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시대 나는 이번주도 산으로 간다
피플 비/대/면 시대 나는 이번주도 산으로 간다

▶오늘도, 등산의 신경은 작가 신경은 작가은 끈기라곤 몰랐던 어느 직장인의 본격 취미 생활 도전기다. 저자 신경은 씨가 어떻게 등산의 매력에 푹 빠져 주말마다 산을 오르게 됐는지를 기록한 발랄 에세이다. 입사 4년 차,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직장 생활이 몸에 익을 무렵 저자는 삶에 활력을 불어넣을 취미가 필요했다. 의욕이 넘쳐 시작해도 금방 시들해지던 그동안의 실패가 발목을 잡았다. 온갖 준비물을 다 갖추고 장기 회원증까지 끊었지만 몇 주 다니다 포기한 요가 강습도 생각났다. 좀 가볍게 접근할 만한 운동은 없을까? 장비를 사지 않아도 되고 정해진 시간을 놓쳐도 할 수 있는 그런 운동을 하고 싶은데. 그때 10여 년 전, 아버지와 함께 산에 올랐던 기억이 떠올랐다. 첫 번째 산행에서 등산의 참맛을 본 뒤론 누가 깨우지 않아도 깜깜한 새벽에 일어나 일출 산행을 떠나게 됐다. 첫 번째 산행 경험을 저자는 이렇게 기억한다. ▶2020년 10월, 지리산 천왕봉. 신 작가 생의 최고의 운해를 본 날이다. 첫 번째 산행에서 느낀 등산의 참맛 그날 날씨가 흐렸어요. 일기예보에 눈이 올 예정이라고 나왔죠. 그런데 눈 오는 날 산에 가면 좋다는 얘기를 들어서 날씨 때문에 포기하지 않고 오히려 눈 오니까 가는 거지 하는 마음에 북한산으로 갔어요. 북한산에 도착했는데 사람이 꽤 많은 거예요. 거기서 일단 좀 놀랐어요. 겨울이고 눈도 오는데 이렇게 많이 왔나 싶을 정도의 인파였어요. 다들 단단히 준비하는 것을 보고 저도 똑같이 따라 했어요. 조금 올랐을 때 눈이 내리기 시작하는 거예요. 그것도 펑펑! 그런데 날씨가 생각했던 것보다 춥지 않았고 등산하면서 열이 나서 그런지 따뜻한 느낌이었어요. 저자는 그 겨울 추운 날, 무언가에 이끌리듯 산이 나를 부른 것 같다고 회상했다. 난생처음 본 설산은 놀라움 그 자체였다. 온 세상이 하얗고 조용했다. 산에 쌓인 눈을 보는 것만으로도 답답하고 지쳤던 마음이 달래졌다. 이날 산을 다녀오고 나서 온종일 기분이 좋았다. 그날 하루를 길고 알차게 보낸 뿌듯함과 정상에 올랐다는 성취감 때문이었을까? 산에 올라 자연을 느끼고 그게 몸으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면서 등산에 빠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등산에 입문한 저자는 첫 산행 이후 1주 1산을 목표로 주말마다 산에 올랐다. 처음부터 목표를 정하고 등산한 것은 아니었다. 2020년 겨울 소백산을 갔던 날, 정상에 도착했는데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춥고 바람이 불었다. 그래도 정상에 도착했으니 사진을 찍자는 생각으로 줄을 섰는데 사람들이 손에 무엇을 들고 인증 사진을 찍는 듯했다. 그때 처음 100대 명산 챌린지가 있다는 걸 알게 되면서 목표를 세웠다. 신 작가는 목표가 생기자 동기부여가 됐다. ▶2020년 12월, 방태산 눈꽃 산행. 비가 눈으로 바뀌면서 순식간에 겨울왕국이 되어버린 날. 눈이 정말 많이 오면 고립될 수도 있겠다고 느꼈다. 1주 1산으로 100대 명산 오르는 게 목표 나에게 등산은 어떻게 보면 그날 하루의 소소한 도전이라고 생각합니다. 처음에는 곰곰이 생각해봤어요. 회사원인 나에게 등산할 수 있는 시간은 주말밖에 없기 때문에 일주일에 한번이 좋겠다. 그렇게 하면 3년 정도는 걸리겠구나. 그래, 일단 시작해보자!고 한 것이 1주 1산입니다. 그렇게 1년이 훌쩍 넘어버린 지금 총 36곳의 산에 올랐어요. 확실히 구체적으로 1주 1산이라는 목표를 세우니 100대 명산 도전에 한층 가까워진 느낌이 들고 동기부여가 됐죠. 이런 작은 도전이 모여 우리나라 100대 명산을 모두 오른다면 얼마나 멋질지 벌써부터 가슴이 설레네요. 등산은 삶에 활력을 불어넣는 청량한 운동이다. 몸을 쓰면서도 격렬하지 않아 누구나 할 수 있고 특별한 장비나 강습 없이 가볍게 시작할 수 있다. 정해진 시간이나 장소가 따로 없으며 많은 비용이 들지 않아 쉽고 편하게 도전할 수 있다. 비대면 시대에 등산의 최고 장점을 뽑으라면 무엇보다 혼자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어느 산에서든 혼산(혼자 등산하기) 하는 이들을 자주 보는데 전과 다른 것은 50~60대뿐만 아니라 20~30대도 쉽게 눈에 띈다는 점이다. 사회적 거리두기에서 오는 답답함에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산으로 향하는 것이다. 신 작가는 혼산의 가장 큰 매력으로 내가 가고 싶은 산행지를 선택할 수 있고 시간에 제약을 받지 않으며 다른 사람의 발걸음에 맞춰 무리하게 등산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을 꼽았다. 저에게 등산이란 자신에게 집중해 나만의 생각을 정리하고 나 자신과 소통하는 시간이죠. 혼자 무언가를 하는 것이 익숙하지 않던 저에게 등산은 혼자 도전해볼 수 있는 기회를 줬어요. 20대 초,중반 그리고 등산하기 전까지는 혼자 보낸 시간 중 기억에 남는 것이 없어요. 비대면 때문이기도 하지만 혼산의 매력을 느끼고 산을 좋아하게 됐습니다. 어느 누구의 눈치를 보지 않고 홀로 시간을 보낼 수 있고 혼자일 때 자연과 저 자신에게 더욱 집중할 수 있다는 점이 혼산의 매력 같습니다. ▶2020년 5월 한라산 관음사 코스. 알프스 산맥과 같은 한라산 관음사 코스는 진짜 꼭 한번 가봤으면 하는 산이다. 인생 최고의 산이다. 자연의 변덕 앞에 위기의 순간도 산에서는 보이는 게 다가 아니다. 예상이 빗나가기 일쑤다. 확신은 금물이며 낮은 산이라고 얕봐서도 안 된다. 무엇보다 계절의 상식이 통하지 않을 때가 빈번하다. 한 치 앞을 장담할 수 없을 만큼 기후가 급변하는데 약간의 고도 차이만으로 칼바람과 산들바람을 번갈아 맞기도 한다. 산에선 시간과 거리 개념도 상황에 따라 고무줄처럼 변한다. 가도 가도 끝이 없는 하산 지옥이 펼쳐지기도 하고 방금 전까지 떠 있던 해가 금세 져버려 에덴동산 같던 곳에서 전설의 고향을 찍을 때도 있다. 조금만 방심해도 길을 잃기 쉽고 체력이 금방 소진돼 비상식량을 넉넉히 챙기지 않은 걸 후회하는 일도 벌어진다. 그림 같은 절경에 오감 만족을 느끼다가도 호락호락하지 않은 자연의 변덕 앞에 혀를 내둘렀던 경험을 저자는 수없이 했다. 신 작가에게 최근 1년간 다녀온 산행 가운데 가장 위험했던 순간을 물었다. 그는 최근에 다녀온 강원도 홍천의 가리산을 꼽았다. 3월 초라 방심하고 오른 산행에서 녹지 않은 눈과 맞닥뜨렸기 때문이다. 가벼운 옷차림으로 등산을 시작했어요. 그런데 산 초입부터 녹지 않은 눈이 보여 점점 불안해졌습니다. 가방에는 아이젠(겨울철 등산 장비)이 들어 있지 않았지만 집으로 돌아가기엔 너무 아쉬워 천천히 조심스럽게 올라가기로 마음먹었죠. 정상에 도착할 무렵 험난한 암릉과 얼어 있는 바위를 보고 가슴이 덜컹했어요. 그래도 어떻게 정상까지 안전하게 도착했는데 반대쪽은 눈이 아예 녹지 않아서 빙벽 수준이라는 거예요. 이날 하산 길이 지난 1년 동안 다녀온 어떤 산행보다 가장 위험했죠. 다리에 힘이 들어가서 그런지 한 번도 넘어지지 않았지만 하늘이 도운 거라 생각해요. 봉을 타고 기어서 내려왔지만 그래도 기분은 너무 좋았어요. ▶2020년 10월, 북한산 숨은벽 코스에서 촬영한 사진. 북한산은 일몰, 일출 산행으로 모두 유명하다. 특히 미세먼지가 없는 날이면 더욱 멋진 절경을 볼 수 있다. 방구석이 지겹다면 두려워 말고 도전을 등산하고자 마음먹었지만 실천에 옮기지 못하고 있는 독자에게 저자는 이런 이야기를 전한다. 아침에 눈뜰 때부터 도전하겠다고 다짐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이다. 소소한 것조차 자신이 행동하기 전까지는 일어날 수 없다고. 삶에 쉼이 필요할 때나 무료한 삶에서 성취감을 느끼고 싶을 때 한 번쯤 높은 곳에 올라서서 아래를 내려다보며 여유를 가져봤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이게 바로 등산의 참맛이죠. 그러면 여유뿐만 아니라 도전에 대한 성취감도 생겨 어느새 나도 모르게 그것이 일상생활에 스며들 거예요. 비대면 시대에 방구석이 지겹다! 해외여행을 가고 싶다! 치유받고 싶다!면 두려워하지 말고 도전하세요. 도전의 시작과 동시에 오늘도, 등산! 하고 있을 겁니다. 글 박유리 기자, 사진 신경은 ▶오늘도, 등산 표지│ 애플북스

2021.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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