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방(먹는 방송)’이 대세다. 음식을 맛있게 먹는 모습으로 유명세를 타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맛집 탐방에 대한 관심도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맛에는 나름의 독특한 역사가 있다. 무수한 음식이 유구한 변천을 거쳐 식탁 위에 올라온다. 그만큼 음식에는 파란의 인간사만큼이나 흥미로운 역사가 깃들어 있다.
인류의 역사를 미각이라는 키워드로 분석한 책이 나왔다. 맛에 대한 인류의 욕망과 역사를 스물세 명의 인문학자가 흥미로운 관점으로 풀어낸다. “왜 교황청은 버터에 면죄부를 발행했을까? 감자는 어쩌다 악마의 작물이란 누명을 썼을까? 건륭제가 조리사를 이끌고 강남으로 맛 기행을 떠난 이유는 무엇일까? 입맛 잃은 영조가 고추장에 푹 빠진 사연은?” 이 책이 맛의 역사를 따라가면서 주목하는 시점은 18세기다. 18세기는 저급한 감각으로 치부되어 온 ‘맛’에 대한 담론이 본격적으로 문화의 전면에 등장한 시기다. 금욕과 절제의 분위기에서 벗어나 맛의 욕망을 추구하는 문화가 시작됐다. 격동의 전환기, 맛에 얽힌 현상들을 인문학적 시각으로 풀어냈다.
버터를 살펴보자. 한때는 버터를 사용하는 데도 교황청의 면죄부가 필요했다. 이전에는 유럽 요리에 올리브기름이 많이 쓰였지만, 어느새 사람들은 버터의 부드러운 맛에 중독됐고 금식기간 중 버터를 사용하려면 교황청의 특별한 허가가 필요했다.
부를 상징하던 설탕은 슬픈 역사를 지녔다. 유럽인들이 홍차에 타 마셨을 뿐 아니라 호화로운 장식품으로 만들어지기까지 했던 달콤한 설탕은 사실 사탕수수농장에서 착취당하던 노예들의 죽음의 대가였다. 커피의 역사도 흥미롭다. ‘천천히 퍼지는 독약’으로 불린 이 검은 음료는 프랑스 대혁명을 일깨운 기폭제였다. 계몽주의 철학자들은 생각을 교환하기 위해 카페에 모여들었다. 볼테르는 커피를 하루에 12잔까지 마셨고 디드로, 루소, 벤저민 프랭클린은 프랑스 파리의 ‘카페 드라 레장스’의 단골이었다. 영국에서는 카페를 ‘자유를 위한 의자’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복어는 독 때문에 지식인들 사이에서 논쟁의 대상이 됐다. 조선의 사대부들은 “선비가 절개를 지켜 죽지 못할 바에는 차라리 복어를 먹고 죽는 게 낫지 않겠나?”라며 자진해서 목숨을 걸고 복어국을 먹기도 했다. 비빔밥의 맛을 좌우하는 고추장은 또 어떤가. 입맛이 까다로운 영조가 특히 좋아한 음식으로, 고추장 없이는 밥을 먹지 못할 지경이었다고 한다. 내의원에서 매일 고추장을 올렸지만, 궁 밖에서 만든 것을 좋아했다고 한다. 이 책은 영조의 고추장 사랑이 18세기 중반 조선 입맛의 변화를 가져왔다고 말한다.
이 책에서 말하는 맛들은 혀끝의 감각에만 한정되지 않고 문화와 경제, 사회의 복잡한 세계사를 넘나든다. 다양한 맛의 역사를 지루할 틈 없이 이어가다 보면 침이 고이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마치 알찬 한정식을 먹다가 레스토랑에서 포크를 들고 스파게티 면을 돌돌 마는 것 같다. 훌륭한 요리사가 만들어 올린 상처럼 푸짐하고 맛깔스러운 책이다.
글 · 박지현 기자 2014.03.24
단신
<포커스>
대니얼 골먼 지음 | 박세연 옮김
리더스북 | 1만8천원
무수히 많은 정보들이 넘쳐나는 이 시대에 중요한 것에 주의를 집중하는 힘을 키우자는 책이다. 신경학과 심리학이 다양한 형태의 주의력을 어떻게 다루고 있는 지를 철저하게 파헤친다. 저자에 따르면 주의력은 근력과 닮아서 제대로 쓰지 않으면 위축되고 잘 훈련하면 강해진다. 골먼은 멈출 수 없는 산만의 시대에 성공적이고 만족스러운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집중력을 날카롭게 가다듬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고 강조한다.
<부모는 무엇을 가르쳐야 하는가>
송재환 지음 | 김시천 감수 | 정가애 그림
글담 | 1만3,800원
“내 아이를 위한 최선은 무엇일까?” 부모는 불안과 후회를 반복한다. 이 책은 그 답을 동양고전에서 찾았다. 성현들이 깨달은 자녀교육의 지혜가 동양고전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유행에 따라 바뀌는 자녀교육법이 아니라 <논어>, <맹자>, <소학> 등에서 찾은 교육 원칙으로 부모들의 자녀양육에 길잡이가 되어 주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