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누군가 나에게 “요리를 잘하느냐”라고 물어오면 왠지 겸연쩍어하면서 “잘은 못하는데…”로 대답을 시작하곤 했다. 여성이 요리를 잘하지 못하는 것은 부끄럽거나 민망한 투로 말하게 되는 사회적 분위기가 있다. 아마 요리라는 영역에 있어 사회에서 여성에게 부과하는 무언의 압박을 나 스스로도 받아들여왔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 보니 스스로 요리 능력에 대해 자신 없어 하면서도 딱히 잘하고 싶어지지도 않는 반발심 같은 것이 일기도 했다. 어릴 때 스스로 숙제를 하려고 했는데 부모님이 “숙제해라”라고 말하는 순간 하기 싫어졌던 마음을 대부분 공감할 것이다. 마찬가지로 요리도 대부분의 여성들은 선택이 아닌 의무로 배움을 시작하게 되면서 자율성을 빼앗기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최근에 나를 먹여 살리기 위한 요리를 자발적으로 하면서 생각보다 내가 요리를 좋아한다는 것을 알고 놀랐다. 조리법에 없는 나만의 창의적인 요리에 도전해보는 것도 재미있었고 기대했던 맛이 나지 않아 같은 요리에 여러 번 재도전하며 성취감을 느끼니 자신감도 생겼다. 의무가 아닌 도전으로 접근하니 미처 좋아하는 줄도 몰랐던 새로운 취미를 발견하게 된 것이다.
요즘 많은 젊은 세대 직장인이 창업을 꿈꾸는 현상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남 밑에서 일하는 것보다 나를 위해 내가 선택한 일을 한다는 것이 노력의 원동력이 되기 때문이다. 엉뚱한 상상을 한번 해보자. 만약 반대로 학교를 졸업하면 모든 국민이 무조건 창업을 해야 하고 다른 선택권이 없는 사회였다면 어땠을까? 아마 직장인을 간절히 꿈꾸는 이들이 나타났을 것이다.
당신이 무엇을 도전하든 또는 포기하든 그것이 스스로의 선택이었는지가 가장 중요하다. 세상에 속지 말아야 한다. 숙제하라는 세상의 잔소리가 싫어서 내가 좋아하는 것을 발견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친다면 얼마나 큰 손해인가! 숙제인 줄 알았는데 사실은 나 스스로 원했던 길일지도 모른다. 무언가를 시작하기도 전에 포기했던 경험이 있는가? 그 이유가 자의에 의해서였는지, 타의에 의해서였는지 곰곰이 생각해보자.
삶은 좋아서 선택하는 것의 개수를 늘릴수록 더 풍요롭고 행복해진다. 그리고 우리는 스스로 선택한 것을 더 쉽게 사랑할 수 있다. 자율성은 곧 재미와 즐거움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무엇을 하느냐보다 그것을 얼마나 자율적으로 할 수 있느냐인 것이다.
무언가를 시작하는 이에게 자율성이라는 선물을 준다면 그는 세상에 좀 더 호기심으로 다가가는 사람이 될 것이다.
댄싱스네일 일러스트레이터 겸 작가_ <쉽게 행복해지는 사람> 외 두 권의 에세이를 썼고 다수의 도서에 일러스트를 그렸다. 매일 그리고 쓰는 자가 치유를 생활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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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