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안산시는 2021년 10월부터 52번 노선(반월공단~본오동아파트)에 한 대의 수소 시내버스를 운영하고 있다.
수소 시범도시 안산시의 실천 사례
‘달리는 공기청정기’로 불리는 수소 시내버스가 떴다. 경기도 안산시는 2021년 10월부터 52번 노선(반월공단~본오동아파트)에 한 대의 수소 시내버스를 운영하고 있다.
52번 노선이 지나가는 안산역에서 수소 시내버스를 운영하는 경원여객에 문의하니 곧 도착한다는 응답을 들었다. 정류장에 있는 차량 도착 안내판을 지켜보며 2시간이 넘도록 기다렸지만 발견할 수 없었다. 잠깐 한눈판 사이 지나간 모양이다. 다시 한번 문의한 끝에 수소 시내버스를 직접 보니 일반 시내버스와 전혀 다르지 않았다. 버스 측면에 쓰인 ‘친환경수소전기버스’라는 글자를 읽고서야 수소차인지 알 수 있었다.
버스 내부의 45인승 좌석 배치와 구조 등도 일반 버스와 거의 같았다. 결정적인 차이는 소음에 있었다. 앞좌석은 물론 뒷좌석에 앉아도 엔진 소리가 거의 들리지 않았다. 일반 버스의 뒷좌석에서는 버스가 속도를 올릴 때마다 엔진 소리가 거슬리고 정차 중에도 작은 진동을 느낄 수 있지만 수소전기버스에서는 일부러 귀 기울이지 않으면 소리를 들을 수 없었다.
▶수소e로움충전소는 매일 오전 7시부터 오후 9시까지 운영되며 하루 최대 70대의 수소차를 충전할 수 있다. 안산시의 수소충전소 | 안산시
소음 전혀 없고 미세먼지도 정화
안산시 52번 노선에 우선 1대가 투입된 수소 시내버스는 1회 충전으로 450㎞ 거리를 주행할 수 있다. 현대자동차가 자체 개발한 180㎾ 연료전지 시스템이 탑재돼 상용 수소충전소 기준으로 13분이면 완전 충전이 가능하다.
수소 시내버스는 소음이 없을 뿐만 아니라 공해물질을 전혀 배출하지 않고 오히려 미세먼지를 정화한다. 초미세먼지를 99.9%까지 제거하는 공기정화 시스템을 갖춰 1시간 주행하면 516명이 마실 수 있는 양의 공기를 정화한다. 수소 버스 한 대를 운행하면 중형 디젤 승용차 40대가 내뿜는 미세먼지를 정화할 수 있다고 한다.
안산시는 2019년 12월 전국 지방자치단체 대상 국토교통부 공모사업으로 추진된 ‘수소 시범도시’ 사업에 선정됐다. 수소도시는 수소 생산부터 저장과 이송, 활용까지 전반적으로 이루어지는 수소 생태계가 구축돼 수소를 주된 에너지원으로 활용하는 도시를 의미한다. 수소를 활용한 도시 혁신으로 시민에게 건강하고 깨끗한 도시를 제공하자는 뜻이다.
안산시와 함께 울산광역시, 전북 완주군·전주시가 수소 시범도시로 선정됐고 강원도 삼척시는 수소 연구개발(R&D) 특화도시로 선정됐다.
?안산시는 2020~2022년 3년 동안 총 400여 억 원을 들여 수소 시범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안산시에는 현재 600여 대의 시내버스가 운행하고 있는데 이를 2030년까지 친환경 수소버스나 전기버스로 100% 교체하겠다는 방침이다.
수소차가 운행되려면 수소충전소의 건립은 필수적이다. 안산시는 2021년 5월 단원구 초지동에 수소e로움충전소를 건립했다. 이 충전소는 경기도에서 유일하게 수소 생산기지에서 연결된 배관으로 직접 수소를 공급받는다.
이수근 수소e로움충전소 소장은 “일반 수소충전소가 이동형 튜브 트레일러를 통해 수시로 공급하는 데 반해 수소e로움충전소는 도시가스처럼 수소 생산기지에서 배관으로 공급받기 때문에 수소가 끊임없이 공급돼 고객들의 대기 시간이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수소 비용 LPG 대비 50%, 휘발유 대비 30%
수소e로움충전소는 매일 오전 7시부터 오후 9시까지 운영되며 하루 최대 70대의 수소차를 충전할 수 있다. 요금 역시 수도권 최저가인 ㎏당 7800원으로 책정됐다.
이수근 소장은 “2021년 4월 문을 열고 초창기에는 하루 20여 대를 충전했으나 지금은 하루 46~47대의 수소차가 충전하고 있다”며 “2021년 12월 기준으로는 하루 55대까지 충전 차량이 증가했으나 수소충전소가 늘어나면서 공급이 분산돼 조금 줄었다”고 말했다.
그는 3~4월이 지나면 차량이 좀 더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각 지자체가 3~4월께 수소차 보조금 공고를 내면 일반인들이 수소차를 구매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일반 수소연료전지차인 넥쏘의 경우 가격이 7000만 원대로 정부가 절반가량 보조해줘 4000만 원대로 차량을 구입할 수 있다.
이수근 소장은 수소충전소가 액화석유가스(LPG)충전소는 물론 일반 주유소보다 안전하다고 말한다. 수소충전소 하면 수소폭탄을 연상하는 사람도 있지만 수소에너지에 사용하는 수소는 수소폭탄에서 사용하는 수소와는 전혀 다르고 수소폭탄이 가능하려면 수천 기압과 1억 ℃ 이상의 온도에서 이뤄지는 핵융합 과정이 필요하다.
이 소장은 “저장 용기는 가스안전공사의 외압시험 등을 통해 성능을 보장받았다”며 “LPG는 공기보다 두 배 이상 무거워 바닥에 깔리고 휘발유만 해도 인화물질이 있으면 불붙기 쉽지만 수소는 지구상에서 가장 가벼운 물질이어서 누출되면 곧바로 하늘로 날아간다”고 말했다.
본인도 수소차를 구입했다는 이 소장은 “주변에 수소차로 택시를 모는 분의 말을 들어보면 수소 비용은 LPG 대비 50%, 휘발유 대비 30%에 불과하다”며 “공영 주차장이나 요금소(톨게이트) 비용의 50%를 할인받는 것도 쏠쏠하다”고 말했다.
▶안산시 수소도시협의회 정기회
▶경기도 안산시의 수소 시내버스 | 안산시
수소 시범도시 사업으로 3만 명 고용 창출
안산시는 2022년 말까지 수소충전소를 3곳으로 늘리고 2025년에는 모두 12곳으로 늘릴 예정이다. 수소 생산기지와 수소충전소를 스마트 배관으로 이어 수소를 직접 공급하는 수소 충전 기반시설(인프라)을 구축할 예정이다.
안산시는 안산도시개발(주), (주)SPG수소 등과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232가구가 입주하는 경기행복주택과 안산스마트허브 제조혁신창업타운, 시화MTV 물류센터 등 주거 공간에 배관을 통한 수소를 공급해 난방·온수를 제공할 예정이다.
더불어 연간 552.7GWh(50만 규모 도시 공급량)의 전력 에너지를 생산하는 시화호 조력발전소의 잉여전력까지 수전해 방식으로 수소를 생산해 대부도 에너지타운 등에 공급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수전해 설비 3기와 수소연료전지 발전소 건립을 검토하고 있다. 또 스마트팜, 방아머리 마리나항 등에 전기와 열원을 공급함으로써 향후 대송단지에 재생에너지를 활용한 수전해 수소연료전지 발전소 건립 등 수소에너지 그리드 구축에 대한 타당성 검토를 병행하고 있다.
안산시는 수소 시범도시 사업을 통해 최대 3만 명의 고용 창출과 생산 유발 4조 3000억 원, 부가가치 유발 1조 6000억 원의 경제적 파급효과까지 기대하고 있다.
안산시 관계자는 “수소 시범도시 사업을 추진하며 안전성을 확보하고 적극적인 홍보를 통해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찬영 기자
▶아이슬란드가 수소경제 부국을 꿈꾸는 것은 풍부한 천연에너지가 있기 대문이다. 화산 지역에서 솟아오르는 뜨거운 물로 온수를 공급하고 전기를 만든다. | 한겨레
“수소는 2050 탄소중립 위한 가장 강력한 수단”
전 세계가 화석연료에서 재생에너지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지만 재생에너지는 날씨의 영향에 따라 에너지 공급이 들쭉날쭉하다는 단점이 있다. 기상이변이 일어날 경우 에너지 공급 대란이 일어날 수 있다. 수소는 풍력과 태양광으로 생산한 잉여 전기를 저장하는 수단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수소는 우주 질량의 75%를 차지할 정도로 풍부하다.
현재 친환경 운송수단으로 배터리를 이용하는 전기차가 각광받고 있다. 하지만 리튬 배터리를 이용한 전기차는 무게당 낼 수 있는 에너지에 한계가 있다. 트럭 등 대형 운송수단에서는 필요한 배터리양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효율이 떨어진다.
각국 정부도 이에 따라 대형 운송수단에 수소에너지를 실험하고 있다. 독일은 수소 버스가 정기노선을 운행하며 수소 기차도 운행한다. 프랑스 역시 수소 기차와 수소 선박을 운행한다. 일본은 전국적으로 수소충전소가 100곳이 넘고 가정용 연료전지를 실용화해 지진 등 자연재해로 전기 공급이 끊겼을 때 활용하고 있다.
영국의 리즈시는 천연가스 배관으로 수소를 운송해 도시 전체 난방을 100% 수소에너지로 충당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네덜란드는 풍력 등으로 생산한 전기를 수소로 저장하는 동시에 수소 생산을 위해 물전기분해를 활용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수소경제를 선도하기 위해 2019년 세계 최초로 ‘수소경제 육성 및 수소안전관리법’을 제정하고 2020년 7월에는 국무총리를 의장으로 하는 지휘본부(컨트롤타워) ‘수소경제위원회’가 출범했다. 수소경제위원회에는 관계부처 장관은 물론 산업계, 학계 리더들이 참가했다. 2021년 11월에는 김부겸 국무총리 주재로 제4차 수소경제위원회를 열고 수소경제 이행 기본계획을 수립했다.
김부겸 총리는 이 자리에서 “수소는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가장 강력한 수단이다. 2050년 단일 에너지원으로써 전체 에너지 소비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최대 에너지원이 될 것”이라며 “수소경제는 누구도 가보지 않은 길로 모든 나라에서 출발선이 동일한 만큼 정부와 기업, 국민이 모두 힘을 모으면 우리나라가 수소경제 선도국가로 도약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