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휴대전화에 원격제어 애플리케이션(앱) 등 악성 앱 설치를 유도해 탈취한 개인정보로 계좌를 개설하는 신종범죄가 늘고 있다. 범죄자들은 이렇게 개설한 계좌를 보이스피싱이나 자금세탁 등 각종 불법자금 수취의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어 통장 명의자까지 범죄행위에 연루될 위험이 있다. 또한 비대면 계좌개설이 비대면 대출로까지 이어지면 피해 규모는 더욱 커질 수 있다. 이를 막기 위한 ‘비대면 계좌개설 안심차단 서비스’가 3월 12일 시행에 들어갔다. 비대면 계좌개설 안심차단은 내가 원하지 않는 수시입출식 계좌가 비대면으로 신규 개설되지 않도록 신청하는 제도다.
휴대전화 개통 시 신분증 사진과 문자 정보를 동시에 확인해 위·변조 여부를 판별하는 ‘신분증 사진 진위 확인 서비스’도 3월 24일부터 시행됐다. 보이스피싱 범죄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조치다.
정부는 3월 6일 국무조정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행정안전부, 여성가족부, 식품의약품안전처, 대검찰청, 경찰청 등이 참여하는 민생범죄 점검회의를 열고 이 같은 ‘보이스피싱 범죄 대응 강화방안’을 내놨다.
비대면 계좌개설 사전에 차단
금융당국은 보이스피싱 범죄 확산에 대응하기 위해 2024년 8월부터 ‘여신거래 안심차단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이용자가 여신거래 안심차단 서비스를 신청하면 한국신용정보원에 안심차단 정보가 등록되고 금융권의 신용대출, 카드론 등 신규 여신거래가 실시간으로 차단된다.
출시 7개월 만에 약 31만 명이 가입했으며 은행권이 한국신용정보원을 통해 서비스 가입자의 신용정보를 조회한 실적은 월평균 1만 건에 달한다.
하지만 비대면 대출 차단만으로는 개인정보 탈취 등으로 인한 보이스피싱 피해에 대한 국민 우려가 불식되기 어려워 범죄수익의 주요 통로로 사용되는 계좌를 원천적으로 차단할 필요성이 제기됐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비대면 계좌개설까지 막는 방안을 도입했다.
비대면 계좌개설 안심차단 서비스를 신청하면 자신이 원하지 않는 수시입출식 계좌가 비대면으로 신규 개설되지 않도록 사전에 막을 수 있다. 가입 즉시 한국신용정보원에 안심차단 정보가 등록돼 금융권의 신규 수시입출식 계좌개설 거래가 실시간으로 차단된다. 은행, 저축은행, 상호금융, 우정사업본부 등 3613개사(상호금융 단위조합 포함)가 참여했다.
서비스를 신청하려면 거래 중인 금융회사에 직접 방문하거나 은행과 금융결제원(어카운트 인포)의 비대면 채널을 이용하면 된다. 가입 후 신규 수시입출식 수신거래를 하고자 할 경우에는 가까운 금융회사 영업점에 방문해 손쉽게 서비스를 해제할 수 있다. 해제 후에는 즉시 수시입출식 계좌개설이 가능하다.
금융회사는 비대면 계좌개설 안심차단 신청내역을 신청·해제 시에 통지하게 된다. 또 신청 사실을 반기당 문자 1회, 이메일 등으로 통지하게 돼 있다. 한국신용정보원이 운영하는 본인신용정보열람서비스 누리집을 통해서도 언제든지 신청 내역을 확인할 수 있다.
휴대폰 개통 시 본인확인 절차 강화
이와 함께 과기정통부는 ‘신분증 사진 진위확인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이는 휴대전화 개통 시 신분증 사진과 문자 정보를 동시에 확인해 위·변조 여부를 판별하는 서비스다. 기존에는 글자, 숫자 등 문자만으로 신분증을 확인했지만 신분증 사진까지 포함한 방식으로 본인확인 절차를 강화해 보안 수준을 높였다.
이 서비스는 주민등록증과 운전면허증에 적용된다. 신분증이 훼손된 경우 본인확인이 어려울 수 있다. 이 경우 신분증을 재발급받거나 주민등록증, 운전면허증 등의 대체 신분증을 제출해야 한다.
신분증 사진 진위확인 서비스로 휴대전화 개통 시 신분증 사진과 함께 주민등록번호, 이름, 발급일자 등 문자 정보를 행정안전부(주민등록증), 경찰청(운전면허증) 등 행정정보 보유기관의 정보와 비교해 진위 여부를 확인한다. 이를 통해 보이스피싱, 대포폰 개통 등 금융사기를 예방하고 신분증 위·변조를 통한 부정 개통을 차단할 수 있다.
정부는 향후 사진 진위 확인 적용 대상을 모바일 신분증·외국인등록증 등 다양한 신분증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또 진화하는 보이스피싱 범죄 수법에 대응하기 위해 휴대전화 개통 시 신분증 소지자가 실제 본인인지 확인하는 ‘안면인식 검증’ 제도를 도입한다. 연내 안면인식 검증 시범기간을 거쳐 2026년 1월부터 해당 시스템을 본격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보이스피싱 범죄 특별단속도
경찰은 보이스피싱 콜센터와 자금세탁조직, 대포폰·통장 등 주요 범행 수단에 대한 특별단속에도 나서기로 했다. 특히 계좌 추적수사 체계를 개선해 전국 피싱 사건의 데이터를 집적해 범죄조직과의 연결고리를 추적한다. 이를 통해 해외에 거점을 두고 점조직 형태로 움직이는 범죄단체의 실체를 끝까지 쫓는다는 계획이다.
보이스피싱 범죄 정부합동수사단도 범정부적 수사·단속역량을 모아 주요 범죄조직 및 조직원에 대한 집중 수사를 이어간다. 중국·베트남 등과는 공조협력망을 강화해 해외 거점 콜센터 합동단속을 추진한다.
통신수단을 악용한 범죄 접근 시도도 차단하기로 했다. 2024년 URL(웹주소)을 삽입한 문자 발송으로 스미싱을 유발하는 수법이 기승을 부리자 방송통신위원회는 대량문자발송 업체에 대한 긴급 실태점검을 하고 불법행위를 적발해 과태료 등 행정처분을 하는 한편 과기정통부 등 관계기관과 함께 불법스팸 근절 종합대책을 수립했다. 그 결과 최근 불법스팸은 2025년 1월 781만 건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던 2024년 6월(4747만 건) 대비 84% 감소했다.
이 밖에도 불법스팸을 방치한 사업자에 대한 과징금 도입 ▲불법스패머 범죄수익 몰수 ▲전송자격인증제 법제화 ▲피싱 URL 포함 문자를 사전 차단하는 엑스레이 시스템 구축 의무 부과 등 정부 대책이 차질 없이 이행될 수 있도록 법·제도 마련에 속도를 내기로 했다.
강정미 기자
보이스피싱 예방 대국민 홍보 캠페인 30~40대도 당한다!
피해 사례 전국 전광판 홍보키로
정부가 보이스피싱 예방을 위해 홍보 캠페인에 나섰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범정부 공동 캠페인의 일환으로 6월까지 ‘통신 분야 보이스피싱 예방 대국민 홍보 캠페인’을 전개한다고 밝혔다.
보이스피싱 범죄는 한 번 발생하면 피해 회복이 어려울 뿐만 아니라 정신적·경제적 피해가 심각해 피해를 예방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최근 보이스피싱 피해 사례를 분석해보면 30대 이하(36%), 40~50대(38.6%), 60대 이상(25.4%) 등 다양한 연령층에서 발생하고 있다.
디지털배움터는 온라인 접근이 어려운 디지털 취약계층의 디지털 격차 해소와 전 국민 디지털 역량 강화를 위해 전국에 설치돼 있다. 이곳에서 다양한 시나리오별 대처 방법을 체험할 수 있도록 하고 문자 차단 기능, 보이스피싱 등 예방 애플리케이션(앱) 등을 활용해 보이스피싱을 예방할 수 있도록 교육한다.
과기정통부는 보이스피싱 실제 사례에 대한 이해를 통해 경각심을 높이고 국민이 예방 수칙을 쉽게 습득할 수 있도록 다양한 보이스피싱 사례와 영상 콘텐츠를 한데 모아 제공하기로 했다. 해당 사례와 콘텐츠는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 명의도용방지서비스 누리집(msafer.or.kr)에서 이용 가능하며 누리소통망(SNS) 등을 통해 공유할 수 있다.
이와 함께 통신사는 문자메시지와 PASS 앱을 활용해 가입고객에게 보이스피싱 주의 메시지를 전송하고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한 맞춤형 보이스피싱 예방 교육도 함께 진행한다. 보이스피싱 관련 피해 사례와 대응 방법을 다룬 광고를 전국 전광판에 송출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이도규 과기정통부 통신정책관은 “보이스피싱 수법이 날로 지능화되는 가운데 국민 스스로 경각심을 갖고 보이스피싱 예방 정보를 숙지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범정부 태스크포스(TF) 차원의 체계적인 캠페인으로 보이스피싱 피해를 예방하고 안전한 통신 환경을 조성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