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글로벌 바이오 5대 강국 도약을 목표로 한국형 바이오클러스터를 구축하고 2027년까지 바이오헬스 분야 인재 11만 명을 양성한다. 1조 원 이상 규모의 민·관펀드를 조성하고 바이오 소재·부품·장비(소부장)의 자립화율도 끌어올린다.
정부는 1월 23일 국가바이오위원회(이하 국가바이오위) 출범식을 갖고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대한민국 바이오 대전환 전략’을 발표했다. 국가바이오위는 관계기관에서 개별적으로 추진 중인 바이오 정책들을 유기적으로 연결하고 바이오 분야에 대한 민·관의 역량을 결집하는 범부처 최상위 민·관 협력기구다. 부위원장을 맡은 이상엽 카이스트 교수를 필두로 24명의 전문가가 민간위원으로 위촉됐다. 정부는 국가바이오위를 중심으로 바이오 분야의 ‘3I 대전환’을 추진할 계획이다.
3I 대전환이란 ▲인프라(Infrastructure) 대전환 ▲연구개발(R&D) 혁신(Innovation) 대전환 ▲산업(Industry) 대전환을 의미한다. 경제·사회·안보적으로 바이오의 중요성이 커지기 때문에 세 분야의 전략적 정책 수립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인프라 측면에서는 전국 20여 개 바이오클러스터 간의 연계를 강화해야 하고 규제 제도를 개선하며 산업 맞춤형 바이오 인재 양성이 시급한 상황이다. R&D 분야에서는 독자적 원천기술을 확보하고 성숙한 데이터 생태계를 조성하는 등 민·관의 긴밀한 협력이 요구된다. 산업적 측면에서도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바이오 스타트업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
전국 20여 개 바이오클러스터를 하나로 먼저 인프라 대전환을 위해 정부는 2030년까지 바이오 분야 전 주기에서 혁신을 가져올 한국형 바이오클러스터를 구축한다. 한국형 바이오클러스터에서는 레드·그린·화이트·블루 바이오 등 다양한 분야를 연계·융합해 R&D부터 사업화까지 이어지는 생태계를 조성할 예정이다.
의료·보건 분야를 일컫는 레드 바이오는 K-바이오헬스 전략센터를 중심으로 ‘허브-스포크’ 체계를 구축한다. 허브-스포크는 중심 허브와 주변 기관을 연결하는 구조로 센터를 중심으로 공공 임상시험 수탁기관(CRO)과 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기능을 강화하는 구조다.
농업·식량·환경 관련 바이오 기술인 그린 바이오는 스마트농업육성지구,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 등과 연계해 국산소재 개발과 합성생물학 기술 등을 통해 혁신기업 육성에 주력한다. 화학·소재·에너지 분야의 화이트 바이오는 기존 석유화학단지를 통해 친환경 소재분야 육성에 나서고 해양 생물자원을 이용하는 블루 바이오는 해양바이어 특성화 거점을 구축해 해양 생물자원의 고부가가치 활용에 나선다.
클러스터 간 협업을 강화하기 위해 국가바이오위 산하에 바이오클러스터 협의체를 구성하고 전국 20여 개 바이오클러스터를 하나로 연결하는 버추얼 플랫폼도 구축한다. 이를 통해 지역별 장비·전문가·창업지원 프로그램 등을 함께 활용하고 실증·기술평가·투자연계 등 맞춤형 지원을 확대한다.
또한 정부는 바이오 산업의 혁신성과 안전성을 동시에 확보하겠다는 방침이다. 국가바이오위를 총괄적인 규제혁신 기구로 설정하고 바이오헬스혁신위원회 등과 함께 분야별 규제개선을 추진한다. 인공지능(AI) 등 첨단기술이 접목된 신제품·신기술에 대한 허가·심사 기준을 과학적으로 재정비하고 개발부터 임상·허가·국제협력까지 전 주기에 걸친 규제혁신을 추진한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팬데믹 등 바이오 위기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범부처가 협력하는 ‘바이오안보전략’ 수립도 추진할 예정이다.
인프라 대전환의 또 다른 축은 인재 양성이다. 정부는 2027년까지 바이오헬스 분야 인력 11만 명을 양성하고 다학제적·실무형 인재를 적극 육성한다. 2023년 수립된 ‘바이오헬스 인재양성 방안’의 추진 현황을 범부처가 함께 점검하고 산업 현장의 수요에 맞는 직무교육을 강화한다. 그 일환으로 국가바이오위에서 인력 수급 전망에 기반한 맞춤형 인재 양성 전략을 수립하고 이를 실행한다. 실습 중심의 현장 밀착형 교육을 확대해 기업이 즉시 활용할 수 있는 우수 인재를 배출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흩어진 데이터 한데 모아 R&D 혁신 기반 마련 정부는 R&D 혁신을 위해 바이오 기술과 다양한 산업을 융합해 연구의 속도와 정확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계획이다. 디지털 바이오 및 바이오 제조 분야를 집중 육성하며 세계 최고 수준의 공공 바이오 파운드리를 구축해 실험 속도를 최대 20배까지 향상시키겠다는 방침이다. AI를 활용해 신약 개발 등 설계를 최적화해 시간과 비용을 기존 대비 절반가량 획기적으로 단축한다.
산업적 파급효과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기존 제약·의료기기 분야뿐 아니라 식품·소재·환경 등 다양한 분야에서 새로운 바이오 솔루션을 개발한다. 식품 분야는 신품종 및 고부가 식품 소재를 개발하고 소재의 경우 다양한 생태자원으로부터 친환경 바이오 소재를 추출·개발·재활용해 전 주기 기술개발을 추진한다. 환경 분야에서는 바이오 기술융합 등을 통해 친환경 기술을 개발해 순환경제에 기여한다.
난제 해결에도 나선다. 암 조기진단, 비면역성 고형암 항암제 개발 등 고난도·혁신적 연구를 지원하고 세포·유전자 치료 등 개인맞춤형 치료제를 개발해 질병 예방과 치료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연다. 해양·극지·우주 등 극한 환경을 대상으로 한 바이오 융합 연구도 확대해 신소재 및 신약 발굴로 이어질 수 있는 가능성을 탐색할 계획이다.
한편 R&D 혁신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이뤄질 전망이다. 산·학·연·병·관에 산재된 데이터를 한곳에 연계해 접근성과 활용도를 극대화하고 글로벌 수준의 데이터 생태계를 구축한다. 이를 위해 국가바이오위에 ‘바이오헬스 데이터플랫폼 협의체’를 구성하고 정부 데이터 연계를 강화한다. 시범적으로 15개 바이오 분야 공공연구기관 간 기관 고유사업으로 보유한 데이터를 전면 개방하고 점차 공공영역 전반으로 확대한다. 특히 국가바이오데이터플랫폼에 정부·공공연·병원·해외 등 데이터를 연계해 2035년까지 데이터 1000만 건을 확보한다. 바이오 전용 고성능 컴퓨팅 인프라도 그래픽처리장치(GPU) 3000개 이상으로 지속적으로 확충해 고용량 데이터 분석을 뒷받침한다.
혁신기술 사업화하고 소부장 자립화율 향상 산업 대전환은 바이오를 제2의 반도체로 육성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를 위해 경쟁력 있는 기술의 사업화를 지원하고 시장 접근성을 높인다.
정부는 신약 후보물질은 보유하고 있으나 생산설비가 부족한 국내 바이오텍을 위해 전남 화순·경북 안동 백신실증지원센터 등 기존의 5개 공공 위탁개발·생산(CDMO)을 활용해 세포주 제조, 시료·완제품 생산 등을 지원한다. 동물용 의약품, 기능성 식품, 바이오 연료 등 그린·화이트 바이오 제품의 확산을 위한 제조 지원센터도 지속 확충한다.
바이오 제조 전 주기의 혁신도 이뤄진다. AI와 로봇 기술을 활용해 공공 바이오 파운드리를 구축하고 제조 공정의 자동화·고속화·표준화를 추진한다. 바이오 파운드리에서 개발한 후보물질이 제조기술·공정·스케일업·실증 등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바이오 제조 전 주기를 지원하는 ‘(가칭)K-BioMADE 프로젝트’도 추진할 계획이다.
기업의 성장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바이오 기업 성장 단계별로 필수적인 자금조달, 민간투자 활성화, 역량 강화를 각각 지원한다. 바이오 기업의 초기투자와 스케일업을 위해 K-바이오·백신 펀드 등 1조 원 이상 규모의 메가펀드를 신속히 조성할 방침이다. 금리 우대, 대출한도 확대 등 정책금융 지원은 확대해 성장 사다리도 구축한다.
창업 이후 기업의 성장을 지원하기 위해 창업 초기부터 바이오 전문 액셀러레이터 등을 통해 경영 컨설팅을 지원하고 글로벌 기업과의 혁신 네트워크도 조성한다.
무엇보다 정부는 우리 기업이 강한 분야는 더 강하게 하고 새로운 시장에는 빠르게 진입하며 산업의 근간인 소부장을 튼튼하게 지원해 바이오를 국가 기반 산업으로 도약시킨다는 전략을 세웠다. 우리 기업이 강점을 보이는 CDMO는 2032년까지 생산능력을 현재의 2.5배로 늘려 생산·매출 모두 세계 1위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한다.
세계적으로 친환경 기조와 생명윤리 강화로 창출되는 신 시장도 확보한다. 국제항공 탄소저감 규제 때문에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바이오 항공유의 생산역량을 강화한다. 동물시범 금지법 시행에 따라 개발될 비임상시험 동물대체기술도 지원한다.
바이오 산업과 공급망의 근간인 바이오 소부장은 현재 80개 소부장 핵심 품목을 100대 이상으로 확대해 단계적으로 국산화한다. 소부장 실증지원센터를 충북 오송에 구축해 글로벌 규격 공인시험 분석·테스트도 지원한다. 또 R&D 단계에서부터 소부장과 수요기업, 규제기관 간 협력·지원을 통해 현재 5~7% 수준인 국내 소부장 자립화율을 2030년에는 15%로 끌어올릴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