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구벨트세대
기술직이나 생산직 등 블루칼라 직종에 청년들이 몰리고 있다. 승진이나 출세보다 자유로운 근무방식, 워라밸과 같은 실리와 개인의 만족도를 중시하는 경향이 커지면서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들을 두고 ‘공구벨트세대(Tool Belt Generation)’라는 이름을 붙였다.
지난 4월 ‘월스트리트저널’에 흥미로운 기사가 게재됐다. ‘Z세대는 어떻게 공구벨트세대가 되고 있는가’라는 제목의 기사로 대학진학 대신 기술직을 선택하는 젊은층이 늘고 있다는 내용을 담았다. 그리고 이런 이들을 가리켜 각종 공구를 달 수 있는 허리띠를 뜻하는 ‘공구벨트세대’라고 칭했다. 이때부터 고임금의 생산·기능직군에 몰리는 세대를 부르는 신조어가 됐다.
이들이 지칭한 Z세대는 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초반 사이 태어난 20대를 말한다. 미국에서는 실제로 이 연령층에서 과거 3D(더럽고 위험하고 힘든) 직업으로 여겨진 용접공·배관공 등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2023년 미국에서 직업 훈련 칼리지에 등록한 학생 수가 2022년보다 16% 증가했다. 이는 2018년 미국 전국학생정보센터(NSC)가 관련 데이터를 추적한 이래 최대 수준이라고 알려진다.
인기의 이유는 간단하다. 높은 임금 때문이다. 지난해 미국의 건설직 신입 직원의 평균 임금은 전년 대비 5.1% 오른 4만 8089달러(약 6500만 원)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회계 등 전문 서비스업 종사자의 연봉은 1년 전보다 2.7% 오른 3만 9520달러(약 5300만 원)에 그쳤다.
국내에서도 이런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책상에 앉아서 일하는 것보다 목수, 도배사 등 기술직을 선호하는 청년들이 늘고 있다. 진학사 인공지능(AI) 매칭 채용콘텐츠 플랫폼 캐치에서 2023년 11월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도 그 결과가 드러난다. Z세대 취업준비생 2446명을 대상으로 ‘연봉 3000 사무직 vs 연봉 5000 기술직’을 주제로 조사를 진행했는데 72%가 ‘연봉 5000만 원 기술직’을 선호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월급·워라밸 등 조건이 괜찮다면 기술직으로 취업할 의향이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77%가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그만큼 직업 선호도에도 변화가 생기고 있다.
기술직을 선호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노력한 만큼 보상받을 수 있는 데다 대체하기 어려운 기술을 보유할 수 있어서다. 정년 걱정 없이 일할 수 있고 시간을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조직생활의 스트레스가 상대적으로 덜하다는 점을 꼽기도 한다. 성별을 불문하고 목수, 도배사 등 육체적 강도가 높은 직업에 망설임 없이 도전하는 Z세대가 늘고 있는 이유다.
임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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