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중립·녹색성장으로 가는 길
유엔환경계획(UNEP)은 최근 금세기 말까지 지구 기온이 2.4∼2.6℃ 올라 지구 기온 상승을 2℃ 이하로 억제하기로 한 파리기후협약 목표 달성이 불가능하다는 분석을 내놨다. 유엔환경계획은 “파리기후협약의 목표치를 달성하기 위해 2030년까지 전례 없는 수준의 온실가스 감축 조치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2015년 합의한 파리기후협약은 산업혁명 이전 기준으로 평균기온 2℃ 이하 상승을 목표로 제시하면서도 가능하면 1.5℃ 이내로 막을 것을 제안했다. 지구 기온은 산업혁명 시작 이후 1.2℃ 가까이 올랐다.
기상청은 최근 세계기상기구(WMO) 자료를 인용해 “2021년 지구의 온실가스 농도가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대기 중 지구의 이산화탄소 농도가 2021년 415.7ppm을 찍었는데 이는 2020년보다 2.5ppm 증가한 것이다. 특히 메탄 농도가 2020년 대비 18ppb 오른 1908ppb로 관측 이래 가장 가파른 증가세를 기록했다. 아산화질소도 334.5ppb로 2020년 대비 1.3ppb 증가해 최대치를 깼다.
메탄과 아산화질소의 배출량이 증가한 것은 예사롭지 않다. 두 가스는 지구온난화에 이산화탄소보다 더 치명적이기 때문이다. 메탄은 이산화탄소보다 28배나 더 심한 온난화를 일으킨다. 아산화질소는 무려 265배에 이른다. 그런데도 전 세계가 마치 기후위기가 오지 않을 것처럼 행동하고 있다. 개별 국가 차원의 노력이 절실히 요구된다.
민간이 기후기술 기본계획 수립
정부는 우리나라의 자연과 산업 특성을 고려한 ‘한국형’ 탄소중립 100대 핵심기술을 집중 육성한다. 최근 출범한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가 탄소중립·녹색성장 추진전략과 기술혁신 전략을 수립했다. 위원회는 원전 확대와 신재생에너지의 조화로운 활용, 석탄발전 감축, 미래형 전력망 구축 등을 목표로 삼았다.
원전의 경우 신한울 3·4호기 건설을 재개하고 2030년까지 운영 허가가 만료되는 10기의 원전을 계속 운전한다. 반면 현재 57기를 운영 중인 석탄발전 부문에서는 2030년까지 노후 석탄발전기 20기를 폐지하기로 했다.
위원회는 민간이 이끌어가는 방식의 정책을 추진하기로 했다. 민간이 기후기술에 대한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연구개발(R&D)의 기획부터 상용화까지 모든 과정을 통합 관리한다. 탈원전 기조에서 벗어나 원전 생태계를 복원하고 무공해차, 재생에너지, 수소산업, 탄소 포집·저장 등 핵심산업을 육성해 새로운 미래 시장을 창출하고 선도하는 데 민간이 주도적인 역할을 하게 된다.
또 대량자료(빅데이터)를 활용해 산업과 일자리의 원활한 전환도 지원할 계획이다. 2030년까지 내연기관 부품기업 중 1200개사를 미래차 부품기업으로 전환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우리나라는 좁은 국토면적, 저풍량 환경, 제조업 중심의 산업구조를 갖추고 있어 미국이나 유럽의 탄소중립 전략을 그대로 따라 하기 힘들다. 그래서 위원회는 우리나라의 특성에 맞춰 탄소중립 구현에 필요한 한국형 탄소중립 100대 핵심기술을 선정해 육성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기존의 파편적·단편적 예산 조정 체계에서 벗어나 탄소중립 분야에 집중 지원하는 체계를 도입해 탄소중립 핵심기술과 관련된 사업에 우선 투자할 수 있도록 한다.
“기후위기가 오히려 새로운 기회”
노벨경제학상(2001) 수상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는 2021년 10월 20일 제12회 아시아미래포럼에서 “한국은 녹색 전환으로 빠르게 움직이는 게 경제 전체에 훨씬 더 많은 혜택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를 비롯한 재계가 정부의 온실가스감축목표(NDC)에 반발하고 있다는 말을 들은 뒤 한 말이다.
스티글리츠 교수는 “한국은 혁신 분야에서 엄청난 역량을 갖고 있고 역사적으로 (그 역량을) 직접 보여준 바 있다”며 오히려 적극적으로 나서라고 조언했다.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녹색 전환’이 적어도 앞으로 15년에서 25년 동안 없어지는 일자리보다 훨씬 더 많은 일자리를 새로 만들어낼 것”이기 때문에 혁신 역량이 있는 한국은 먼저 움직이는 게 유리하다는 것이다.
그는 “기후위기가 오히려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으며 한국은 이를 이룰 수 있는 역량이 있다”고 강조했다. 전 세계적으로 탄소중립에 역주행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상황에서 스티글리츠 교수의 조언이 더욱 의미 있게 들린다.
이춘재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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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