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6년 3월부터 의료·요양·돌봄 통합지원 사업이 전국에서 시행된다. 의료·요양·돌봄 통합지원은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이 살던 곳에서 건강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시·군·구가 중심이 돼 지원을 통합·연계해 제공하는 사업이다. 2024년 3월 제정된 ‘의료·요양 등 지역 돌봄의 통합지원에 관한 법률(돌봄통합지원법)’에 따라 시행되는 것이다.
이에 정부는 2023년 1월부터 보건복지부에 전담부서인 의료·요양·돌봄통합지원단을 설치하고 2023년 7월부터 전국 47개 시·군·구에서 노인 중심의 의료·돌봄 통합지원 시범사업을 시작했다. 시범사업은 정부에서 발표한 ‘어르신 1000만 시대, 행복하고 건강한 노후대책’의 핵심 과제로 실시됐는데 2025년부터는 법률 제정 취지에 맞게 장애인도 포함해 시범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의료·요양·돌봄 통합지원은 나이가 들거나 장애를 가지고 있거나 또는 질병을 앓고 있거나 사고를 당하는 등의 이유로 일상생활을 유지하기 힘들어 복합적인 지원을 필요로 하는 노인, 장애인 등을 대상으로 한다. 대상자가 통합지원을 신청하면 시·군·구 전담조직에서 조사하고 판정한 다음 지원계획을 수립해 통합지원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전국 47개 시·군·구 시범사업 실시
통합지원은 보건의료, 건강관리, 장기요양, 일상생활돌봄, 가족지원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이뤄진다. 예를 들어 재택의료, 재택간호를 통해 복약관리나 재활 서비스 등의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지방자치단체에서 운영하는 건강관리 프로그램을 통해 일상생활 속에서 건강을 유지할 수 있고 치매안심센터 등의 시설을 연계받을 수도 있다. 기본적인 가사활동이 어려운 경우에는 가사 서비스를 받을 수 있고 주간 요양시설 등을 안내받기도 한다.
정부는 의료·돌봄 통합지원 시범사업을 통해 의료·요양·돌봄 통합지원의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다. 광주 서구·북구, 대전 대덕·유성구 등 12개 시·군·구에서는 예산지원형 시범사업이 진행되고 있고 서울 성동·광진·은평구, 부산 금정·수영구를 비롯해 35개 시·군·구에서는 교육·전문 컨설팅 제공 및 국민건강보험공단 등 전문기관과 협업체계를 구축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특히 예산이 지원되는 12개 시·군·구에서는 주로 노인을 대상으로 의료·요양·돌봄 통합적 사례관리를 하고 재가노인 방문의료 서비스를 확충하며 전담조직을 둬 기관 간에 협업체계를 마련하는 등의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 시·군·구 본청 내 전담조직을 두고 전담인력을 확보해 통합지원 회의를 진행하는 등 의료·돌봄 통합지원 기본모델을 정립할 방침이다.
실제로 2024년 진행된 시범사업은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 2024년 12월 6일 개최된 ‘의료·돌봄 통합지원 성과공유대회 및 2024년 제2회 정책포럼’에서는 다양한 지자체의 시범사업 성과가 소개됐다.
광주 북구의 경우에는 지역 특성을 반영한 영구임대단지 돌봄특화마을이 자리 잡았다. 돌봄 취약계층이 밀집된 영구임대 단지 내에 종합복지관과 중독관리통합지원센터,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유관기관이 함께 단지별 마을돌봄추진단을 구성한 것이다. 각 기관이 역할을 분담해 케어매니저, 주거복지사, 상담사 등을 통해 돌봄 대상자를 발굴하고 서비스를 연계했다. 그러면서 촘촘한 의료·돌봄 통합지원이 이뤄졌다는 평가다. 특히 광주 북구에서는 보건소, 지역 약사회와 협업해 연계사업에서 제외된 대상자까지 확대 지원했다.
경기 안산시에서는 노인케어안심주택을 설치해 이를 거점으로 민·관 협력 돌봄지원체계를 마련했다. 주민들이 직접 참여하는 마을돌봄 서포터스 ‘온마음돌봄’을 운영해 안전망을 구축함으로써 돌봄 공백을 최소화했다. 또 의료 서비스가 필요한 노인들에게는 안산형 방문의료지원센터 및 장기요양재택의료센터를 운영해 다학제 기반 방문의료를 활성화했다. 퇴원환자들이 가정에서 건강하게 지낼 수 있게 방문의료·생활지원·돌봄 서비스를 강화한 것도 특징이다.

전문적인 통합판정조사 통해 체계적 지원
서울 관악구에서는 지역 특성에 맞는 관악형 특화사업이 진행됐다. 사각지대를 적극 발굴해 지역 내 의료·돌봄 통합지원과 연계한 것이 특징인데 지역 병·의원과 보건소, 유관기관이 상호 협력해 ‘원스톱 돌봄SOS서비스’를 제공했다. 치매안심마을운영위원회를 구성해 전문 민·관 협력체계를 마련하고 지역 내 건강복지를 확대했다. 예방적 의료·돌봄 통합지원에도 초점을 맞췄는데 약물 방문상담, 무료건강검진, 병원 동행 사업 등을 통해 찾아가는 의료·돌봄 통합지원을 강화했다.
광주 동구에서는 즉각적인 돌봄이 필요한 위기 상황에서 기존에는 제공하기 어려웠던 ‘긴급 돌봄’ 서비스가 제공됐다. ‘아픈아이 긴급 병원동행’ 서비스는 긴급하게 병원 진료가 필요하지만 부모가 동행하기 어려운 4~18세 이하 아동과 병원에 함께 가주고 돌봄 후 귀가시켜 돌봄 공백을 해소하는 서비스다. ‘똑똑! 동구안심돌봄단’을 통해서는 고위험군에 놓인 1인가구를 방문해 건강상태를 모니터링하고 관계를 형성하는 사업을 펼쳤다. 들랑날랑 커뮤니티센터를 만들어 건강 취약 1인가구의 사회적 고립을 해소하기 위한 공동체 돌봄 공간을 조성했다.
성과공유대회에서는 이러한 통합지원을 통해 삶의 질이 개선된 사례도 다수 소개됐다. 경기 부천시에 사는 한 노인은 결핵을 앓고 있는 상황에서 낙상해 갈비뼈가 골절됐다. 혼자 살고 있어 일상생활이 어려운 상황이었는데 부천시청 통합돌봄과에서 총 8회의 통합지원 회의를 거쳐 통합지원 계획을 수립했다. 방문진료를 하고 만성질환을 관리할 수 있도록 건강관리사업을 실시하고 도시락, 세탁 등 가사 지원 서비스를 제공했다. 또 낙상 방지 문턱을 설치하고 미끄럼 방지 매트를 깔아주는 등 주거관리도 실시했다. 이를 통해 대상자의 신체적·정신적 문제가 크게 해결됐다는 것이 부천시의 설명이다.
이처럼 돌봄 대상자의 삶의 질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는 의료·요양·돌봄 통합지원을 위해 정부는 더 전문적인 조사 도구인 통합판정조사를 도입한다. 대상자의 의료·돌봄 욕구를 세밀하게 파악하고 필요한 서비스군을 구체적으로 분류한 후 해당 서비스를 지원하기 위해서다. 기존에 이용하던 선별·심화평가도구는 시범사업을 위한 약식 도구로 의료·돌봄 필요도는 판단 가능했지만 구체적으로 필요한 서비스를 분류하기에는 부족했다.
통합판정조사를 통해서는 의료 필요도와 돌봄 필요도의 경중에 따라 대상자에게 맞는 서비스군을 4개 영역으로 분류하게 된다. 전문의료·요양병원·장기요양·지자체돌봄 등의 분류를 통해서 담당 공무원이 해당 영역의 필요한 서비스를 구체적으로 연계해 효과적인 개인별 지원계획을 수립할 수 있게 됐다.
정부는 권역별로 지자체 설명회를 열고 시범사업 지역을 확대해 돌봄통합지원법이 내실 있게 시행될 수 있도록 준비할 방침이다. 또 일상생활에 어려움이 있어 의료 등 복합적인 지원이 필요한 사람이면 통합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사업 대상을 지속적으로 확대해나갈 예정이다.
김효정 기자
장애인도
통합지원 받을 수 있게
2024년 3월 '의료‧요양 등 지역 돌봄의 통합지원에 관한 법률'(돌봄통합지원법)이 제정됐다. 돌봄통합지원법을 통해 그동안 분절적으로 제공하던 보건의료, 장기요양, 일상생활돌봄 등을 대상자를 중심으로 지역에서 통합해 연계‧제공하는 절차를 만들 수 있게 됐다.
돌봄통합지원법의 주요 내용을 보면 돌봄통합지원법의 대상은 노인 외 장애인도 포함된다. 통합지원 절차에 대해서도 명시돼 있어 본인뿐 아니라 가족, 관련기관 담당자가 지원을 신청할 수 있고 전문적인 종합판정을 받아 개인별지원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보건의료, 건강관리, 장기요양, 일상생활돌봄, 가족 지원 등 다섯개 분야에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이를 위해 정부는 시·도 및 시·군·구에 심의·자문을 위한 통합지원협의체를 구성하고 전담조직을 설치해 운영하도록 했다. 각종 자료와 정보를 처리하는 통합지원정보시스템을 구축하고 대상자 발굴 등을 위해 정보를 연계해야 한다.
정부는 통합지원을 통해 의료·요양·돌봄에 대한 국민의 복합적인 욕구가 해결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이번 법 제정을 통해 도움이 필요한 분들이 병원이나 시설에 머물지 않고도 살던 곳에서 충분한 재가 서비스를 효과적으로 받을 수 있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