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에 취한 날, 헤어진 연인에게 전화를 걸었다가 다음날 아침 후회하며 난감했던 기억. 또 어느 날 죽기보다 싫은 일인데도 꼭 인정받고 싶은 마음에 밤을 새워 다 해냈던 경험. 직장 상사가 진행하는 중요한 프로젝트를 일부러 망쳐버린 일. 스스로도 “내가 왜 그랬을까” 의아해 하는 경험들이 누구에게나 한 번쯤은 있다.
아무도 이해할 수 없는 이런 행동들의 이면에는 마음 깊은 곳에서 나를 움직이는 ‘무의식’이 숨어 있다. 그렇다면 그 무의식의 실체는 무엇이며 어떻게 발견할 수 있을까. 내 무의식이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지 이해할 수 있다면 좀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
<프로이트의 의자>는 마음을 알고 싶은 사람들이 쉽게 읽을 수 있도록 풀어 놓은 에세이 같은 책이다. 스스로도 몰랐던 마음의 지도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돕는 일종의 가이드 역할이다. 책 제목도 편안한 의자에 앉아 복잡한 내면을 이해하고 억압된 마음을 풀어놓아 보자는 취지에서 지어졌다.
저자인 정도언 교수(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정신과)는 국내에선 처음으로 정신과 의사를 정신분석할 수 있는 ‘국제정신분석가’ 공인 인증을 받은 마음 명의이다. 저자는 “애매하게 느껴지는 불편이나 공허가 진짜 나로 이끄는 단서”라며 마음 공부를 하고 싶은 이들을 위해 실마리를 제공하고자 책을 썼다고 밝힌다.
이를 돕기 위해 정신 분석의 기본 개념들을 소개하면서도 우리가 매일 접하는 고민과 어우러지게 했다. 예컨대, 일상 속에 잊어버리고 있다가 어떤 자극을 통해 떠오르는 아련한 첫사랑의 기억이 있다. 이 기억은 ‘전의식(프로이트 이론에서 말하는 정신 체계 중 하나)’에 산다. 평소엔 엄두도 못 내다가 술 기운에 고백하는 사랑은 ‘무의식’에 머물러 있다. 유머를 잘하는 사람은 자신의 ‘공격성’을 바꿔 표현하는 것이라 설명한다. 지나치게 상대를 배려하는 사람에겐 남에게 잔인하게 대할까봐 두려워하는 마음이 숨어 있다.
조목조목 설명하는 이 같은 이야기가 유쾌한 이유는 우리가 경험하는 불편한 마음들을 감싸안게 하기 때문이다. 책은 이런 마음이 버려야 할 것, 잘못된 것이 아니라 ‘평생 안고 가야할 친구’라고 말한다. 불안·우울·분노·공포·시기심 같은 감정들이 내가 느끼는 마음의 신호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프로이트의 의자>를 읽으면서 마음이 편안해지는 이유는 자신의 무의식을 밑바닥부터 이해함과 동시에 부정적인 측면까지 함께 감싸 안도록 도와주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마음의 자유를 얻어야 합니다. 우리 모두 자신의 무의식에 좀 더 편하게 접속할 수 있다면, 무의식을 조금이라도 존중하게 된다면, 무의식의 탐색을 통해 약간 더 창조적이 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이 책을 읽음으로써 ‘나’니까 당연히 ‘나’를 안다고 생각하는 선입견에서 벗어나고, 다른 사람의 무의식을 좀 더 이해하게 된다면 기쁘겠습니다.”
글·남형도 기자 2013.10.21
새로 나온 책
누가 그들의 편에 설 것인가
곽은경, 백창화 지음
남해의봄날·1만5천원
중노동과 성폭력, 생리 때면 집에서 쫓겨나 거리와 동굴에서 지내야 하는 인도 달리트 마을의 여성들, 총성이 끊이지 않는 격변의 현장 남아공, 책이 없는 나라 마다가스카르, 페루 빈민촌 등 거대한 지구촌 곳곳의 고난의 현장과 그들의 삶을 이야기한다. 스물 다섯에 한국을 떠나 국제 NGO 팍스 로마나 세계 사무총장으로 일하기까지, 유엔을 중심으로 바쁘게 돌아가는 국제사회의 동향 속에서 고군분투하는 저자의 모습은 젊은이들을 성찰케 한다.
혼자 산다는 것에 대하여
노명우 지음
사월의책·1만5천원
책 <혼자 산다는 것에 대하여>는 고독한 사람들의 사회학을 다루고 있다. ‘혼자 사는 사회학자’인 저자 노명우는 이 책에서 ‘혼자 살기’의 삶이 가진 의미들, 그 다양한 고통과 즐거움의 문제들을 대변하고 있다. 혼자 사는 삶의 구체적인 문제들에 대한 생생한 체험과 그에 대한 깊은 성찰을 담아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