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창하게 말하면 유토피아적 희망, 소박하게 말하자면 ‘좋은 삶’에 대한 기대는 약간은 가슴 쓰라린 세상의 리얼리티에 대한 인식으로부터 출발해야 한다.”
녹록하지 않은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이 책이 시종일관 조언하는 말은 현실을 직시하라는 것이다.
지난해 10월 혼자 사는 사회학자로서 1인 가구 문제를 다룬 책 <혼자 산다는 것에 대하여>를 펴내며 뜨거운 반응을 얻었던 아주대학교 사회학과 노명우 교수가 이번에는 세속적 존재로서의 인간의 고민을 담았다.
책은 세상물정, 즉 자본주의를 상징하는 모든 소재들을 망라해 사회학적으로 어떤 의미가 있는지 살펴본다. 명품, 프랜차이즈 등으로 시작해 불안, 성공, 수치심, 취미, 섹스, 자살, 노동, 게으름, 인정, 죽음 등 다양한 주제를 이어가며 동전의 양면과도 같은 세상의 속사정을 들춰낸다.
대표적인 세속적 상식 중 하나가 ‘부자 되기’다. “부자 되기는 외환위기 이후 상식과도 같은 목표이며 이는 인간의 소박하고 상식적인 희망이다.”
하지만 이 책이 중점을 두는 것은 이어지는 뒷부분이다. “한 사회에 살고 있는 모든 사람들이 부자가 되겠다는 목표를 추구한다고 생각해 보자. 개인은 소박한 꿈을 따를 뿐이지만, 부자 되기가 유일한 상식이 되는 순간 몰상식이 시작된다.” 부자가 되고 싶다는 소박하고 악의 없는 희망이 때로는 악마적인 결과를 낳는다는 것이다.
실상을 꼬집는 대목은 이어진다. “모든 사람이 부자가 되겠다며 부동산 투기에 나서고, 이과생들이 기초과학을 멀리한 채 돈벌이가 된다는 이유로 모두 의사만 되려 하고, 모든 의사 지망생은 성형외과 전문의를 택하는 상황” 등이다.
사회 현상을 펼쳐놓는 동시에 저자는 이런 사회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해결책을 제시하는데, 역시 단순하고 ‘세속적’이다. 세상을 착하게 살지 말고 영리하게 살라는 것. 선한 의지로 충만한 착한 삶이 아니라 영리하게 세상 이치를 파악하고 대처하라는 의미다. 선한 의지를 가진 사람을 겉으로는 칭찬할지 몰라도 그것이 현실에서 보다 좋은 삶을 보장해 주지는 않기 때문이다.
“세상이 돌아가는 이치를 알아야만 좋은 삶을 지키기 위한 방어술을, 좋은 삶을 훼방 놓는 악한 의지의 사람을 제압할 수 있는 공격술을 터득할 수 있다.”
저자는 자신이 고통스럽다고 느끼거나 모든 불행이 자신의 기구한 팔자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개인의 상처와 불행은 개인의 잘못 때문이 아니라 사회가 상처를 받았기 때문이며, 그 차가운 현실과 대면할 때 상처받은 사회는 비로소 치유의 길을 발견할 수 있다. 그러면서 자신도 ‘좋은 삶’으로 나아갈 수 있는 것이다.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는 책이다.
글·박지현 기자 2014.01.20
단신
고미숙의 몸과 인문학 : 동의보감의 눈으로 세상을 보다
고미숙 지음 | 북드라망 | 1만3천원
고전평론가인 저자가 <동의보감>의 시선에서 우리 사회의 문화를 진단했다. 동양의학과 역학에 대한 입문서 격의 책이다. 교육·정치·사회·경제·여성·가족·사랑·운명 등 총 8개의 카테고리 안에서 저자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비평을 선보인다. 예컨대 그녀는 정치를 <동의보감>적 ‘양생(養生)’과 결부시켜 삶의 비전과도 관련돼 있다고 말한다.
문제는 무기력이다
박경숙 지음 | 와이즈베리 | 1만3,500원
국내 초창기 인지과학 박사인 저자가 10년 이상의 체험을 바탕으로 연구하여 완성한 인생 독소 처방이다. 노인은 물론 젊은이, 어린이까지 “귀찮다”, “의욕 없다”라는 말을 내뱉으며 실행하지 않는 사회에는 ‘무기력’이 존재하기 때문이라고 저자는 분석한다. 저자는 이 책에서 심리학에 근거한 체계적이고도 검증된 인지치료법으로 무기력의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