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춘천일기’ 최정혜 대표
모두가 서울로 향하는 시대에 로컬살이를 선택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그들은 왜, 어떻게 로컬의 삶을 채워가고 있을까? 그들이 전하는 로컬살이를 통해 로컬의 매력과 가능성을 발견해본다.
“춘천살이의 만족도를 5점 만점으로 표현해본다면? 4.5점 줄 수 있을 것 같아요. 사실 5점을 주고 싶고 싶지만 5점은 너무 완벽한 것 같아 4.5점으로 양보했습니다. 춘천에서 삶에 만족하는 이유는 너무 많지만 그중 딱 하나만 고르라면 ‘춘천 사람들’을 꼽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춘천에 이사 오고 싶다는 마음을 먹게 한 것도 여행지 춘천에서 만난 사람들이었고 춘천에 이사 오고 나서도 단골손님으로 만나 같이 협업하게 된 동네 작가님과 일상 속에서 만나는 카페 사장님, 밥집 사장님, 책방 사장님 등 서로를 응원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이거든요. 가끔은 이런 만족감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지기도 합니다. 춘천에 오기 전까지는 옆집에 누가 사는지도 모른 채 아파트 생활을 했으니까요.”
디자이너 남편과 기획자 아내는 캠핑과 여행을 즐겼다. 그들이 고른 신혼여행지는 편안하고 고급스러운 호텔 대신 네팔의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였다. 그들이 선호하는 여행은 소문난 관광지를 도장 찍는 대신 여행지의 일상을 현지인처럼 즐기는 것이었다. 그런 그들은 자연스레 ‘살 듯 여행하기, 여행하듯 살기’라는 슬로건을 품었다. 직장생활의 팍팍함을 여행으로 달래던 그들은 2017년 서울을 떠나 강원도 춘천에 자리잡았다. 이층집을 마련해 2층을 여행자에게 빌려주는 것으로 시작했던 그들의 로컬사업은 7년의 세월이 흐르면서 디자인스튜디오와 기념품 가게에 이어 10여 개 객실을 갖춘 춘천일기 스테이로 확장됐다. 그들이 삶의 지향으로 품고 살아가던 슬로건 ‘살 듯 여행하기, 여행하듯 살기’는 이제 그들의 일상을 표현하는 문장이 됐다.
최강부부(아내 최정혜, 남편 강승용)가 춘천을 찾은 것은 캠핑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닭갈비를 먹기 위해서였다. 당시 아내는 직장생활에서 쌓인 스트레스로 몸과 마음이 지친 상태였다. 블로그 이웃이었던 사장님이 운영하는 게스트하우스를 숙소로 정한 후 길모퉁이 작은 가게에서 막걸리를 마시는데 춘천의 다정함이 눈물나게 좋았다.
기분이 좋아진 남편은 “우리 춘천에서 살까?”라고 건넸고 아내는 “그럴까?”라고 답하며 춘천에서 밤을 보냈다.
다음날 아침 알고 보니 두 사람은 각자 춘천의 부동산 시세를 확인한 후였다. 서울에서 원룸 가격이면 춘천에서는 마당 딸린 집을 구할 수 있었다. 춘천의 저렴한 부동산 시세에 매력을 느낀 최강부부는 춘천행을 실행해보기로 하고 주말마다 춘천으로 향했다.
처음에는 ‘막걸리 기운이 만들어준 호감이 아닐까?’란 생각도 들었다. 부동산을 핑계로 3개월을 드나들다 보니 춘천이 점점 더 좋아졌다. 밥집 주인의 친절에 감동하고, 맛있는 밥에 감동하고, 한산하고 예쁜 거리에 감동하고 그들에게 춘천은 알수록 좋은 곳이었다. 부동산을 살펴보고 돌아오면 두 사람은 머리를 맞대고 앉아 손익을 따졌다. 어떤 점이 좋고 어떤 점이 아쉬운지, 위치는 좋은지, 낡아서 고치는 비용이 많이 들지는 않을지 등을 따지다보니 결정하기 어려웠다. 그러던 2017년 3월 1일 늦은 오후 구봉산 언저리에 있는 집을 보게 됐다. 외진 곳에 있었지만 저녁노을을 보는 순간 그 집의 매력에 반해버렸다.
“우리 이 집으로 하자.” “그래, 좋아!”
3개월 동안 쌓아온 논리적이고도 이성적인 기준은 그 집 앞에서 모두 사라져버렸다.
아침햇살과 새소리에 깨어날 수 있는 자연 속 집은 도시의 아파트와 달리 ‘포근한 휴식과 깊은 잠’이라는 선물을 안겨줬다. 최강부부는 집의 1층에 살면서 2층을 에어비앤비로 꾸며 자연의 치유력을 누리고 싶은 여행자들에게 내줬다. 여행자들은 춘천의 문화와 자연의 기쁨을 모두 누릴 수 있는 이곳의 매력에 환호했다. 숙소 주인과 손님으로 만난 인연이지만 최강부부는 여행자의 감도로 춘천의 매력을 안내하고 누릴 수 있도록 도왔다. 그렇게 만난 여행자들은 춘천에서 추억을 담아가고 싶은 기념품을 추천해달라고 요청했다. 적당한 기념품을 추천하기 어려웠던 최강부부는 춘천의 매력을 담은 기념품을 직접 만들어보기로 했다.


정부 지원사업이 용기자금이 되다
기념품 가게 춘천일기를 열게 된 것은 ‘청년몰 사업’에 선정된 것이 도움이 됐다. 청년몰 사업은 구도심 활성화를 위해 춘천시가 인테리어 비용과 임대료 일부를 지원해주는 사업이다. 정부 지원사업은 생각에만 머물던 사업계획이 세상에 나올 수 있도록 용기자금이 돼주었다. 춘천일기가 이용한 정부 지원프로그램은 로컬크리에이터(지역가치 창업가) 지원사업, 로컬크리에이터 협업사업, 관광벤처 지원사업, 기술혁신형 창업기업 지원사업, 도시재생 기금 등이다. 정부 지원사업은 금전적 도움 외에도 무명의 춘천일기가 사람들의 신뢰를 얻도록 역할을 해줬다. 최강부부는 하고자 하는 사업이나 프로젝트가 있을 때 정부 지원사업을 활용하는 것은 좋지만 정부지원에만 맞추는 것은 피할 것을 조언한다. 그로 인해 사업의 우선순위, 방향성이 흔들리면 안되기 때문이다.
최강부부는 춘천일기스테이가 단순한 숙소로 인식되는 대신 진짜 춘천의 매력을 발견하고 나만의 속도와 방식으로 살아가는 삶의 즐거움을 맛보는 장소가 되길 바란다.
춘천일기스테이의 숙박과 지역의 공간을 경험하는 패키지 상품을 만들고 로컬크리에이터들과 협업 상품을 만들고, 아트스테이를 운영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서로에게 ‘수익창출’이 뾰족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사실을 수차례 시행착오를 통해 깨달았다. ‘내가 손해보더라도 도와주자’는 마음은 아름답지만 서로의 시간과 노력을 낭비하는 결과를 얻을 뿐이었다. 이제는 협업 전에 서로의 역할과 수익배분 등을 꼼꼼히 살펴 일을 진행한다.
장영화 오이씨랩 대표



박스기사
최정혜 대표가 로컬사업을
준비하는 이들에게 추천하는 책
제주도의 ‘우유부단’과 같은 브랜드가 기존 브랜드들과 다른 방식으로 지역 안에서 건강하게 성장해온 과정을 담고 있는 책. 남들과 경쟁하고 최고가 돼야 하는 기존 성공 방정식과는 전혀 다른 서로서로 함께 손을 잡고 나아가는 브랜딩, 지속가능한 브랜딩이 결국 로컬브랜딩의 핵심인 것 같다고 한다.
‘최강부부’의 로컬살이 성공요인

최강부부가 서울을 떠나 춘천살이에 정착할 수 있었던 이유를 정리해봤다.
첫째, 춘천은 서울에서 지하철로 이동이 가능해 접근성이 좋다.
서울 접근성이 용이해 탈서울의 부담이 적었다. 여행하듯 서울을 방문하기 편리하고 1시간 남짓이면 강원도의 깊은 자연을 찾아갈 수도 있다. 정보기술(IT)기업을 중심으로 재택근무가 늘어나면서 최강부부 외에도 쾌적한 주거환경을 찾아 춘천으로 이주한 이들이 증가했다.
둘째, 기획자와 디자이너 경력 덕분에 조직에 기대지 않고도 일할 수 있었다.
프리랜서 디자이너로 일하는 남편은 굳이 서울살이를 고집할 이유가 없었다. 직장생활을 하던 아내 역시 조직에 기대지 않고도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싶었다. 디자이너와 기획자라는 그들의 역량은 로컬이라는 새로운 세상에서 그들만의 존재감을 만들어낼 수 있는 쾌적한 운동장이었다.
셋째, 춘천에 대한 애정이 가장 큰 자산이었다.
최강부부는 오래, 즐겁게 지역에서 일하기 위해서는 상권보다 지역에 대한 관심을 먼저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최강부부는 이주를 검토하면서 매주 춘천을 오가는 동안 알수록 커지는 춘천의 매력에 이주에 대한 확신을 얻게 됐다. 로컬이주를 검토한다면 지역에 대한 탐색을 먼저 해봐야 한다. 지역에 대한 관심과 애정은 여행자로서 경험만으로는 부족하니 최소 한 달 이상은 지역에서 살아보는 것이 좋다.
장단_ “누구나 내 인생의 CEO로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교육 스타트업 오이씨랩(oeclab) 대표. 변호사 그만두고 스타트업에서 일하면서 ‘장단’ 이라는 닉네임으로 불린다. 장단은 ‘누구나 장점과 단점이 있고, 그 장단을 품는 사람이고 싶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