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 나왔는데 공부를 또 해?”라고 묻는다면 곤란하다. 과거 학문 자체를 평생 업으로 삼기 위해 대학교 이후의 과정으로 대학원에 진학했다면 지금은 세상이 달라졌다. 여전히 교수나 전문 연구기관의 학자로 살아가기 위해 대학원을 다니기도 하지만 사람들의 관심사 자체가 다양해졌기 때문이다. 공부를 할수록 갈증을 느끼거나 자신이 맡은 업무에서 더 인정받고자 자기계발 차원에서 진학하는 사람이 늘었다. 전문지식과 기술을 갖춘 고급인력을 필요로 하는 사회적 요구도 커졌다. 대학원에 진학하면 일방적으로 강의를 듣던 학부 때와는 달리 스스로 주제를 발굴하고 연구를 진행한다. 그러다 보니 각자의 영역에서 고민이 깊어진다. 학부 때와 보는 관점도 달라진다. 전공 분야에 따라 저마다 필요한 개선 방향에 대해 들어봤다.
◀ 사람과 사람 사이의 상담, 꼭 필요한 자연스러운 과정
최근 4차 산업혁명을 말하며 기계의 영역이 늘어난다고 하지만 아무리 기계가 발달해도 기계가 커버할 수 없는 사람의 감정 영역이 있다고 생각해요. 사람과 사람이 만나 이야기하면 말할 때의 행동, 표정 등 비언어적 영역을 통해 공감하는 측면이 크잖아요. 그래서 상담이 사람에게 주는 힘도 큰 것 같아요. 제가 특히 관심을 갖는 분야는 청소년 상담이에요. 청소년의 이상행동 문제가 발생했을 때 사람들은 아이가 왜 이런 행동을 하는지보다 행위 자체만 보고 아이를 판단하는 경향이 있어요. 정서적 행동의 원인과 계기를 연관 지어 바라봐야 하는데 말이죠. 갈수록 청소년들의 개인주의가 심화되고 여유가 사라지고 있는 추세라 심리·상담 분야의 중요성이 강조될 거예요. 그런데 상담의 중요성에 비해 그에 대한 인식은 아직 낮은 수준이라 안타까워요. 사람은 누구나 일상에서 치유가 필요한 시점이 발생할 수 있어요. 상담을 찾는 사람의 성격이 이상하거나 문제가 있다고 바라보는 시선은 정작 상담이 필요한 사람의 접근성을 떨어뜨려 문제를 심화시켜요. 상담에 열린 사회가 되어 문턱을 낮추고 양적으로 확대되길 바라요.
성기태(28) 교육상담 석사과정
▶ 정말 필요한 사람에게 적절한 주택이 돌아가야
대학원에서 정책을 전공하고 있어요. 관심 분야는 주거 문제예요. 우리나라 주택 정책은 공급이 양적으로 완화되고 있고 주택의 배분을 중요시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생각해요. 집을 한 채도 보유하지 못한 사람이 늘어나는 만큼 집을 다수 보유한 사람도 늘어나고 있어요. 주택 공급이 건설을 통해 양을 늘리는 측면이라면 이제는 주택이 필요한 실수요자에게 적절하게 돌아가고 있는지가 더 큰 문제가 된 거예요. 그런데 주택 가격 자체가 너무 높게 형성된 상황이라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참 어렵네요. 최근 나온 부동산 대책들을 보면 다주택 보유자에게 세금을 가중시키고 임대주택 공급을 늘려 배분 문제를 해결하는 데 집중하는 것 같아요. 이러한 대책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이 과정에서 임대주택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는 데도 관심을 가져야 할 것 같아요. 그동안 주택을 소유하는 데 치중하면서 주택을 갖지 못한 사람은 열등의식을 가지게 됐잖아요. 가장 중요한 문제는 집값의 현실화라고 생각하는데, 임대주택 외에도 다양한 주거 형태를 공급해서 정말 필요한 사람이 주택을 소유할 수 있게 대안을 모색하면 좋겠습니다.
백두산(34) 행정학 정책 전공 박사수료
▲ 아이 입장에서 사립유치원 문제 조속히 해결되길
지금은 내년도 유치원 입학을 준비하는 기간이에요. 다른 지역과 달리 서울시는 국공립, 사립을 포함해 유치원이 부족한 실정이에요. 유치원 입학에 실패한 아이들은 차선책으로 영어유치원이나 사설학원으로 가는데 이런 학원들은 학비가 월 100만 원 내외예요. 자녀가 둘 이상이면 더 심각하죠. 만 3세가 되는 자녀가 있는 맞벌이 부부는 노심초사할 수밖에 없어요. 그런데 최근 사립유치원 문제로 학부모들의 불안감이 가중되고 있어요. 정부가 국공립유치원 확대를 제시하고 있는데 유아교육을 전공하는 학생 입장에서는 좋아요. 국공립유치원 교사 자리가 늘어나고 학부모들의 교육비 부담이 줄어드니까요. 동시에 증세와 부족한 운영 공간을 풀어가는 문제가 남아 있어 걱정이 돼요. 가장 중요한 건 아이 입장에서 생각해보는 게 아닐까 싶어요. 아이는 국공립이든 사립이든 관계없어요. 그저 배우고 놀기 좋은 환경에서 좋은 선생님과 친구들이 있으면 돼요. 정부와 사립유치원 양측이 아이를 위하는 마음으로 하루빨리 갈등을 봉합했으면 좋겠어요.
신동진(31) 유아교육학과 박사과정 (좌)
▲▲ 규제 혁신으로 창의적 기업 경쟁력 확보했으면
클라우스 슈밥 세계경제포럼 회장은 4차 산업혁명에 대해 큰 물고기가 작은 물고기를 잡아먹는 시대가 아니라 빠른 물고기가 큰 물고기를 잡아먹는 시대가 될 거라고 했어요. 4차 산업혁명은 보다 혁신적인 ICT 기술에 인문학과 경영학이 결합되고 융합돼야 만들어질 수 있어요. 기업들이 전통적인 경영기법만으로는 치열한 경쟁 환경에서 생존하기 힘들어진 거죠. 초일류 기업이라 불리는 페이스북, 알리바바, 구글 같은 기업들도 ICT 기술을 기반으로 기술과 경영을 결합하고 접목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잖아요. 그런데 우리의 제도 개선은 시시각각 변화하는 시대를 담아내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요. 새로운 형태의 창업을 하려고 해도 기존 잣대로 산업을 바라보는 관행 때문에 우리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경쟁력을 잃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교육과정에서 창의성을 강조하지만 정작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도록 기업 환경을 조성할 필요가 있어요.
안창범(25) 경영학과 전략·국제경영 전공 석사과정 (우)
▲ 남북 신뢰 진전에 걸맞은 평가 있어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서울 답방이 관심을 모으고 있는 상황이잖아요. 지금까지 북한 지도자가 남한에 온 일이 한 번도 없어요. 그동안의 정상회담이 주로 북한에서 이뤄진 건 상호 신뢰가 부족했기 때문이라 생각해요. 안전이나 경호는 부차적인 문제죠. 북한 지도자가 남한에 오는 건 기본적인 신뢰가 진전됐기 때문이에요. 훗날 역사적으로 이 순간을 평가하면 엄청난 일이 벌어지는 건데 국내 상황들로 인해 그만한 평가를 받지 못하는 것 같아 아쉬워요. 만약 김 위원장이 올해 남한을 방문하면 네 번째 남북정상회담이 이뤄지는 건데 그만큼 정상 간의 만남이 일상화되는 개념이에요. 참 고무적인 부분이죠. 생각해보세요. 지난해만 해도 한반도는 전쟁위기설이 퍼졌어요. 그런데 지금은 남북이 자주 만나 합의를 이루고 잃어버렸던 평화를 되찾고 있잖아요. 남북관계 개선은 우리 사회에 이바지하는 바도 크고 내 삶에도 도움이 되는 거예요. 아울러 전공자 입장에서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북한 문제에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현재 북한 연구는 주로 인문사회 분야에서 이뤄지고 있는데 이공계 전공자들도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해요. 향후 남북관계가 발전하면 철도, 도로, 건축 등 인프라 개선에 이공계 전공자들의 역할이 커질 거예요. 남북경협이나 통일 관점에서 바라보면 대부분의 영역에서 접근이 필요할 텐데 지금부터 다양한 분야의 전공자가 북한 문제에 관심을 두고 연구에 참여하면 시행착오를 줄이면서 좋은 결과를 이뤄낼 거라 생각해요.
이구(35) 동북아학과 북한개발협력 전공 박사수료
▼ 남북경협 새로운 패러다임 전환 필요
최근 북한의 시장화가 예상을 뛰어넘는 속도로 확대되고 있어요. 북한의 시장화 확산으로 북한 주민들도 이전과 달리 시장경제를 통해 의식주를 해결하는 새로운 형태의 삶을 살고 있다고 해요. 이러한 상황에서 비핵화 등 군사문제가 해결되고 대북 제재가 풀린다면 북한은 본격적인 개혁·개방의 길로 나아갈 가능성이 많아요. 중국과 베트남형의 시장사회주의로 경제체제가 전환하게 되는 것이죠. 더욱이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이 이뤄지면서 북한 개발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잖아요. 남북경협의 추진 방식도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남북 교역이 본격화되면 개성공단 입주기업과 공단 외부의 북한 기업 등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어요. 특히 개성공단에 적지 않은 기존 인프라가 있는 셈이니 정부의 대북정책인 신경제 구상과 개성공단을 확대 연계해 환황해 벨트를 추진해갔으면 해요. 이때 필요한 건 정경분리예요. 그동안 정치·군사적으로 문제가 생기면 경제 영역이 가장 먼저 닫혔잖아요. 남북관계가 좋아지면 정경분리를 어떻게 추진해나갈 건지 정부가 깊은 고민을 했으면 좋겠어요.
선슬기(27) 동북아학과 북한개발협력 전공 석사과정
선수현 위클리 공감 기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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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