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요 저요! 얼마나 무거운 역기를 들었어요?”
아이의 질문에 장미란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은 몸무게 30㎏인 남자아이와 26㎏인 여자아이를 앞으로 나오게 한 뒤 “여기 있는 남자아이 10명과 여자아이 1명을 합한 무게(인상, 용상 합계)만큼 들어 올렸어요”라고 답했다. 장 차관의 재치있는 설명에 체육관은 웃음소리로 가득 찼다.
장 차관이 3월 25일 경기 용인시 마성초등학교에서 초등학교 1학년 ‘늘봄학교’ 체육수업 일일 강사로 나섰다. 봄비가 내려 기온은 낮았지만 체육관의 열기는 뜨거웠다. 장 차관은 ‘공이 톡톡 재미 톡톡 신나는 배구 교실’ 수업에 참여했다. 체육학 박사이자 올림픽 역도 금메달리스트인 장 차관은 본격적인 수업 전에 학생들에게 준비운동을 직접 지도했다. 또 학생들과 직접 공을 주고받으며 배구의 기초를 가르치고 공과 친해지는 방법을 알려줬다. 수업이 끝난 후에는 찾아오는 학생들 모두에게 사인을 해줬다.
이번 수업에는 국가대표 출신인 남양초등학교(경기 화성시) 최광희 배구 감독과 IBK기업은행 알토스 소속 김희진 선수, 현대캐피탈 스카이워커스 소속 홍동선 선수도 일일 강사로 함께했다. 수업을 마친 뒤 장 차관은 마성초와 경기도 교육청 관계자를 만나 늘봄학교 체육 프로그램 운영에 대한 현장의 목소리를 들었다. 마성초 이은정 교장은 “학생들에게 선물 같은 하루를 선사해줘 고맙다”고 말했다.
장 차관은 “늘봄학교 체육 프로그램은 학생들의 학교 적응과 신체발달에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스포츠의 가치를 배우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며 “늘봄학교가 성공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앞으로도 체육과 문화예술 등 맞춤형 프로그램을 더욱 내실화하겠다”고 밝혔다.
초1 학부모 44.9% 체육 프로그램 선호
문체부는 초등학교 1학년 학생들이 즐기면서 창의력과 사회성을 키울 수 있도록 놀이 중심의 다양한 문화예술·체육 프로그램을 ‘늘봄학교 맞춤형 프로그램’으로 제공하고 있다. 교육부가 진행한 ‘2024학년도 초등학교 1학년 예비 학부모 대상 전수 수요조사’에 따르면 선호 프로그램을 묻는 질문에 체육 프로그램이 44.9%로 가장 높게 나왔다. 정부는 댄스스포츠, 럭비, 배구, 배드민턴, 산악, 에어로빅힙합, 족구, 플로어볼, 피구, 하키, 핸드볼, 뉴스포츠 등 12개 종목단체와 연계해 약 150개 학급에 종목별 맞춤형 프로그램을 늘봄학교에 제공하고 있다. 8세 아이들이 안전하게 교육받을 수 있도록 규칙을 변형하거나 재구성한 프로그램도 있다. 핸드볼의 시합 규칙과 규격, 용품 등을 변형한 ‘핸볼’ 프로그램, 댄스스포츠와 K-팝을 결합한 ‘뉴플댄스’ 등이다. 문체부는 프로 종목단체와 연계해 200개교 이상 초등학교에 현역선수나 은퇴선수를 파견하는 축구 수업, 티볼 수업 등을 운영하고 특화프로그램 운영지원 사업으로 12개 지정스포츠클럽의 13개 프로그램을 지원하기로 했다.
체육뿐만이 아니다. 한국국학진흥원은 전국 초등학교 150개교에 ‘이야기할머니’ 150명을 파견했다. 2009년 시작된 ‘이야기할머니’ 사업은 노년층을 유아교육기관에 파견해 옛이야기와 선현들의 미담을 들려주는 사업으로 2023년 하반기부터 초등학교로 활동무대를 확장했다. 2024년에는 기존 21개교에서 150개교로 확대해 유아뿐만 아니라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들의 상상력과 창의력을 자극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사회 각계 인사 늘봄학교 강사로 초청 계획
윤석열 대통령은 3월 14일 전남 무안군 오룡초등학교에 이어 21일에도 강원특별자치도 원주시 명륜초등학교를 찾아 늘봄학교 수업을 참관했다. 이어진 간담회에서 윤 대통령과 참석자들은 “늘봄학교는 우리 교육을 혁신하고 역동적인 미래를 만드는 일”이라며 “원하는 아이에게 공정한 배움의 기회를 누리게 하려면 품질 높은 프로그램 마련이 중요한 과제”라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이에 윤 대통령은 “학교와 교육청, 지방·중앙정부, 기업, 지역사회 등 모두가 협력해 좋은 프로그램을 찾고 재능 기부도 많이 해달라”고 당부하며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정부 정책 지원, 재정 투자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 3월 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제2차 늘봄학교 범부처 지원본부 회의’에서 늘봄학교 일일 강사로 나서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교육부는 윤 대통령 이외 사회 각계 인사들도 늘봄학교 강사로 초청할 계획이다. 재능기부를 원하는 학부모들이 수업에 직접 참여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문체부는 늘봄학교가 원활하게 운영되도록 수시로 문화예술·체육 프로그램 현황 등 학교 현장을 점검할 계획이다. 유인촌 문체부 장관은 “학생, 학부모, 교사 모두 만족할 수 있는 문화예술·체육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늘봄학교가 빈틈없이 운영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라며 “교육부와 협의해 프로그램을 더욱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개학 3주차를 맞은 늘봄학교는 안정적으로 운영중이다. 3월 22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진행된 늘봄학교 운영 관련 브리핑에서 장상윤 대통령비서실 사회수석은 “1학년 학생의 약 71%인 13만 명이 참여해 학기 초에 비해 7000명 이상 참여가 늘었다. 이는 작년보다 약 두 배 증가한 규모”라며 “참여 학교도 개학 시 2741개교였다가 지난 20일 기준 2838개교로 늘었다”고 말했다.
유슬기 기자