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맘때 서울 청계천에 가면 새하얀 조팝나무 가지들이 너울거리는 것을 볼 수 있다. 4~5월 도로변 산기슭이나 언덕에서 흰구름처럼 뭉게뭉게 핀 꽃이 있다면 조팝나무꽃일 가능성이 높다.
조팝나무는 우리나라 전역의 산과 들에서 흔히 자라는 나무다. 키가 1~2m 정도이며 봄에 잎보다 먼저 4~6송이씩 작은 꽃들이 우산 모양으로 달린다. 작은 꽃마다 다섯 장의 꽃잎과 노란 꽃술이 있다.
흰색의 작은 꽃이 다닥다닥 피어 있는 가지들이 모여 봄바람에 살랑거리기 때문에 멀리서 보면 흰구름이나 솜뭉치 같다. 봄에 시골길을 가다보면 산기슭은 물론 밭둑에도 무더기로 피어 있고 낮은 담장이나 울타리를 따라 심어놓기도 했다.
풍성한 꽃이 보기 좋아 공원에 심어놓은 것도 흔히 볼 수 있다.
조팝나무라는 이름은 하얀 꽃잎에 노란 꽃술이 박힌 것이 좁쌀로 지은 조밥 같다고 해서 붙여진 것이다. 영어로는 ‘신부의 화관(bridal wreath)’이라는 멋진 이름을 가졌다. 그러고보니 조팝나무꽃을 보고 하얀 드레스를 입은 5월의 신부를 연상할 수도 있겠다.
바람이 불 때 조팝나무꽃 향기는 발걸음을 멈추게 할 정도로 상쾌하다. 중견작가 이혜경의 단편 ‘피아간’에는 주인공이 ‘야산 어귀엔 조팝나무가 축복처럼 하얀 꽃을 피워내고 있는’ 봄날, 장애인 시설에 동행해준 남자친구에게 조팝나무꽃 향기를 선물하는 장면이 있다.
조팝나무는 인류에게 매우 고마운 식물이다. 전 세계 인구가 하루 1억 알 넘게 먹는다는 진통제 ‘아스피린’은 아세틸살리실산이라는 물질로 만드는데 이 성분이 바로 조팝나무에 들어 있다. 1890년대 독일 제약회사 바이엘은 조팝나무 추출물질을 정제해 ‘아스피린’을 만들었다. ‘아스피린’이라는 이름은 조팝나무의 속명(屬名) ‘스파이리어(Spiraea)’와 아세틸의 머리글자인 ‘아’를 붙여 만든 것이다.
글·사진 김민철
야생화와 문학을 사랑하는 일간지 기자. 저서로 ‘꽃으로 박완서를 읽다’, ‘문학 속에 핀 꽃들’, ‘문학이 사랑한 꽃들’ 등 다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