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5월 11일 서울 용산 대통령 집무실에 출근한 뒤 청사 사무실을 순방하고 있다.│대통령실사진기자단
새로운 소통 용산 시대 개막의 의미
5월 10일, 윤석열 대통령 취임 직후 대통령 집무실이 용산으로 이전돼 ‘대통령실 용산 시대’가 열렸다. 윤 대통령은 취임 당일 오후부터 국방부 청사에 마련된 새 집무실에서 업무를 개시했다. 기존 청와대는 곧바로 일반 시민들에게 전면 개방됐다. ‘광화문 대통령실 시대’가 막을 내리고 ‘용산 시대’가 개막한 것이다. 근현대 150년 격변의 용산은 대한민국 현대사를 그대로 압축해놓은 듯한 땅이다.
용산역사박물관에 따르면 용산은 철도망을 매개로 한반도 곳곳을 연결하는 철도·상업도시, 이태원동·한남동 등 외국인 거주지를 비롯한 국제도시, 용산전자상가를 대표로 하는 기술도시, 근현대사 문화를 품고 있는 문화도시다. 상업·국제·기술·문화 속에 이제는 전체 330만㎡(100만 평)가량 규모로 탁 트일 용산공원 일대에 정치도시(대통령실) 면모까지 갖추게 됐다. 공원을 산책하면서 대통령 집무실 풍경을 구경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윤 대통령은 앞서 4월 20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국금융연수원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집무실 이전과 관련해 “공간이 의식을 지배한다”며 거듭 ‘제왕적 대통령제 종식’과 ‘국민 소통’을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당시 “역대 정부에서 대통령 집무실 이전 시도가 번번이 좌절된 경험에 비춰보더라도 충분히 알 수 있다. 또다시 국민과 약속을 저버린다면 다음 대통령 누구도 이것을 새로이 시도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국민과 약속을 실천하고자 하는 저의 의지를 국민 여러분께서 헤아려 주실 것을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윤석열정부의 대통령실 용산 이전으로 용산은 ‘주한 미8군 기지 금단의 땅’에서 정치 1번지로 변모하게 됐다. 윤석열 대통령이 3월 20일 대통령 집무실의 용산 이전을 공식화한 이후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 계획은 본궤도에 올라 진행됐다. 10층짜리 용산 국방부 본관(신청사) 건물의 1∼5층에 대통령 집무실, 비서실을 포함한 주요 보좌관 사무실, 경호처, 기자실 등이 배치됐다.
6층 이상은 민관합동위원회 사무국과 회의실 등이 입주했다. 6월쯤 국방부 청사로 대통령 집무실과 기자실 등을 이전하는 작업이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된다. 기존 청와대 경내 배치 구조는 대통령 집무실이 있는 본관과 비서실(여민관), 기자실에 해당하는 춘추관 등이 모두 별개 동으로 떨어져 있었다.

외빈 환영 만찬 여는 ‘간이 영빈관’도 마련
윤 대통령은 국방부 청사 2층의 주 집무실과 5층의 보조 집무실을 오가며 일한다. 5층 집무실은 애초 2층 공사가 늦어지면서 취임 직후 임시로 사용하려고 마련한 공간이지만 6월경 주 집무실이 완공된 후에도 유지하기로 했다.
양쪽 집무실 모두 회의실과 접견실을 갖추고 있다. 2층은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 사무실과 부속실, 경호처 관계자들이 쓰는 일부를 빼면 전부 대통령 업무 공간으로 꾸며졌다. 국무회의나 수석보좌관 회의 등이 2층에서 열릴 것으로 보인다.
2층에는 최대 200명이 들어갈 수 있는 대규모 시설을 마련했다. 외빈을 위한 환영 만찬을 여는 등 ‘간이 영빈관’ 기능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5층에는 대통령 집무실과 비서실장실, 국가안보실장실, 경호처장실을 비롯해 5명의 수석비서관실이 나란히 늘어서 있다. 대통령 집무실을 수시로 오가며 소통할 수 있도록 한 배치라고 볼 수 있다.
나머지 층에는 비서실, 경호처, 민관 합동위원회가 골고루 배치됐다. 이동식 칸막이로 언제든지 공간을 조정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같은 건물 지하 2·3층에는 국가위기관리센터가 설치됐다. 각종 재난 등에 신속히 대응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추고 있다.
윤 대통령은 집무실 이전을 공약하며 “대한민국 최고의 공무원들과 최고의 민간 인재들이 하나로 뒤섞여 일하는 곳으로 대통령실이 확 바뀔 것”이라고 강조했다. 분야별 민관 합동위원회를 통해 외국인을 포함한 민간 전문가들에게 문호를 개방하고 국가적 의제를 발굴하도록 하겠다는 구상이다.
대통령과 국민 거리 더욱 가까워져
윤 대통령이 권위적인 대통령의 모습을 내려놓고 국민과 소통을 목적으로 집무실 이전을 추진한 만큼 집무실 이전은 새로 열릴 용산 시대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
경호 체계도 획기적으로 바뀐다. 대통령과 일반 국민의 분리·차단을 목표로 하던 기존 경호 방식에서 탈피해 무장한 경호원의 모습조차 보이지 않는 ‘열린 경호’를 도입한다. 대통령과 국민의 거리를 더욱 가깝게 하겠다는 취지에서다.
집무실은 용산공원 쪽으로 방향을 잡아서 집무 중에 공원을 거니는 시민들을 바라볼 수 있는 구조를 염두에 두고 있다. 시민들이 집무실에서 일하는 대통령의 모습을 공원에서 볼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시민들이 철제 담장 사이로 대통령 집무실 건물을 볼 수 있는 미국 백악관 집무동 ‘웨스트 윙’의 수평적 구조를 연상케 한다.
조계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