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통계청에 따르면 2021년을 기준으로 전국 인구의 50.4%는 수도권에 산다. 지역 내에서 창출된 생산물 가치의 합을 가리키는 전국 지역내총생산(GRDP)에서 수도권이 차지하는 비중은 52.8%다. 2020년 전체 근로자가 벌어들인 근로소득의 60%는 수도권에서 생성됐다.
모든 것이 수도권에 집중된 사회는 자연히 부작용을 불러올 수밖에 없다. 인구가 자꾸 유출돼 소멸될 위기에 처한 지방의 상황은 현재진행형이다. 한국고용정보원이 조사한 소멸위험지역은 해마다 늘어나 2022년을 기준으로 113곳에 달한다. 경남 통영시, 강원 속초시, 전남 여수시, 전북 군산시 같이 전국적으로 잘 알려진 도시도 소멸위험지역에 포함돼 있다. 윤석열정부가 6대 국정과제 중 하나로 추진하는 ‘지방시대’는 미룰 수 없는 시급한 문제다.
지역이 주도하는 자율적인 발전
윤석열정부의 ‘살기 좋은 지방시대’가 어떻게 추진될지 2022년 12월 15일 윤석열 대통령이 주재한 제1차 국정과제 점검회의에서 제시됐다.
이 자리에서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지방특별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하고 있는 김헌영 강원대 교수는 “지역 대학이 위기를 맞고 있다”며 “지역 대학의 위기는 지역 사회와 지역 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방 소멸을 막고 지역 대학의 위기를 극복하고 지역 균형발전으로 국가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한 첫 단계는 바로 지방 대학을 지원하고 육성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도 “교육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기업은 사람을 따라가고 사람은 정주 환경을 따라가는데 그중 제일 중요한 게 학교”라는 얘기다. 실제로 윤 대통령은 2월 1일 박정희 전 대통령이 설립한 경북 구미 금오공과대학교에서 진행된 제1차 인재양성전략회의를 주재하면서 “지역 대학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며 “외국 주요 도시들도 정보기술(IT), 바이오, 디자인 중심 첨단산업을 집중 육성해서 지역 소멸위기를 극복하고 활력을 되찾은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이런 인식을 바탕으로 정부는 장차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RISE)를 구축할 계획이다. RISE에서는 지방자치단체가 각자 지역 발전에 맞게 대학을 지원할 수 있도록 예산과 권한을 위임받는다. 교육부 대학재정지원사업 예산의 50% 이상을 2025년부터 지자체 관할로 넘기는데 그 규모가 2조 원가량 될 전망이다. 교육부는 2023년부터 2년간 다섯 개 내외 광역지자체를 RISE 사업 시범지역으로 선정할 예정이다.
이처럼 윤석열정부의 지방시대는 수치상으로만 균형을 맞추는 데 그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자유와 공정’이라는 가치다. 지역의 역량을 극대화하려면 자율적 발전이 필요하다. 중앙정부의 일방향적인 정책 지도만으로는 할 수 없는 일이다.
지방정부에 권한을 적극적으로 이양하겠다는 생각도 여기에서 비롯된 것이다. 국정과제 점검회의에서 윤 대통령은 미국의 주지사들이 국내 기업 투자유치를 위해 용산 대통령실을 방문한다는 얘기를 하며 “우리나라 시·도지사들은 왜 그렇게 못하나 생각을 해봤다”는 질문을 던졌다. 그리고는 “연방정부의 권한 분배와 우리나라의 중앙과 광역 지방정부와의 권한 분배가 차이가 많다고 느꼈다”고 분석했다. 즉 지방분권은 지방시대를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지방의 자치입법권·자치조직권·자치인사권·자치재정권 등을 강화시킨다는 것이 정부의 계획이다.

과학기술과 디지털 역량이 뒷받침돼야
기회발전특구는 같은 맥락에서 도입될 정책이다. 기회발전특구는 대규모 투자를 유치하려는 지역에 적용될 각종 지원을 묶은 것이다. 기회발전특구 내에서는 과감한 인센티브가 주어지고 특례가 적용된다. 이를 테면 투자 단계에서는 양도세와 취득세·재산세를, 운영 단계에서는 법인세를 감면해준다. 중앙정부는 한발 물러서 있는 대신 지방정부가 주도적으로 지원책을 기획한다. 우동기 국가균형발전위원장이 국정과제 점검회의에서 “기회발전특구를 조속히 추진하겠다”고 밝힌 이후 진행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기 전에 여러 지자체가 유치하겠다고 나서는 상황이다.
무엇보다 지방시대의 근간은 과학기술과 디지털 역량을 발전시키는 데 있어야 한다는 것이 윤석열정부의 방침이다. 우동기 위원장은 “지방의 디지털 역량을 높이고 인공지능 생태계를 조성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단지 산업을 이끌어오는 것뿐 아니라 기술 접근성을 강화하고 디지털 역량을 키워야 근본적인 발전을 이뤄낼 수 있다는 얘기다.
윤 대통령 역시 인재양성전략회의에서 “과학기술 없는 지방시대라고 하는 것은 공허한 얘기”라며 4차 산업혁명 시기에 “문제를 찾고 해결하는 창의적인 인재를 많이 길러내는 것에 국가의 미래가 달렸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지역 대학, 지역 산업체 그리고 지방정부가 서로 머리를 맞대서 지역의 강점, 비교우위와 성장동력을 찾아내서 힘을 모을 때 진정한 지방시대를 열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
김효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