나 벼슬을 비유적으로 말하는데요. 출세하려는 꿈을 ‘청운의 꿈’이라 하고 ‘청운의 뜻을 품는다’라고 표현합니다. ‘풍운(風雲)’은 용이 바람과 구름을 타고 하늘로 오르는 것처럼 영웅호걸들이 세상에 두각을 나타내는 좋은 기운을 말하는데요. ‘풍운의 뜻’이라 하면 입신출세해 큰일을 이룩하려는 희망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입니다. 뜬구름은 덧없는 세상일을 비유한 것으로 막연하거나 허황된 것을 좇을 때 ‘뜬구름 잡는다’고 표현합니다.
구름은 징조를 표현하기도 하는데요. 비가 쏟아질 것같이 검은 구름의 ‘암운(暗雲)’은 좋지 못한 일이 일어날 낌새를 비유적으로 표현한 말로 위험이나 파탄의 기미가 일어날 때 ‘암운이 드리우다’라고 말합니다. 전쟁이나 전투가 벌어지려는 살기를 띤 형세를 ‘전운(戰雲)이 감돈다’라고 하고 사람이 구름처럼 많이 모여들면 ‘운집(雲集)’이라고 합니다
최근 MZ세대(밀레니얼과 Z세대를 합친 말로 1980~2000년대 초반 출생한 20~30대를 아우르는 말) 사이에 ‘일상력 챌린지’가 인기라고 합니다. 매일 지키고 싶은 행동 양식을 정해 습관처럼 지켜나가는 것을 말하는데요. 물 자주 마시기, 채소 챙겨 먹기. 감사일기 쓰기 등 여러 행동 가운데 ‘하루에 한 번 하늘 보기’가 눈에 띕니다. 기분전환뿐만 아니라 성취감에 자기 효능감까지 느낄 수 있다는데요. 오늘부터 ‘하루 한 번 하늘 보기’ 어떤가요. 위대한 변화는 소소한 습관에서 시작된 것일 수 있으니까요.
백미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