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사한 봄을 즐기면서도 다가올 여름, 온몸 구석구석 쌓여 있는 군살에 신경이 쓰이는 시기입니다. 몸에 지방이 많이 쌓이면 몸도 무겁지만 건강에도 적신호가 켜지는데요. 지방이 불어나는 만큼 몸 안 염증도 늘어나고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과 같은 질환으로 발전하게 됩니다. 이러한 질환들은 고칼로리의 음식을 먹고 몸을 움직일 일이 별로 없는 현대인들에게 너무 흔한 질환들이다보니 ‘성인병’이라고도 불리는데요. 요즘에는 어려서부터 과체중, 비만인 경우가 많아 병이 시작되는 연령대가 점점 낮아지는 추세입니다.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과 같은 질환들의 특징은 평소 증상이 없다는 점이에요. 그러다보니 관리와 치료에 소홀해지는데 증상이 나타났을 때는 안타깝게도 동맥경화증, 협심증, 뇌출혈 등의 심혈관 합병증이 이미 발생한 경우가 많습니다. 증상이 없을 때 꾸준히 치료하고 식이 변화와 운동을 통해 몸 안 지방을 줄여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답니다.
도로가 막히면 차들이 원활하게 이동할 수 없는 것처럼 혈관에 동맥경화가 생기면 세포에 영양소와 산소를 전달해주는 혈액의 순환이 막히게 됩니다. 살을 빼는 것, 즉 체지방을 줄이는 것은 ‘심혈관 건강’이라는 좀 더 포괄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합니다.
체지방과 염증을 줄이고 혈관의 동맥경화를 예방하는 데 중요한 것 중 하나가 음식에서 ‘어떤 지방을 섭취하느냐’입니다. 가공식품이나 패스트푸드에 들어 있는 트랜스지방은 혈관벽의 염증을 증가시키고 동맥경화를 유발하는 가장 큰 주범이에요. 그래서 트랜스지방 섭취를 줄이는 것만으로도 체지방이 감소하고 혈관 건강에 큰 도움이 됩니다. 특히 과자, 빵, 쿠키, 냉동피자나 프렌치프라이 등에 많이 들어 있답니다. 식품 표시에 마가린이나 식물성 유지가 표시돼 있다면 트랜스지방이라고 보면 됩니다.
평소 좋아하는 음식들이 다 포함된다며 난색을 표하는 사람이 많지만 몸에 좋은 것을 더 챙겨 먹기보다 몸에 안 좋은 성분들을 줄이는 것이 체지방을 줄이고 심혈관 건강을 지키는 데는 훨씬 쉽고 효과적이에요. 바쁜 생활로 인해 간편식을 선호하게 되면서 트랜스지방 섭취량이 점점 늘어날 수밖에 없는데 조금이라도 덜 먹도록 노력하면 그만큼 몸은 달라집니다.
그러면 섭취하면 좋은 지방은 어떤 것일까요? 바로 오메가3와 같은 다중불포화지방이나 단일불포화지방과 같은 불포화지방입니다. 생선이나 해산물, 호두나 아몬드와 같은 다양한 견과류, 참깨, 들깨, 아보카도 등의 식품에 포함된 불포화지방은 염증을 줄이고 콜레스테롤을 낮추며 체지방을 줄이는 데 오히려 도움이 되는 지방입니다. 지방은 나쁜 것이라는 편견을 버리고 좋은 지방을 적극적으로 섭취하는 것이 건강에 득이 됩니다. 정제된 기름류나 보조제의 경우 산소와 열에 노출돼 상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되도록 이런 식품으로 섭취하는 게 더 안전합니다.
그중 보양재료의 대명사인 낙지는 칼로리는 낮고 좋은 지방인 오메가3 함량이 높은 고단백 식품입니다. 심혈관 건강에 도움이 되면서 체중 조절에 도움이 될 수 있어요. 뿐만 아니라 피로 해소에 효과적인 타우린이 풍부해요. 타우린은 간의 해독 작용을 도와주죠. 면역력을 높여주는 비타민B12, 아연과 같은 미네랄과 비타민도 풍부하답니다. 낙지는 주로 봄(3~5월)과 가을(9~11월)이 제철이에요. 특히 봄철의 낙지는 살이 통통하고 맛이 풍부해요. 해독에 도움이 되는 미나리, 다양한 채소와 함께 탕을 끓이면 풍부한 맛과 더불어 건강하고 근사한 요리가 됩니다.
이경미
가정의학과 전문의
차움 푸드테라피 ‘만성염증클리닉’ 및 차의과학대학교 교수로 약물·수술적 ‘치료’를 넘어 통합적인 ‘치유’를 돕는 새로운 길을 개척하고 있다. 저서로는 ‘하루 한끼 면역 밥상’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