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마트농업 AI 경진대회’ 우승 ‘메타×될농×서울대’팀
고령화·노동인구 감소로 위기에 처한 농업 현장에 혁신의 바람이 불고 있다. 인공지능(AI), 무인운반차, 자율주행 트랙터 등 최첨단 기술이 빠른 속도로 농업을 스마트하게 변신시키고 있다. 방 안에 앉아 손가락 터치만으로 농사를 짓는 시대가 머지않았다.
농림축산식품부도 2021년부터 차세대 농업 AI 모델을 발굴하고 스마트농업에 대한 관심을 모으기 위해 ‘스마트농업 AI 경진대회’를 열고 있다. 2024년 8월부터 시작해 올해 2월 말까지 7개월간 진행된 이번 대회의 주제는 ‘공공데이터를 활용한 딸기 생육·환경 예측모델 개발’. 딸기를 재배할 수 있는 최적의 AI 모델을 찾는 것이었다. 대회는 예선에서 통과한 30개 팀 중 최종 4개 팀을 선발해 각 팀이 개발한 AI 모델을 실제 온실에 적용했다. 원격으로 딸기를 재배하고 그 결과로 우승팀을 가렸다.
딸기 생산량과 품질, AI 모델의 알고리즘 성능 검증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한 끝에 최종 우승은 ‘메타X될농X서울대’팀(이하 메타팀)에 돌아갔다. 메타팀은 AI가 센서를 통해 수집한 데이터(온도, 습도, 영양분 등)를 학습한 뒤 온실 환경을 실시간으로 제어하도록 해 재배 효율성을 높였다.
메타팀은 AI 농업 로봇 전문 스타트업 ‘메타파머스’와 경남 거창군 청년농부·딸기 재배 전문기업 ‘될농’, 서울대학교 연구진까지 총 8명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에너지 소모는 줄이면서 좋은 딸기를 키워내는 데 주안점을 둔 AI 모델 ‘관리비책’을 개발했다. ‘관리비책’은 농부가 딸기를 재배했을 때보다 생산량 20% 증가, 에너지 소비량은 18% 감소하는 효과를 입증했다.
메타팀을 이끈 이규화(29) 메타파머스 대표는 2022년 전북의 파프리카 농장을 방문한 후 메타파머스를 창업했다. 당시 농장은 노동자 40여 명이 매일 8시간씩 수확에 매달리는 데도 일손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문제를 해결할 방안으로 이 대표는 AI 기반의 자동화 솔루션 연구를 시작했다. 이 대표와 김도현 선임연구원(28)·윤원재 최고기술책임자(31·이상 메타파머스), 안세민 서울대 박사과정 연구원(26)에게 AI가 농업의 미래를 어떻게 바꿀지 들어봤다. 이들을 만난 곳은 경기 화성시의 한복판인 오피스 빌딩가였다. 동탄역(고속철도) 바로 앞 빌딩의 지하 사무실은 1년 내내 딸기가 자라는 수직농장이었다.
‘관리비책’의 원리는 무엇인가?
이규화 : 온실에서 제어할 수 있는 모든 요소를 AI가 컨트롤하는 서비스다. 기존 스마트팜 온실통합제어기는 농장주가 온도, 습도 등의 설정값을 입력하면 그 수치에 맞춰 천창이 열리거나 커튼이 닫히거나 온풍기가 가동되는 원리다. ‘관리비책’의 경우 농장주의 역할까지 AI가 판단해 자동화한다. 스마트팜으로도 딸기를 재배하는 데 큰 어려움은 없지만 AI는 실시간으로 생장 정보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농장 환경별로 세밀한 조정이 가능하다.
‘관리비책’의 도움을 받아 수확한 딸기량은?
안세민: 대회에 참가해 충남 천안의 33㎡(10평) 남짓한 온실에서 첫 번째로 수확한 양이 600여 개였다. 다른 팀들과 비교하면 20% 정도 더 많았다.
그 정도 딸기를 기르려면 온실에 얼마나 자주 가야 했나?
윤원재: 대회 규정상 워크숍 때 한 번을 제외하곤 접근이 차단됐다. 오로지 원격으로만 딸기를 재배해야 했다. ‘관리비책’을 통해 전송되는 데이터만으로 온실 환경을 조정했다.
딸기 상태를 직접 볼 수 없어서 어려움이 많았겠다.
윤원재 : AI로 재배한다고 했을 때 가장 좋은 데이터 형태는 이미지다. 사람 눈으로 보는 것처럼 이미지를 통해 ‘딸기가 익었구나, 덜 익었구나’를 판단할 수 있다. 그러나 대회 기간에는 온도, 습도, 일사량 등 환경적인 데이터에만 의존해야 하니 답답했다. 그 부분이 가장 큰 챌린지가 아니었나 싶다.
재배 환경을 인위적으로 제어할 수 있다면 딸기 품질도 원하는 수준까지 맞출 수 있는 것인가?
이규화 : ‘관리비책’의 핵심은 딸기 품질 향상과 에너지 비용 감축이다. 딸기 재배에 가장 중요한 요소가 온도다. 온도를 맞추기 위해 내내 온풍기를 켜둘 수 없잖나. 온풍기 대신 천창 개폐 등으로 온실 온도를 최적 상태로 유지해 좋은 품질의 딸기를 생산해내려 했다.
다른 딸기 온실에도 ‘관리비책’을 적용할 수 있나?
이규화 : 스마트팜 통합관리시스템과 ‘관리비책’을 연동시키는 방법이 있다. 통합관리시스템에서 전송하는 데이터가 ‘관리비책’ 클라우드로 넘어오면 AI가 재배 환경에 적정한 값을 계산해준다. 많은 초보 농사꾼이 재배 컨트롤에 대한 노하우가 부족해 농작 첫해 결과물이 좋지 않다고 한다. 이 점에서 ‘관리비책’이 도울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딸기 수확만 가능한가?
이규화 : 동일한 알고리즘을 적용하면 토마토, 파프리카, 오이 등 다양한 온실작물에 적용할 수 있다.
메타파머스는 수확 로봇 ‘메타파머’와 이를 원격으로 조작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탭파머스’를 보유하고 있다. 메타파머는 작물을 손상 없이 수확할 수 있는 엔드이펙터(로봇손)를 부착한 4축 로봇이다. 자율주행하며 작물을 인식하고 숙성도와 병해충을 판별해 성숙한 과일만 따낸다. 벌이 진동하며 꽃가루를 묻히는 것처럼 꽃을 잡아 진동시켜 꽃가루를 암술에 전달하는 인공수분 기능도 가능하다. 기후위기 탓에 벌 개체 수가 줄어드는 문제에 대응하는 것이다. 탭파머스는 농장 데이터를 빠르게 수집하고 AI 알고리즘을 최적화해 로봇이 농장 환경에 맞게 작동하도록 한다. 1만 6529㎡(5000평) 농장에 메타파머 두 대를 도입할 경우 인건비를 최대 50%까지 절감시킬 수 있다는 게 이 대표의 이야기다. 이번 경진대회에서는 규정에 따라 두 아이템을 투입하지는 않았다.
AI를 농업에 접목할 생각은 어떻게 했나?
김도현 : AI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건 공장 자동화 연구를 하면서다. 로봇을 활용해 공장 자동화가 이뤄지고 있다지만 사람이 처음부터 끝까지 로봇에 명령을 내려야 한다. 자동화를 위해 사람의 노력이 추가적으로 투입돼야 한다면 완벽한 자동화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사람의 수고를 덜 수 있는 자동화란 무엇인가’, ‘그런 시스템은 어느 분야에 가장 필요할까’라는 고민이 여기까지 오게 한 것 같다.
이규화 : AI는 사람이 하던 일을 자동화하는 기술이다. 노동인력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농업인들을 보면서 AI 기반의 자동화는 반드시 개발돼야 한다는 마음이었다.
메타파머와 탭파머스로 ‘CES 2025’에서 Food&AgTech(푸드·애그테크)부문 혁신상을 수상했다고.
김도현 : AI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그 작물을 수확하라는 명령을 데이터로 전송해 그 농장에 최적화된 로봇을 만들 수 있는 기술이다. 로봇에 장착된 카메라가 보는 상황이 실시간 스트리밍된다. 이때 AI는 수확 가능한 작물을 선별해 작업자(사람)에게 추천하고 작업자가 한 번 더 판단해 로봇에 수확을 지시한다. 메타파머가 딸기를 바로 수확할 수도 있지만 조금 더 안정적인 운영을 위해 아직까진 사람의 보조가 필요하다.
로봇이 딸기를 잡다가 손상될 염려는 없나?
김도현 : 현재는 줄기째 수확해 딸기 손상을 최소화하고 있다. 농작업 전용 그리퍼 기술로 딸기들이 겹쳐 있어도 그 안에 파고들어 분리해 수확할 수 있도록 했다. 지금도 로봇손으로 딸기를 잡을 순 있지만 전류 제어나 센서를 활용해 딸기가 무르지 않게 잡을 수 있는 기술을 개발 중이다.
자율주행은 땅 환경과 관계없이 가능한가?
이규화 : 온실이나 수직농장에서는 현 위치를 실시간 인식하며 자율주행하는 기술을 확보한 상태다. 나아가 실제 농장, 울퉁불퉁한 지면에서도 자율주행이 가능하도록 동탄 농장, 상주 스마트팜 혁신밸리를 중심으로 실증을 진행 중이다.
남은 과제는 뭔가?
이규화 : 기술 고도화 과제가 남았다. 로봇이 모니터링한 데이터를 분석하고 농장 환경을 스스로 제어하는 파이프라인을 구성하려 한다. 로봇 중심의 서비스를 상용화한 다음에 ‘관리비책’까지 연계할 계획이다. 무엇보다 이번 대회는 우리에게 갖는 의미가 크다. AI 원격 재배 세계대회가 매년 네덜란드에서 열린다. 네덜란드까지 가지 않더라도 국내에서 성과를 입증하고 서비스를 상용화해 세계무대에 진출할 수 있다는 희망을 봤다.
이근하 기자
청년농업인에 스마트팜 임대
최장 10년까지 임대 가능… 2030년 30개 이상 목표
2025년 지역특화 임대형 스마트팜 도입 지방자치단체에 강원 양양군과 제주 제주시가 선정됐다. 또 스마트농업 육성지구에는 충남 홍성군, 전북 남원시, 전남 장성군, 전남 고흥군이 선정됐다. 정부는 2030년까지 전국에 30개 이상의 임대형 스마트팜을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그간 정부는 스마트팜 혁신밸리 네 곳에 임대형 스마트팜을 운영해 청년농업인이 최대 3년 동안 작물재배 경험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해왔다. 혁신밸리 이외 지역에선 지역특화 임대형 스마트팜 13곳을 건립·운영하고 있다.
정부는 스마트농업 육성지구 내 임대형 스마트팜은 2029년까지 15곳으로 늘릴 계획이다. 청년농업인이 최장 10년까지 장기 임대해 경영할 수 있는 스마트팜이다. 이로써 ▲청년농업인의 스마트팜 교육을 위한 혁신밸리 보육센터(20개월) ▲지역특화 임대형 스마트팜(3년 임대) ▲장기 임대형 스마트팜(최장 10년) 등 단계적인 스마트팜 창업 지원이 가능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