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럭키비키잖아’라는 말 들어보셨나요? 걸그룹 아이브(IVE)의 멤버 장원영의 긍정적인 에너지와 그의 영어 닉네임 ‘비키’를 재치 있게 결합한 이 표현이 한동안 누리소통망(SNS)을 뜨겁게 달구었어요. 방송가는 물론 일상 대화에서도 자주 쓰이고 기업들의 마케팅에도 등장하는 등 ‘밈(meme·인터넷 유행 콘텐츠)’으로 자리 잡았죠.
하지만 얼마 전 한 대기업이 신상품에 ‘럭키비키’를 무단으로 사용했다가 문제가 됐어요. 밈을 만든 원작자와 해당 아티스트에게 사용 허가를 받지 않았다는 점이 알려지면서 소비자들의 거센 비난을 받았고 결국 제품 판매를 철회하기도 했어요. ‘밈’ 소비가 많아진 만큼 그에 따른 숙제도 던지고 있는 것 같아요. 우리는 일상에서 밈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요? 밈 문화에 대한 인식과 태도를 알아보기 위해 설문조사를 진행했어요.

‘밈’을 접하는 경로? SNS·댓글창…
밈과 신조어는 이제 사람들의 일상 속 일부가 됐어요. 설문 결과를 보면 81.9%가 밈과 신조어를 ‘자주(40.8%)’ 또는 ‘가끔 사용한다(41.1%)’고 답했거든요. 반면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는 16.3%,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1.8%에 그쳤죠.
새로운 밈을 접하는 경로는 다양했어요. ‘SNS(232명)’가 가장 많은 선택을 받았고 ‘유튜브나 틱톡 같은 영상 플랫폼의 콘텐츠나 댓글창(168명)’이 뒤를 이었어요. ‘주변 친구나 지인들과의 대화(125명)’와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97명)’도 중요한 경로로 나타났어요. 반면 ‘TV 예능 프로그램(37명)’의 영향력은 상대적으로 적었죠. 밈의 생성과 확산이 더 이상 미디어나 유명인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었어요. 네티즌들이 온라인에서 만들어낸 반응이나 재치 있는 문구가 새로운 밈을 만들어내는 주요 원천이 된 거죠. 일종의 참여형 문화가 된 셈이에요.
어떤 밈을 좋아하느냐는 질문에서 이런 현상을 더욱 확실하게 알 수 있었어요. ‘네티즌의 재치 있는 댓글과 반응(233명)에서 만들어진 밈’이라는 답변이 압도적이었어요. ‘SNS에서 리트윗이나 리그램 수가 많은 밈(114명)’, ‘방송 프로그램이나 예능에서 파생된 밈(112명)’이 뒤를 이었어요.
밈을 사용하는 방식은 신중해 보여요. 새로운 밈을 접했을 때 사용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을 물었을 때 ‘상황에 맞을 때만 가끔 사용한다’가 48.3%로 가장 많았고 ‘주변에서 자주 쓰면 며칠 내로 사용한다(25.7%)’, ‘바로 사용한다(12.5%)’,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9.7%)’, ‘한참 후에야 사용하게 된다(3.8%)’ 순이었어요.
대부분 밈은 들어도 그 의미를 잘 모르는 경우가 많아요. 예를 들면 ‘농협은행’이 그렇죠. 외국인의 ‘농협은행’ 발음이 ‘너무 예쁘네요’라는 발음과 비슷하게 들린다는 한 네티즌의 에피소드에서 비롯된 밈은 예쁜 물건을 봤을 때 ‘농협은행’이라고 대답하는 밈으로 전파됐어요. 의미나 기원을 모르면 그 뜻을 알기 어려워요. 그래서 밈을 사용하기 전에 그 의미나 생겨난 배경을 찾아보는지도 질문했어요. ‘항상 알아보고 사용한다’ 34.5%, ‘대략적인 의미만 알아도 사용한다’ 56.4%로 대부분이 의미를 확인하고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어요. ‘주변에서 많이 쓰면 의미를 몰라도 사용한다’는 6.9%, ‘전혀 알아보지 않고 그냥 사용한다’는 2.2%에 불과했죠.
세대차이의 새로운 기준, ‘밈’
그렇다면 이렇게 활발하게 사용되는 밈이나 신조어를 알아듣지 못하는 상황에서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요? 밈이나 신조어를 모를 때 유행에 뒤처진다고 느끼는지 물었어요. ‘매우 그렇다(7.2%)’, ‘그렇다(33.2%)’로 40.4%가 유행을 따라가지 못한다고 느끼고 있었어요. ‘보통이다’는 26.7%였고 ‘별로 그렇지 않다(27.3%)’, ‘전혀 그렇지 않다(5.6%)’는 답도 많았어요.
또 밈이나 신조어로 인해 59.9%가 세대차이를 경험하고 있다고 답했어요. ‘보통이다’라는 응답은 20.7%였고 ‘거의 느끼지 않는다’는 15.0%, ‘전혀 느끼지 않는다’는 4.4%로 나타났어요. 세대 간의 소통방식 차이가 밈을 통해 더욱 두드러지고 있어요.
최근 기업이나 방송가에서 밈을 활용해 자막을 쓰거나 마케팅을 하는 방식이 점점 늘고 있는데요. 이에 대해 ‘재미는 있지만 다소 억지스러워 보일 때가 있다’는 응답(54.2%)이 과반을 넘었어요. ‘무리하게 유행을 따라가는 것 같아 거부감이 든다’는 의견도 20.7%나 됐어요. 반면 ‘트렌드를 반영한 친근한 접근이라 좋아 보인다(15.4%)’, ‘별다른 생각이 없다(7.8%)’ 등의 의견도 있었어요.
M세대 한젱 님은 “트렌드를 반영하고 친근한 접근이라 좋긴 한데 모르는 밈이나 유행어가 나오면 찾아봐야 하니까 피곤해요. 세상이 너무 빠르게 변하는 것 같기도 하고 부모님의 경우 맥락을 전혀 못 읽는 경우도 있어요. 대중이 보는 걸 감안해서 써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라며 신중하게 밈을 사용하는 게 필요하다고 지적했어요.
‘밈’ 의 수명은?
매일같이 새로운 밈이 생겨나고 사라지는 것을 보면 수명이 너무 짧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에 대해 ‘새로운 밈과 신조어가 더욱 빠르게 생성되고 소멸될 것이다’라는 전망이 71.2%로 압도적이었어요. 많은 응답자가 “사람들 사이에서 유명한 올해의 밈&유행어 리스트에 있는 것도 살펴보면 처음 보는 것들이 대다수”, “이제 막 의미를 익혀서 써볼까 하면 금세 그 밈이 사라지고 새로운 밈이 등장한다”면서 유행 속도가 너무 빨라 버겁다는 의견이었어요.
M세대 쿠키보이 님은 “정보흐름이 빨라지면서 세대가 더 잘게 쪼개지고 다양한 정보경로가 생기다 보니 각 집단에서 사용하는 밈과 신조어는 더 많아지겠지만 집단을 벗어나면 생명력이 약해질 것”이라면서 밈 문화가 더 세분화·파편화될 것이라고 예측했어요. 밈은 집단 정체성을 강화하는 도구지만 역설적으로 이런 현상이 더 강화될수록 밈의 수명은 더 짧아질 것이라는 것이죠.
M세대 콤즈파파 님도 “밈은 유행에 민감한 특정 계층이 만들어낸 억지스러운 면이 있어요. 그래서 사회 전반의 공감을 얻기는 어려울 것 같아요. 그래서 결국 밈이 생성되고 소멸되는 주기가 점점 더 짧아질 거라고 생각해요”라고 지적했어요.
밈은 이제 우리의 일상적인 소통수단이 됐지만 세대 간 벽이 되기도 하고 기업의 무분별한 활용에 대한 우려도 존재해요. 앞으로도 밈은 더 빠른 속도로 생성되고 사라질 것으로 보여요. 하지만 그 속도만큼이나 중요한 건 밈을 어떻게 사용하느냐겠죠. 특정 세대나 집단만의 언어가 아닌 모두가 함께 즐길 수 있는 건강한 소통문화로 자리 잡을 수 있기를 기대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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