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1월 25일 순방 후 첫 국무회의를 주재했다. 윤 대통령은 아랍에미리트(UAE)와 스위스 다보스포럼에 참석한 것으로 발언을 시작했다. 윤 대통령은 첫 해외 순방의 성공은 100개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들과 동행해 전방위적인 세일즈 외교를 한 덕분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이번 UAE 방문은 수교 이래 첫 번째 국빈 방문이자 모하메드 빈 자이드 알 나하얀 대통령의 취임 후 첫 번째 국빈 초청으로 그 의미가 각별하다고 소회를 밝혔다.
UAE 국부펀드의 300억 달러(약 40조 원) 투자 유치는 UAE가 어느 나라와도 맺지 않은 압도적이고 전례없는 규모라고 소개하며 원자력·에너지·방산 등 전통적인 협력 분야는 물론 수소·바이오·스마트팜·디지털 전환·메타버스 등 미래 성장동력까지 50여 건에 달하는 협력 약정과 계약을 체결했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모하메드 대통령이 양국의 원전 협력 사업이 전 세계적인 모범이 됐다고 밝혔다”면서 “신뢰를 바탕으로 형제국인 UAE와 함께 바라카 원전의 성공을 토대로 추가적인 원전 협력과 제3국 공동 진출도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탈원전 정책으로 붕괴 위기에 처한 국내 원전 생태계를 빠르게 복원하고 원전 산업이 다시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게 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나눈 것이다. 윤 대통령은 함께 동행해준 기업인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면서 “이번 순방 결과가 양국 간의 두터운 신뢰 위에서 제2의 중동 붐을 일으킬 수 있도록 철저히 준비해나가야 한다. 저부터 대한민국 1호 영업사원으로 신발이 닳도록 뛰고 또 뛰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윤 대통령은 국무회의나 부처 업무보고 회의에서 모든 부처가 경제부처, 산업부처라는 인식을 가지고 일해야 한다고 말하며 “국무위원 한 사람 한 사람 모두 다 이 나라의 영업사원이라는 각오로 뛰어주기를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한국·UAE 투자 협력 플랫폼 구축’ 주문
윤 대통령은 “글로벌 CEO들과 간담회에서도 안심하고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나가고 있는 우리 정부의 의지를 밝히고 한국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를 당부했다”고 말하고 “글로벌 CEO들에게 제 사무실은 언제나 열려 있으니 한국을 방문할 때 편하게 찾아달라고 했고 한국 투자의 애로사항에 대해서도 대통령에게 기탄없이 얘기해달라고 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윤 대통령은 국무위원들에게도 외국 기업 CEO들의 방문을 바쁘더라도 자주 이뤄지게 해주고 그들의 사업상 애로사항을 많이 경청해주길 당부했다. 또 “규제, 노동 등 이런 모든 시스템에서 글로벌 스탠더드에 우리 제도를 정합시켜 나가지 않으면 우리나라에 투자도 하지 않을 것이고 또 국제시장에서 우리 기업이 경쟁을 하기가 어렵다”며 대한민국을 세계 최고의 혁신허브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순방 관련 신속한 후속조치도 당부했다. “관계부처는 한국·UAE 투자 협력 플랫폼 구축 등 국부펀드 투자와 관련된 후속조치를 신속하게 진행할 것”을 주문하고 “빠른 시일 내에 수출전략회의와 규제혁신전략회의를 통해서 이 사안을 직접 챙기겠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총성 없는 경제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글로벌 시장에서 기업이 혼자 싸우도록 놔둘 수가 없다”고 말하고 안보, 경제, 첨단기술에 관한 협력이 각 국가들 사이에서 패키지로 운영되면서 정부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함을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정부와 민간이 한몸이 돼 뛸 수 있도록 모두 함께 노력해나가야 한다면서 “첫째도 경제, 둘째도 경제, 셋째도 경제다. 복합 위기를 돌파하고 대한민국의 새로운 도약을 위해 모든 역량을 결집하자”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설 명절 직전 화재로 삶의 터전을 잃은 서울 강남구 구룡마을 주민들에게 깊은 위로의 마음을 전하며 “관계부처는 이재민들이 조속히 일상으로 회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달라”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글로벌 스탠더드’로 정부 시스템 바꾸자
윤 대통령은 국무회의 마무리 발언을 통해 “2023년엔 국가 정상화, 일류국가를 위한 ‘글로벌 스탠더드’로 정부 시스템을 바꿔나가자”며 “과학 기반의 국정운영”을 당부했다. “우리나라를 정상화시켜서 한번 좋은 나라로 만들어보자는 국민들의 여망이 모아져, 그 국민들 손에 의해 우리 정부가 만들어진 것”이라고 강조하고 “국가 정상화란 이 나라를 일류국가로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윤 대통령은 “해외에 나가보니 어떤 열악한 환경에서도 우리 국민들은 대단한 성과를 냈다. 이러한 국민들의 역량으로 정부가 일류국가를 만들지 못하면 그것이 비정상”이라며 “조급하게 미시적인 제도들을 만들거나 바꾸기보다는 체인지 싱킹(Change Thinking), 생각 바꾸기가 시작점이 돼야 한다. 국무위원들이 타성에 젖지 않고 일류국가들의 시스템, 소위 ‘글로벌 스탠더드’로 제도와 시스템을 바꾼다면 우리나라는 자연스럽게 초일류국가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합리적인 과학에 기반한 의사결정과 국정운영”을 주문했다.
윤 대통령은 특히 “‘글로벌 스탠더드’란 시장에서 만들어지는 것으로 우리나라가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해서는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지식시장, 즉 전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인재가 모여 경쟁하고 가장 좋은 것이 선택되는 시스템이 정착돼 있는 미국 등의 사례를 국무위원들이 연구하고 점검하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윤 대통령은 “우리 사회의 갈등 해소를 위해서는 도약과 비약적인 경제성장이 필수적이며 이는 과학기술로 가능함을 각 국무위원이 인식해달라”고 전했다. “우리나라가 글로벌 국가와 기업으로부터 인정받고 투자를 유치하는 것은 우리의 과학기술과 이를 만들어내는 인재공급 시스템 덕분”이라면서 “순방 후 첫 일정으로 소장 과학자들과 오찬을 한 것도 앞으로 전공 분야를 선택할 신진 연구자들과 미래 세대에게 자극을 주고 정부도 많은 뒷받침을 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주기 위해서였다”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마지막으로 “UAE가 국부펀드를 투자하게 되면 기업의 아시아 본부 등 민간도 따라 들어오게 될 것”이라며 “한·UAE 투자 협력 플랫폼을 구축해나갈 때 많은 부처와 기업들이 참여하게 될 것이다. 부처는 규제개혁 등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춰 과감하게 개방하고 준비해달라”고 당부했다.
권민희 기자
“과학기술 육성은 결국 사람을 기르는 것”
과학기술 영 리더와의 대화
윤석열 대통령은 귀국 후 첫 일정으로 1월 24일 용산 대통령실 누리홀에서 ‘과학기술 영 리더와의 대화’ 시간을 가졌다.
오찬과 함께 진행된 이번 대화는 아랍에미리트(UAE)·스위스 순방 후속조치 차원에서 진행됐으며 ‘미래비전 두바이 포럼’ 및 ‘스위스 연방공과대학 양자과학기술 석학과의 대화’ 등 과학기술 분야 순방 성과를 설명하고 향후 유망한 과학기술 각 분야의 정책방향에 대해 젊은 연구자들과 의견을 나누기 위해 마련됐다.
이날 행사에는 ▲AI(전병곤 서울대 교수, 김선주 연세대 교수) ▲우주(윤효상 KAIST 교수) ▲첨단바이오(윤태영 서울대 교수, 우재성 고려대 교수) ▲양자(손영익 KAIST 교수) 분야 유망연구자 6명이 참석했다.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과 이우일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부의장도 참석해 과학기술의 미래 발전 방향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윤 대통령은 분야별로 정부가 무엇을 어떻게 지원하는 것이 그 분야의 경쟁력을 확보하는 방안인지 물었고 참석자들 모두 인력의 중요성을 첫 번째로 꼽았다.
이를 위해 우수 인력들이 모일 수 있는 해외 우수 연구기관을 유치하고 기업의 직접적인 수요가 없는 연구 분야에 대해서는 석·박사급 우수 연구 인력들이 연구를 지속할 수 있는 새로운 연구기관 설립 등에 대한 의견이 제시됐다.
윤 대통령은 “과학기술을 육성한다는 것은 결국 사람을 기르는 것이 핵심”이라며 “국가의 자산은 국민이며 국민의 실력이다. 석유로 들어온 천문학적인 돈으로 인재를 가르쳐야 한다”는 모하메드 빈 자이드 알 나하얀 UAE 대통령의 발언을 소개하기도 했다.
이어 “자라나는 세대에게 과학적 사고를 주문하기 위해서라도 해괴한 논리나 이념이 아닌 과학에 기반한 정부의 의사결정이 제일 중요하다. 특히 사람을 기르고 인재를 키우는 것이 미래 과학기술 전략의 요체”라면서 “과학기술 육성과 함께 연구자들이 기초과학과 응용기술에 인생을 걸 수 있도록 보상시스템과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미국 등 주요국과 분야별로 각자 역할을 분담하고 이를 통해 인재를 양성하고 높은 가치를 창출하는 국제 협력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국가 연구개발(R&D) 자금이 제대로 집행돼 구체적 성과가 나올 수 있도록 개선해나갈 것을 이종호 장관에게 요청했다.
윤 대통령은 “과학기술은 안보, 경제 등 모든 분야의 출발점”이라며 “우리가 가장 잘할 수 있는 분야를 선택해 집중 지원하고 키워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참석한 과학자들과 지속적으로 소통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날 오찬은 예정된 90분을 넘어 두 시간 동안 진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