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검찰청 찐센터 김수정 수사관
40대 직장인 A씨는 지난달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검사라고 밝힌 남성은 A씨 명의로 개설된 대포통장이 범죄에 연루됐다며 검찰에서 조사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 이 남성은 구속영장을 문자로 보낼 테니 확인하라고 했다. 이 남성이 보내온 문자에는 A씨가 성매매 특별법·불법자금은닉·전자금융거래법 위반으로 구속영장이 발부됐고 서울구치소에 수감될 것이란 내용의 파일이 첨부돼 있었다.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를 의심한 A씨는 일단 전화를 끊고 카카오톡 오픈채팅에서 ‘대검찰청 찐센터’를 검색했다. 찐센터는 ‘보이스피싱 서류 진짜인지 알려줘 콜센터’의 줄임말로 검찰 관계자의 사칭 여부나 영장, 출석요구서 등 공문서 진위 여부를 확인해주는 범죄 예방 콜센터다. ‘010-3570-8242(빨리사기)’로 전화를 걸거나 문자를 보내면 된다. 365일, 24시간 상담이 가능하다. 4월 3일부터는 카카오톡으로도 상담이 가능해졌다. 카카오톡 오픈채팅에서 ‘찐센터’를 검색한 뒤 채널 항목에 들어가 친구 추가를 하면 된다.
A씨가 카카오톡으로 보낸 파일을 확인한 찐센터는 ‘보내주신 자료는 보이스피싱 범죄자가 많이 사용하는 위조 서류입니다. 검찰에서는 영장 등 수사 서류를 파일로 보내지 않고 온라인상에서 확인할 수 없습니다’라는 답변을 곧바로 해왔다. A씨는 “검사를 사칭하는 보이스피싱 범죄가 많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직접 전화를 받으니 당황스러웠어요. 혹시 몰라 찐센터에 연락했는데 덕분에 빠르게 진위 여부를 확인하고 피해를 예방할 수 있었습니다”라고 전했다.
경찰청은 2025년 1~3월 발생한 보이스피싱 범죄가 5878건, 피해액은 3116억 원에 달한다고 4월 27일 밝혔다. 피해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2배 증가했다. 올해 들어 발생한 보이스피싱 범죄의 51%(2991건)는 검사나 검찰수사관 등을 사칭한 ‘기관 사칭형’이었다. 기관 사칭형 보이스피싱범은 검사 신분증이나 공문을 보내면서 실제 근무하는 검사 이름을 도용하는 치밀함을 보인다. 이와 함께 구속 등을 언급하며 위기감을 조성해 피해자의 판단력을 흐리고 보안 유지를 이유로 주변인과 소통도 차단한다. 여기에 더해 피해자 휴대전화에 악성 애플리케이션(앱)을 설치, 휴대전화 정보를 탈취하고 조종하는 방법도 사용한다.
검찰은 이 같은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2020년 9월 서울중앙지검에 찐센터를 설치, 운영해왔다. 올해 2월부터는 보이스피싱 범죄 전담부서인 대검찰청 조직범죄과로 이전하고 전문 수사관을 확대 편성했다. 4월 3일에는 카카오톡 인증 채널을 새롭게 개설해 접근성을 높였다.
찐센터 담당 수사관인 김수정 계장은 “검찰에서 전화가 왔는데 ○○○ 검사가 실제로 근무하는게 맞는지, 자신이 받은 영장이나 출석요구서가 진짜인지 문의하는 전화와 문자, 카카오톡이 하루 평균 250건에 달한다”고 했다. 찐센터는 2024년 총 2만 7496건의 상담을 처리했고 대검으로 확대 이전된 올해 2월 한 달에만 4298건, 3월엔 4669건을 처리했다.

찐센터란?
찐센터의 정확한 이름은 ‘보이스피싱 서류 진짜인지 알려줘 콜센터’다. 편의상 ‘찐센터’로 부르고 있다. 찐센터에서는 전문 수사관들이 365일, 24시간 신속하게 보이스피싱에 사용된 전화번호를 확인하고 있다. 또한 검찰 직원이 진짜로 근무하는지, 그리고 영장이나 출석요구서 등 받은 수사 서류가 진짜인지 확인하고 안내하고 있다. 사실로 확인되면 조사 여부를 안내하기도 한다.
어떤 업무를 맡고 있나?
찐센터 직통 ‘010-3570-8242’로 오는 전화나 문자, 찐센터 카카오톡 채널을 통해 검찰 서류 진위 여부나 검사·수사관 사칭 여부를 확인해달라는 문의가 오면 곧바로 진위를 판별한다. 검찰 내부 조직망을 이용해 실제 직원 이름과 연락처를 확인한다. 영장이나 출석요구서 등 검찰 관련 공문서는 해당 부서에 직접 연락해 사건 진위를 확인한다.
찐센터가 생긴 이유는?
보이스피싱 범죄는 2005년 6월경에 최초로 국내에 신고됐고 2015년 이후 급격하게 증가하기 시작했다. 범죄 수법도 조직·지능적으로 진화해 피해발생 건수와 피해금액도 나날이 커지고 있다. 특히 검찰이나 기관을 사칭해 다액의 피해를 유발하는 범죄가 늘면서 검찰에선 검찰을 사칭하는 범죄만이라도 막아보자는 취지로 찐센터를 설치하게 됐다. 서울에 인구가 많아서 서울 지역을 관할하는 서울중앙지검에 찐센터를 설치해 운영해왔다.
올해 2월 대검찰청 조직범죄과로 찐센터를 이전, 확대 운영하기 시작했다.
2024년 보이스피싱 피해액은 8545억 원에 달한다. 경찰청이 관련 통계를 집계한 이래 역대 최고치다. 1인당 피해액도 4100만 원에 달한다. 보이스피싱으로 인한 피해와 사회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찐센터를 확대 운영할 필요성이 커졌다. 대검찰청 조직범죄과는 전국 각 검찰청에서 처리하고 있는 보이스피싱, 조직폭력, 불법도박 등 조직적 범죄에 대한 사무를 처리하고 지휘하고 감독하는 부서다. 보이스피싱 범죄 전담부서에 찐센터를 설치해 업무 범위를 전국으로 확대하고 전담 수사관을 배치해 전문성을 높였다.

카카오톡 채널도 개설했다.
그동안 찐센터는 직통 번호로만 상담을 진행했다. 112(경찰청), 1332(금융감독원) 같은 보이스피싱 신고 전화번호와 달리 ‘010-3570-8242’라는 번호로 안내하다보니 이것마저 보이스피싱으로 의심하는 민원이 많았다. 카카오톡에서 인증을 받은 채널을 통해 상담을 진행하니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또한 보이스피싱 범죄조직이 주로 쓰는 수법 중에 ‘번호 가로채기’라는 게 있다. 휴대전화에 악성 앱을 설치하게 해서 어떤 번호로 전화를 걸어도 범죄조직으로 연결되게 만드는 수법이다. 악성 앱이 설치된 휴대전화라도 카카오톡은 정상적으로 구동된다. 이미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에선 ‘보호나라’라는 카카오톡 채널을 통해 스미싱(문자메시지 피싱)으로 의심되는 메시지를 읽고 위험도를 판별해주는 ‘스미싱확인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카카오톡을 활용하면 해외에서도 보이스피싱 진위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상담은 어떻게 이뤄지나?
검찰 관련 서류가 진짜인지 묻는 경우 단순히 이건 검찰에서 만든 서류가 아니라고만 안내하는 게 아니라 ‘이런 서류는 어떻게 만들어지고 누가 작성하는지, 그래서 이건 위조된 서류다’라고 자세히 설명한다. 그러면서 경찰청에서 운영 중인 전기통신금융사기 통합신고대응센터(1566-1188)에 문의해 더 상세한 안내를 받을 수 있도록 한다. 한국인터넷진흥원이나 금융감독원 등 사례에 맞는 기관을 연계하는 등 상담의 폭을 넓히고 있다.
찐센터에 가장 많이 들어오는 상담 사례는?
대포통장이 발급됐고 범죄에 연루돼 조사를 받아야 한다면서 검사나 수사관을 사칭하는 경우다. 보이스피싱범은 문자를 통해 링크를 보내며 이를 클릭하라고 한다. 이 링크를 클릭하면 대검찰청 누리집을 본뜬 피싱 사이트가 나온다. 보이스피싱범은 ‘나의 사건조회’를 클릭하라고 한다. 거기에 개인정보를 입력하면 영장, 피의자신문조서, 계좌 내역 등이 뜬다. 이는 다 위조 서류고 가짜다. 최근 ‘박석삼’이라는 검찰 수사관이 등장하는 위조 서류가 많이 보인다. 검찰 수사관은 영장을 작성하지 않는다. 검찰총장과 금융감독원장의 직인이 동시에 찍힌 서류도 있다. 이런 서류는 무조건 가짜다.
진위 여부를 알아도 안심하기는 어렵다.
검찰은 어떤 경우에도 현금을 인출, 송금하라고 말하지 않는다. 또 휴대전화 메시지로 서류를 보내지도 않는다. 압수수색영장이나 구속영장은 수사관이 직접 가져가서 집행한다. 또한 검찰은 전화를 끊고 다시 걸겠다고 했을 때 어떠한 불이익을 주지 않는다. 모르는 전화는 되도록 받지 말고 보이스피싱이 의심되면 바로 전화를 끊고 신고하는 게 좋다.
보이스피싱 수법이 나날이 진화하고 있다.
보이스피싱 범죄는 점점 조직화되고 있다. 검찰과 금감원, 카드사, 택배 기사 등 각각의 역할을 맡아 조직적으로 피해자를 속인다. 여러 명이 잘 짜여진 시나리오대로 피해자를 속이기 때문에 빠져나가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전화든 문자든 늘 의심하고 주의해야 한다. 간혹 보이스피싱 전화라는 걸 알고 보이스피싱범을 참교육하겠다거나 놀리는 경우가 있다. 보이스피싱범이 파악하고 있는 개인정보로 보복을 당하거나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걸 명심할 필요가 있다.

보이스피싱을 근절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보이스피싱 조직을 엄벌해야 한다. 보이스피싱은 ‘경제적 살인’이라고도 불릴 만큼 큰 피해를 준다. 이런 범죄를 저지르면 끝까지 추적해 처벌받는다는 걸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 일을 하면서 보람을 느끼는 순간은?
전화나 문자, 카카오톡으로 상담하는 분들이 진위를 알려드리고 나면 ‘감사하다’는 인사를 한다. 그것만으로도 큰 보람을 느낀다. 찐센터가 보이스피싱 범죄 감소에 도움이 되면 더 바랄 것이 없다. 찐센터를 대검으로 이전하고 카카오톡 채널을 운영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찐센터를 통해 적어도 검찰 사칭으로 보이스피싱 피해를 입는 분들이 줄어들면 좋겠다.
강정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