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겨울이 지나갔나 싶게 봄이 한달음에 달려왔다. 여기저기서 꽃들이 봉오리를 틔우며 만물이 생동한다. 반대로 우리의 일상은 사계절 없이 여전하다. 지하철역, 횡단보도, 술집, 도서관, 사무실, 욕실 등에서 우리의 변화무쌍한 감정은 솟아날 구멍이 없다.
이럴 때 우리 기분을 대신 표현해 줄 책으로 위안을 삼아보자. 평범한 일상이 배경이지만 사람이 높은 공중에 잠자리처럼 붕 떠 있는 등 독특한 장면들이 색다른 감정을 선물한다. 그림이 아닌 사진으로다.
사람들은 트램펄린이나 포토샵의 도움 없이 오로지 무용수의 신체만으로 ‘정직하게’ 만들어졌다. 일상은 꿈(Dreaming), 사랑(Loving), 놀이(Playing), 모험(Exploring), 슬픔(Grieving), 일(Working), 삶(Living) 등 7가지 키워드로 분류돼 시선과 마음을 사로잡는다.
다행히 저자의 표현은 사진만으로도 충분히 연상할 수 있을 만큼 쉽고 직접적이다. ‘흥분’, ‘넘치는 열정’ 같은 감정은 어떻게 표현할까? <카페인 충만>에서는 가능하다. 허공에 떠 있는 무용수는 표정과 몸으로 격앙돼 있는 모습을 극대화한다. 감정을 표현하는 데 있어서 무용수의 신체로만 연출해야 하다 보니 위험을 무릅쓴 사진들이 많다. 무용수가 벽돌담에서 5미터 높이까지 뛰어올라가는가 하면, 30미터 높이의 좁은 담 위에서 양팔을 벌린 채 한 발로만 서 있는 모습은 아슬아슬하기까지 하다. 운동복 차림의 여자가 철도 위에서 달리기를 하듯 허공에 떠 있고 그 뒤로 불을 밝힌 기차가 달려오는 사진은 보기만 해도 오금이 저리다.
그러면서도 이 책은 슬픔을 표현할 때마저 유머를 잃지 않는다. <엄마! 이번 달에 대체 얼마를 쓴 거예요?>에서는 카드 고지서를 들고 있는 여자가 절망스럽게 벽에 기대어 서 있다. 밀실공포증을 불러일으킬 만큼 좁은 복도가 숨막히는 심정을 대변한다. 월말이면 각종 청구서를 받아들고 고민해 봤으리라.
<‘한 잔 더’의 결말>에서는 변기에 얼굴을 박고 괴로워하는 취객을 담았다. 마침 슬픔(Grieving)의 주제 안에서 표현됐다는 역설에 피식 웃음이 난다. 한창 근무 중인 사무실에서 한 직원이 물구나무 서기를 하고 있는 <일하다 보면 피가 거꾸로 솟을 때도 있죠>, 한 남자가 늦은 듯 시계를 보면서 브로드웨이의 횡단보도를 가로지르는 <회사까지 백 미터 달리기 신기록 수립>과 같은 사진에서는 “맞아, 맞아”라며 맞장구까지 치게 된다. 무미건조한 현실이 감각적이고 흥미로운 모습으로 다가와 감성을 톡톡 건드린다. 닫혀 있을 것 같던 감정은 마치 겨우내 기다린 꽃망울같이 터진다.
글·박지현 기자 2014.04.07
단신
<수업 너를 기다리는 동안>
김영호 지음 | 북랩 | 1만5천원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 초등학교 교감으로 재직 중인 저자가 선생님들에게 일침을 놓았다. 직접 수업을 받은 경험과 수업을 한 경험으로 선생님들의 자세에 대해 말한다. 좋은 수업을 만드는 것은 바로 선생님 자신이다. 좋은 수업을 위해 선생님이 가져야 할 덕목과 준비해야 할 것들에 대한 답이 들어 있다.
<맹자, 시대를 찌르다>
정천구 지음 | 산지니 | 3만원
고전학자 정천구가 <논어>, <중용>에 이어 사서 시리즈의 세번째 책을 펴냈다. 저자는 이미 <맹자독설>이라는 저서를 통해 현대 한국사회를 맹자의 시각에서 해석하며 고전과 현대의 새로운 만남을 성공적으로 이뤄냈다. 권력에 구애받지 않고 자신의 뜻을 펼치기 위해 세상 누비기를 두려워하지 않은 맹자를 다뤘다. 현학적 해석에 눌린 고전의 참맛을 살려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