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노래
글 천미진
그림 곽수진
지금 이 글을 읽는 당신의 밤 풍경은 어떠한가요? 고단했던 종일의 피로를 씻어 내고 포근한 잠자리에 누웠나요? 이대로 잠들기는 아쉬워서 한 손에 맥주 또는 와인 한 잔을 들고 TV 앞에 앉아 있을 수도 있겠어요. 누군가는 아직 친구들과 즐거운 저녁 시간을 연장하고 있기도 할 테고요.
아이들은 밤에 단잠을 자며 에너지를 충전하고 낮 동안 배우고 성장합니다. 어른들도 대부분 낮에는 자기 계발, 경제 활동, 돌봄의 역할을 하고 밤에는 편안하게 휴식을 취합니다. 낮과 밤의 안전과 평안을 누릴 수 있는 것은 누군가 밤에 제 역할을 해 주기 때문입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을 인식하기는 어렵습니다. 하여 밤에 움직여 낮의 일상을 지켜 주는 이들의 노고와 마음은 좀처럼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림책테라피스트로 활동하며 그림책방을 운영하는 사람들은 종종 제게 그림책의 역할에 대해 묻습니다. 저는 ‘보이지 않는 것을 볼 수 있게 하는 것이 그림책’이라고 답합니다. 감정이라는 것이 존재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어렵습니다. 그림책은 그림으로 글로 감정을 보여 주고 들려줍니다. 나와 또 다른 사람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게 하고 소통하도록 돕습니다.
그림책 <밤의 노래>에는 어쩌면 궁금해한 적이 없던 밤의 풍경을 보여 줍니다. 까만 밤 소방차는 바쁘게 도로 위를 달립니다. 낮 동안 더러워진 도시는 다시 깨끗하게 치워지며 다음 날을 준비합니다. 도시의 밤보다 더 어두운 밤바다는 등대가 환한 불을 비추고 고기잡이배들은 들썩들썩 파도를 일으키며 누군가의 먹거리가 될 바다 생물을 길어 올립니다. 불빛은 거의 찾을 수 없는 곳이지만 총을 든 군인들이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며 그곳의 평화를 지킵니다.
아이가 잠들 때 자장가가 울려 퍼지며 시작되는 그림책 <밤의 노래>는 그렇게 아이들에게 부모의 사랑을 전함과 동시에 굵은 땀방울을 닦으며 묵묵히 타인의 평안한 일상을 위해 자신의 역할을 해내는 사람들의 삶을 보여 줍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반짝반짝한 빨간색 에나멜 구두 같은 그림책을 쓰려 한다는 천미진 작가의 글 어디에도 노동의 가치를 설명하거나 그 수고에 감사하라며 가르치는 문장은 없습니다. 그러나 그림책 전체에 흐르는 밤의 노래와 선율이 담긴 그림에서 우리는 따뜻한 온도를 느낍니다. 이 사랑의 노래를 듣고 잠드는 아이들은 사랑과 감사를 가슴 깊이 품고 자라겠지요.
우리가 잠든 사이 문 앞에 배달된 싱싱한 채소와 과일, 필요한 생활용품을 받아 들며 노동의 가치에 감사하기 위해 어른들이 이 그림책을 만나 보면 어떨까요? 그리고 밤을 지켜 많은 사람의 일상을 밝혀 주는 <밤의 노래>의 주인공들에게 이 그림책을 들려드리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당신의 밤은 우리의 낮보다 아름답습니다.’
지금 이 글을 읽는 당신의 밤 풍경은 어떠한가요? 글 시작에서 받았던 질문과 답이 조금은 달라졌으리라 짐작해 봅니다.
김미영·그림책방 마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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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