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승호 중부작물부장
우수 민간 임용자
2021년 12월 13일 인사혁신처가 공무원 ‘개방형 직위’에서 창의적이고 적극적인 업무수행으로 우수한 성과를 창출한 민간 출신 국·과장 10명에게 인사혁신처장 표창(‘우수 민간 임용자’)을 수여했다. 각 부처에서 활력을 불어넣는 메기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는 민간 경력자 출신 국·과장 공직자들이다. 김우호 인사처장은 “민간 우수 인재가 공직에 들어와 새로운 변화를 이끌고 각 분야에서 국민에게 힘이 되는 의미 있는 정책적 성과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선정된 10명 가운데 3명을 <공감>이 만났다.
국민참여형 벼 신품종 개발·보급 이끌어
조승호 농촌진흥청 중부작물부장
조승호(53) 농촌진흥청 중부작물부장(국장급·국립식량과학원)은 2019년 4월에 개방형 직위 공직에 들어왔다. 1999년에 유학을 떠나 워싱턴주립대에서 유전학 분야 박사학위를 받고 세계 굴지의 화학회사 바스프와 글로벌 종자기업 몬산토에서 일하면서 유전자 분석실장, 목화 육종총괄 등 전 세계 작물 종자의 육종 기반기술과 기초 연구개발을 총괄한 이력을 갖고 있다. 20여 년 만에 공직자가 돼 우리나라에 돌아온 셈이다.
조승호 부장은 국민참여형 벼 신품종 ‘해들’과 ‘알찬미’ 개발·보급을 이끌어 외래 벼 품종을 대체하고 식량안보 및 자율권 달성과 농가소득 증대에 기여한 공로로 이번 표창을 받았다.
“제가 오기 전에 2016년부터 해들, 알찬미 신품종 육종 개발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었지요. 일단 중부작물부가 경기 이천 지역 농가에 한정해 밥맛 좋고 수확량도 많고 품질 좋은 우리 벼 신품종으로 계속 개량하면서 농가 스스로 기존의 추청(아키바레)·고시히카리 등 일본 품종을 버리고 우리 신품종으로 교체하는 결단을 내리도록 이끌어나갔어요.”
그 결과 2022년까지 이천 지역 쌀 재배 농가에서는 우리 벼 신품종이 외래 벼를 완전 대체할 계획이다.
“우리가 가진 우수 종자 유전자원을 활용해 국민과 소비자, 농가 모두 좋아할 만한 우리 신품종을 농진청이 디자인하고 관심 있는 지방자치단체에 소개하면서 서로 연결해 육종 재배를 지도하며 현장을 다녔지요. 농민과 농협 스스로 재배와 마케팅을 해나가면서 이제 이천 쌀 품종이 우리 것으로 바뀌고 있지요.”
조 부장은 ‘식량안보’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옥수수와 밀을 미국·호주에서 수입해 조달한다 해도 만일을 대비해 그 품종과 유전자 정보, 그리고 어떻게 생산·재배하는지 전 과정을 상세히 잘 알고 있어야 합니다. 그것이 식량 자율권과 기술체계를 유지하는 ‘한국 농업의 실력’이죠.”
그는 그 일환으로 식량작물 종자를 심고 하루하루 키우며 개선하는 모든 과정을 데이터로 상세하게 기록하고 이렇게 획득된 자료를 데이터로 구축한 디지털랩(실험실 재배)·디지털데이터북(야외 노지 재배) 개발을 이끌어 디지털 연구 환경 조성에도 큰 역할을 했다.
“농업에도 데이터과학이 중요합니다. 농진청은 우수한 인적 자원과 역량을 가진 농업 분야 최고 기관이죠. 공무원으로 일하면서 농가소득 증대와 국가 식량안보 등 공익을 위해 제 지식과 경험을 활용할 수 있어 큰 긍지를 느낍니다.”

▶용필성 장애인체육과장(맨 오른쪽)
장애인 생활체육 활성화 제도적 토대 마련
용필성 문화체육관광부 장애인체육과장
용필성(54) 문화체육관광부 장애인체육과장은 1988년 서울장애인올림픽(패럴림픽) 수영 종목 동메달 수상자 출신이다. SRC재활체육관 관장으로 있다가 개방형 직위인 문체부 장애인체육과장(서기관)에 공모해 2018년 2월에 임용됐다. 과장으로 채용된 직후부터 장애인 생활체육 활성화 방안을 수립해 장애인 전용 ‘반다비체육센터’ 70곳을 전국(서울·부산·광주·세종·제주 등)에 걸쳐 건립 중이다. 장애인 생활체육지도자 배치를 확대(2018년 577명→2021년 1000명)하고, 장애인스포츠강좌이용권을 도입하는 등 장애인 생활체육을 활성화하는 제도적 토대를 마련했다.
용필성 과장은 “반다비체육센터는 2022년 봄에 대부분 완공될 예정”이라며 “장애인 출입·이용에 장벽을 없애고 특히 비장애인도 거부감 없이 장애인과 함께 이용할 수 있는 체육센터”라고 말했다. 12월 2~6일 바레인에서 열린 2021년 아시아장애청소년경기대회 현장에서 용 과장과 만난 마지드 라셰드 아시아패럴림픽위원회(APC) 위원장도 “한국에서 장애인 체육시설을 전국적으로 70곳이나 그렇게 많이 지을 수 있느냐”며 깜짝 놀랐다고 한다. “그때 장애인체육담당 공무원으로 일하는 보람을 또 한 번 느꼈지요.”
용 과장은 어릴 때 온몸에 고열이 나면서 오른쪽 다리에 소아마비 지체장애가 왔다.
“운동으로 재활하고 극복해가면서 1984년 여름 뉴욕에서 열린 장애인올림대회 때부터 출전하기 시작해 1988년 서울하계패럴림픽을 거쳐 장애인올림픽대회에 수영 국가대표로 4년 연속 출전했지요. 운동선수로 또 장애인체육지도자로 생활할 때는 정부 장애인체육 정책에 불만이 많았는데 이제 제가 직접 정책을 담당하면서 매일 긴장 속에 정말 보람 있는 일을 하고 있어요.”
장애인스포츠강좌이용권은 장애인도 비장애인 스포츠시설을 이용할 수 있도록 가맹계약(1500여 곳)을 맺고 정부가 8~10개월 이용권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2021년에는 6000명가량이 이용했다. “코로나19 대유행 상황에서도 전국을 돌며 장애인 체육시설 건립과 스포츠강좌이용권 가맹점 확충을 위해 정책포럼도 열고 현장 사람들을 설득하고 바쁘게 보낸 한 해였네요.”
특히 이번 바레인 아시아장애청소년경기대회 기간에 국제패럴림픽위원회(IPC) 집행위원(총 15명)을 뽑는 선거가 있었다.
“제가 현지에 가서 투표권을 행사하는 아시아패럴림픽 위원들에게 우리 후보(정재준 대한장애인체육회 부회장)를 뽑아달라고 설득하는 작업을 벌였어요. 정부의 장애인체육담당 과장이 적극 활동하는 것을 보고 쿠웨이트·바레인·이집트·홍콩 쪽 위원들이 ‘다른 나라에선 패럴림픽 집행위원장 선출에 정부가 나서는 일이 드문데 한국은 정부 당국자가 직접 와서 지원하는 걸 보니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어요.”
용 과장은 10여 년 전 한국체육대학에서 장애인체육정책 관련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오래전부터 더 많은 장애인이 체육활동을 통해 신체장애를 극복할 수 있도록 돕는 정책을 펼쳐보고 싶었지요.”
반다비체육센터 예산은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부지 제공, 건축물 시공 등에 서로 매칭하는 방식으로 조성된다.
“전국 시군구가 228개인데 2022년에 70곳이 완공되면 150곳 정도 더 지어야 합니다. 총 2조 원가량이 들 것 같아요. 일부 지자체에선 장애인 체육센터 건립이 우선순위에서 일반인 체육시설에 밀려나고 있어요. 여러 지자체 단체장이 장애인 체육시설에 더 적극적으로 많은 관심을 쏟으면 좋겠어요.”

▶구현영 법의관
국가기관 부검 역량 강화에 큰 역할
구현영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법의관
구현영(50) 국립과학수사연구원(행정안전부 소속) 법의관(과장급)은 2019년 10월 이 개방형 직위에 공모해 임용됐다. 연세대 의대를 나와 서울아산병원 병리학 전공의를 거쳐 의학검사전문 민간기업 ‘랩지노믹스’에서 12년가량 일하다 직업공무원으로 변신했다.
그는 코로나19 예방접종 후 심근염 사망 등 주요 사건에서 병리 소견을 정리·전파하고 전국 법의관을 대상으로 고난도 병리 소견 자문에 응하는 등 국가기관의 부검 역량을 강화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코로나19 예방접종 후 사망자도 일반 사망사건처럼 담당법의관이 부검하고 추가적인 검토와 의견이 필요한 사건은 제가 사인 판명에 관한 소견을 제시합니다. 약물검사나 유전자검사 등으로 간단히 해결할 수 없으면 일종의 조직검사인 고난도 병리검사를 하지요.”
그는 조직병리실에서 병리 슬라이드 품질관리를 크게 개선시켜 병리 감정의 질적 수준을 향상시켰다.
“사망자 신체에서 조금 떼어낸 조직을 슬라이드로 만들어 현미경으로 감정하는데 판독할 때 관건은 그 조직에 변성이 일어나는 것을 막고 슬라이드의 품질을 일정하게 유지해야 하는 일이죠. 제가 국과수에 와서 좀 더 본격적으로 그 품질 유지 노력을 기울였어요.”
그는 또 “우리나라는 법의학 전공자가 적은 편이고 고생스러운 일이지만 민간 병원과 달리 전문직 공무원으로 새로운 일을 하는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특히 구현영 법의관은 “코로나19 예방접종 후 심근염 등으로 사망했다는 얘기가 많은데 부검 감정을 해보면 백신과 연관성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모든 약품이 그렇듯 어떤 백신이라도 부작용이 전혀 없을 순 없는데 그 부작용도 대부분은 회복된다. 반면에 예방접종을 하지 않아 감염되면 더 힘든 중증으로 발전해 위험해진다”고 말했다.
조계완 기자
기업인·교수·연구원 등 다양한 민간 전문가 임용
정부는 공직의 전문성과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공직 내외부에서 공개모집 경쟁을 통해 선발하는 ‘개방형 직위’ 제도를 2000년부터 도입해 운영 중이다. 각 부처의 개방형 직위에서 민간 출신 임용자는 2021년 12월 말 현재 215명(전체 475개 개방형 직위의 45.3%)이다.
기업인·대학교수·언론인·연구원 출신 등 다양한 전문가가 임용돼 있다. 2021년에도 신기술·신산업 분야에서 산업통상자원부 미래자동차산업과장, 질병관리청 헬스케어인공지능연구과장 등에 민간 인재 53명을 신규 선발·임용했다.
개방형 직위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면서 선발 전형의 평균 경쟁률은 2014년 5.8:1에서 2020년 13.3:1로, 민간인 응시율은 같은 기간 61%에서 73.5%로 높아졌다. 민간인 임용률은 2014년 14.9%(64명), 2017년 41.4%(184명), 2020년 44.3%(208명)이다.
2014년부터는 부처별 선발이 아니라 독립적인 별도의 ‘중앙선발시험위원회’에서 주관한다. 2015년부터는 민간인에게만 개방하는 ‘경력개방형 직위’도 도입했다. 기본 임기는 채용일로부터 3년이고 성과가 우수하면 총 5년의 범위 안에서 연장이 가능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