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운영하는 책나눔위원회가 매달 일곱 권의 책을 추천합니다. ▲문학 ▲인문예술 ▲사회과학 ▲자연과학 ▲실용일반 ▲그림책·동화 ▲청소년 분야의 추천 도서는 여러분의 독서 욕구와 지적 호기심을 샘솟게 할 것입니다. <공감>은 책나눔위원회의 추천 도서를 독자 여러분에게 소개합니다.

19세기 허스토리
생존자의 노래, 개척자의 지도
노서경·최재인 외 지음 | 마농지
이 책은 서양사를 전공하는 여성 역사학자들이 각자의 전공 분야에서 19세기 서양의 여성들의 역사를 탐색하고 있는 책이다. 그동안 여성사에 관한 학문적이거나 대중적인 관심이 많아져서 여성을 다루는 여러 분야의 저술들이 출간된 바 있다. 그동안 출간된 책들과 비교해보면 이 책의 특징과 흥미로운 점은 여성사와 민중사, 생활사가 중첩된 시각에서 19세기 서양 여성들의 역사를 다루고 있다는 점이다.
그동안 국내에서 상대적으로 부진했던 프랑스 여성사 논의가 다수 수록된 것도 반가운 점이다. 각 장의 말미에 첨부된 관련된 사료들은 본문의 논의에 구체성과 실감을 더하고 있다. 여성사에 관심을 가진 독자들에게도, 민중사나 아니면 생활사에 각각 관심을 가진 독자들에게도 좋은 읽을거리가 될 것이라 믿는다.
진태원(고려대학교 민족문화연구원 선임연구원)

눈감지 마라
이기호 지음 | 마음산책
독자로서 작가로서 나는 ‘짧은 소설’을 공들여 쓰는 작가를 좋아한다. 얼핏 지나쳐버릴 수 있는 작고 사소해 보이는 이야기를 포착하는 섬세한 눈과 마음을 가졌을 테니까.
이미 전작의 짧은 소설집으로 독자들의 남다른 사랑을 받은 적이 있는 작가는 이번 책을 시작하기 전에 새로운 형식을 고민했다. 분량이 짧은 소설을 쓸 때의 큰 단점이 인물의 세계로 깊이 들어가기 어렵다는 점을 간파하고 경험하고 있었으니까. 그래서 연작(聯作)의 형태로 중심인물인 ‘정용’과 ‘진만’이라는 지방대 출신의 청년 두 명의 시간들, 그들 삶의 흔적들을 부지런히 쫓아다녔다고 한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알고 있다. 작가의 말처럼 ‘청년’과 ‘지방’은 선거 때마다 정치인들이 이용하는 키워드이며 이 시대에 그들이 어떻게 살아가려고 애쓰고 있는지도.
조경란(소설가)

대면 비대면 외면
뉴노멀 시대, 우리는 어떻게 연결되는가
김찬호 지음 | 문학과지성사
이른바 각자도생의 시대가 도래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공동의 무너진 삶을 수습하고 함께 사는 사회를 회복하는 길은 어디에 있는가. 인문학과 사회학을 맛깔나게 버무리는 인문학적 사회학자 김찬호는 이 책에서 사람과 사람 사이에 온전한 인간관계와 상호작용을 복구하기 위한 구체적 방안을 모색한다. 인간적인 삶이 가능한 인간적인 사회는 대면이든 비대면이든 사람과 사람이 서로를 존중하는 인격적 관계를 통해 만들어진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책을 읽다 보면 저자의 깊은 성찰을 드러내는 잠언과 같은 문장을 만나는 즐거움이 있다. “얼굴은 사람됨의 깊은 본질을 드러내는 바탕화면이다.” “시선이 머무는 곳이 곧 삶이 깃드는 장소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이하여 저자는 우리 모두 “마스크 너머로 주고받던 따스한 눈빛으로 악수를 나누면서, 경청과 환대의 공간”을 빚어내길 기대한다.
정수복(사회학자·작가)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상실, 사랑 그리고 숨어 있는 삶의 질서에 관한 이야기
룰루 밀러 지음 | 정지인 옮김 | 곰출판
이 책은 스탠퍼드대학 초대 총장이자 어류학자였던 데이비드 스타 조던의 생애를 다룬 전기지만 단순히 어느 과학자의 전기로 볼 수 없다. 이 책은 세계라는 혼돈 속에서 어떻게든 질서를 찾으려 고투했던 한 19세기 인물의 모습이며 혼돈에서 질서를 찾으려는 과도한 집착이 어떻게 우생학과 같은 가짜 과학으로 빠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심오한 과학비평서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이 책은 데이비드 조던의 생애를 쫓는 저자 룰루 밀러의 삶이 날줄과 씨줄로 함께 엮여 있는 일종의 자기고백의 문학이나 에세이로도 읽힌다. 한편으로는 생물의 분류학이 오늘날 분기학이라는 새로운 학문으로 넘어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과학서이기도 하다.
이 책을 읽는 독자는 이러한 다채로운 향미가 아름답게 조화된 글의 향연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권복규(이화여자대학교 의학교육학교실 교수)

오나, 안 오나?
김정선 글그림 | 산하
비를 기다리는 아이의 마음을 담아낸 그림책. 비를 기다리는 마음이라면, 오랜 가뭄 끝의 농부가 떠오른다. 하지만 새 비옷, 새 우산, 새 장화를 마련한 아이라면, 하늘에서 물방울이 떨어지는 게 신기한 아이라면 비를 기다릴 것이다. 드디어 세상이 컴컴해지고, 하늘에 먹구름이 가득해 지자 아이는 비를 맞을 준비를 한다. 노란 비옷을 입고 노란 장화를 신고, 노란 우산을 펴고, 준비 끝이다. 귀여운 강아지에게도 비옷을 입히다. 이제 나가서 본격적으로 비를 기다린다. 우산을 썼다가 우산을 접었다 하며 “비가 오나”, “안 오나”, 한참을 기다린다. 기다려도 비가 떨어지지 않아, 집으로 들어가려는 찰나. 비가 떨어진다. 톡톡. 그림책은 어린 독자에게도 어른 독자들에게도 “즐거운 놀이란 이런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마음껏, 신나게. ‘우리도 이렇게 신나게 놀아요’라고 이야기한다.
최현미(문화일보 문화부장)

제철동 사람들
공단 마을 이야기
이종철 글그림 | 보리
1990~2000년대를 배경으로 주인공 일곱 살 강이가 청년이 되기까지 성장기이자 포항의 특수한 지역 정서와 사회상을 따뜻하게 담은 만화다. 어린 시절부터 땀 흘려 일하는 사람들을 가까이서 지켜봤던 강이는 스스로 일하는 사람이 된다. 대학 진학 앞두고 일용직 노동을 하던 강이는 일당을 떼이기도, 위험천만한 사고를 겪기도 하면서 몸과 마음을 스스로 지켜야 한다는 것을 깨닫는다. 사회로 나아간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과 설렘이 교차한다. 누구나 느끼는 감정이다. 이 책이 거의 누구에게나 깊이 다가갈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작가 이종철은 이렇게 말한다.
“<제철동 사람들>은 내가 그 동안 만난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를 모아서 재구성한 이야기다. 만화에 담긴 사람들 모두 지금도 저마다의 이야기를 써나가고 있다.”
표정훈(평론가)

공학은 언제나 여기 있어
오늘과 내일을 연결하는 놀라운 공학 이야기
박재용 지음 | 우리학교
저자는 이 책에서 공학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을 살핀다. 짧은 분량이지만 우리가 사는 현재를 움직이는 힘과 내일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공학의 역할과 의미를 생각하게 한다. 특히 미래 공학에서 가장 주목받는 세 가지 분야, ‘모빌리티, 에너지, 스마트 시티’가 이 책의 중심을 이룬다. 청소년들은 어제와 오늘보다 내일이 궁금하다. 각 분야의 핵심기술과 원리를 살피는 것은 물론 그 전망과 해결 과제 등을 고민할 시간이 필요하다. 저자의 쉽고 상세한 설명에 적절한 자료와 사진이 곁들여져 이해를 돕는다. 청소년들에게 무한한 꿈과 상상력을 독려하는 책이 계속 필요한 이유는 제한된 공간에 머물며 직접 경험의 한계를 느낄 수밖에 없는 청소년들의 일상 때문이다. 좀 더 넓은 세계에 관심을 두고 현실을 뛰어넘는 상상력을 펼칠 수 있는 책이 더 필요하다.
류대성(<읽기의 미래> 저자)
지금 정책주간지 'K-공감' 뉴스레터를 구독하시고, 이메일로 다양한 소식을 받아보세요.
뉴스레터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