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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자기는 흙으로 육신을 빚은 다음 불의 기운을 불어넣어야 비로소 새 생명을 갖는다. 무릇 모든 도자기는 이 법칙에서 벗어나지 않는데, 진사(辰砂)백자만큼은 여기에 한 가지 중요한 요소가 더해진다. 바로 바람이다. 진사라고 부르는 안료는 바람의 세기에 따라 만 가지 색깔로 오묘하게 옷을 갈아입는다. 이 과정에서 더해질 사람의 힘은 아무것도 없다. 그러니 진사야말로 온전히 자연이 빚어내는 셈이다. 그래서 진사백자 가마에서는 보통 여름을 지내고 찬바람 나는 가을부터 이듬해 봄까지 연기가 피어오른다.
[SET_IMAGE]2,original,left[/SET_IMAGE]도자기에 문양을 넣을 때는 초벌구이한 자기에 각각의 색을 발하는 안료로 그림을 그리고 그 위에 유약을 발라 구워낸다. 파란색은 보통 회청(回靑)이라고 부르는 코발트를 사용하는데, 이를 응용한 백자가 청화백자다. 다갈색이나 흑갈색 문양은 산화철을 이용하는 철화백자에서 많이 보인다. 그리고 빨간색을 나타내고자 할 때 쓰는 것이 바로 진사다.
진사는 화학적으로 말하면 산화동(酸化銅)인데, 높은 열을 받으면 붉은색을 띤다. 이것을 도자기의 발색에 처음 이용한 사람들은 바로 우리네 조상들이다. 시기적으로는 고려 중기인 12세기부터로 청자와 함께 부분진사 형태로 나타난다. 그러나 진사는 이후 잘 쓰지 않다가 18∼19세기 들어서야 제법 많이 나타난다. 이를 진사라고 부른 것은 20세기 들어서의 일이고, 조선시대에는 주점사기(朱點沙器) 혹은 진홍사기(眞紅沙器)라고 불렀다.
“진사백자를 극채(極彩)도자기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이는 색의 극, 즉 최고의 색을 가진 도자기라는 뜻입니다.”
진사로는 우리나라에서 거의 독보적인 존재인 경남 고성군 하이면의 평산도요 신재균(53) 씨의 진사백자 예찬이다. 그는 올해로 벌써 32년째 흙을 만지고 있다. 한때 애자 만드는 공장에 취업해 잠시 외도를 하기도 했으나 결국 흙과 불의 마력을 벗어나지 못해 하이면 외원마을에 다시 장작가마를 지었다.
[SET_IMAGE]3,original,right[/SET_IMAGE]잉걸불의 불티가 그대로 자기의 어깨 위에 떨어진 듯 한껏 머금은 불기운을 오롯이 잡아둔 듯 선연하게 떠오르는 진사의 붉은빛은 그야말로 색의 정점이라 아니할 수 없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이 인간 만사처럼 인간의 의지대로 나오는 것은 아니다. 오로지 가마 속에서 일어나는 자연의 조화일 뿐. [RIGHT]사진·권태균/ 글·이항복[/R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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