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42년 6월 영국에서는 기아의 유령이 떠돌고 있었다. 흉작이 계속되면서 빵값은 두 배로 뛰었으며 면화 산업은 4년째 불황이었다. 보수적인 사회비평가 토머스 칼라일은 “수백만의 사람들의 생존이 불가능해졌고, 이 나라 전체가 자살의 길에 내몰렸다는 것이 너무나도 분명하다”고 말했다.
19세기 영국을 대표하는 소설가 찰스 디킨스는 경제학에 주목했다. 그는 경제학이라는 과학이 없으면 세계가 굴러갈 수 없다고 봤다. 나아가 그는 경제학자들에게 ‘따뜻한 심장’을 가질 것을 요구했다. “약간의 인간적 살갗과 살집을 덧붙이고 약간의 인간적 혈색을 가미하고 약간의 인간적 온기를 불어넣지 않는다면 정치경제학은 앙상한 뼈대에 불과하다.” 디킨스가 주간지 <하우스홀드 워즈>를 창간하며 한 말이다.
찰스 디킨스처럼 ‘경제학의 인간화’ 메시지를 강조하는 책이 출간됐다. 이 책은 앨프리드 마셜, 케인스, 슘페터 등과 같은 세계적인 경제학자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그러나 경제사상의 역사라기보다 ‘경제학이 사람들의 삶을 바꿀 도구’라는 아이디어를 스토리로 푼 것에 가깝다. 저자는 1840년대 런던에서 출발해 21세기 초 콜카타에 이르기까지 경제학사에 한 획을 그은 현장과 경제학자들의 삶·사상을 자세하게 들여다본다.
경제기자 출신인 실비아 나사르는 “1870년대 이전 경제학이 주로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없느냐에 대한 학문이었다면, 1870년 이후 경제학은 주로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느냐에 대한 학문”이라고 설명한다.
저자 실비아 나사르는 컬럼비아대 저널리즘 대학원 교수로 천재 수학자 존 내쉬의 전기 <뷰티풀 마인드>를 펴내 전 세계에 이름을 알렸다. 저자는 “내가 선택한 인물들은 경제학을 주인 되는 도구로 바꾸는 데 기여한 인물들”이라며 “그들은 저마다 기질과 경험과 재능에 따라서 자기 앞에 놓인 시대와 장소에 부응하는 새로운 질문과 새로운 대답을 내놓았다”고 말했다.
특히 케인스에 대해 서술한 부분이 흥미롭다. 케인스는 대공황의 만성적 실업은 ‘보이지 않는 손(시장 원리)’이 아니라 정부 개입에 의해 해결이 가능하다고 주장한 학자다. 케인스는 대공황중에 “세계를 지배하는 것은 대개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나아가 경제학을 분석 엔진, 곧 경험의 알곡을 쭉정이로부터 분리할 수 있는 능력이라고 보았다. 더불어 경제사상이 세계를 변화시킨 정도는 증기 기관이 세계를 변화시킨 정도보다 더하다고 확신했다.
경제적 이론은 무엇이 유용한지 무엇이 무용한지, 무엇이 유의미하고 무엇이 무의미한지 알아내는 데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또한 케인스는 “경제적 효율, 사회적 정의, 개인적 자유라는 세 가지를 어떻게 결합할 것인가”에 관해 고민한 학자였다. 이처럼 저자는 경제학자들이 저마다의 세계를 보면서 무엇을 발견했을까를 상상했으며 무엇이 그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그들의 흥미를 불러일으키고, 그들의 정신을 고무했을까를 이해해보고자 했다. 세계 경제사를 지루하지 않고 흥미롭게 풀어냈다는 것이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이다.
글·김혜민 기자
새로 나온 책
<인문力사전>
김동주 지음
종합출판미디어·15,500원
말을 할 때 독설과 풍자를 적절하게 섞으면 자신이 전하고자 하는 뜻을 더욱 분명하게 전달할 수 있다. 위트와 명언 역시 언어의 촌철살인 무기다. 현대인들의 경직된 사고, 생활방식을 날카롭게 비꼬았거나 질타한 내용들을 선별해 사전 식으로 배열한 책이 출간됐다. 다소 무거운 느낌의 인문서적과 달리 예리하면서도 쉽고 경쾌하다. 삶에 대한 관점을 배우는 동시에 전문적인 스피치를 할 때도 응용할 수 있는 내용들이 포함돼 있다.
<플라스티키, 바다를 구해줘 >
데이비드 드 로스차일드 지음
북로드·18,000원
모험가이며 세계적인 환경운동 지도자, 그리고 세계 최고 갑부의 막내 아들로 유명한 저자는 2010년 재활용 재료를 이용해 만든 쌍동선 ‘플라스티키’를 타고 항해를 떠난다.
그는 1만2,500개의 페트병으로 만든 플라스티키에 몸을 싣고 1만6천킬로미터를 항해한다. 플라스티키에서 그는 인간이 만들어낸 쓰레기를 보고, 그 쓰레기로 인해 죽어가는 생명체의 모습을 보게 된다. 저자는 해양 오염의 심각성을 이야기하며 당장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저자는 최근 세계경제포럼의 ‘젊은 글로벌 리더’, 내셔널 지오그래픽의 ‘떠오르는 탐험가’로 선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